박민 사장이 취임한 날부터 ‘더 라이브’를 편성에서 삭제했던 KBS 사측이 결국 프로그램 폐지 결정을 제작진에게 통보했다. ‘4주 대체 편성 후 폐지’ 결정이 비정규직 해고를 위한 꼼수라는 비판도 나온다.

사측이 폐지 결정을 통보한 16일 저녁 이후 ‘더 라이브’ 프리랜서 제작진은 KBS 사내에 부착한 성명을 통해 “매일 밤 자정까지 생방송에 헌신했던 프리랜서 제작진들이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아이템 선정부터 출연자 섭외까지 다 마친 정규방송의 갑작스런 결방 통보, 나흘 뒤 내려온 최종 공지는 4주간 대체 편성 후 폐지였다”며 “신규 프로그램 붐업을 위한 결방이라더니 목적은 프로그램 폐지였나”라고 물었다.

이어 “‘더 라이브’에 속한 비정규직 프리랜서만 수십 명, 딸린 식구들은 셀 수도 없다. 일방적이고 소통 없는 폐지 과정으로 가장 큰 피해를 겪는 사람들은 프리랜서 제작진과 그 가족들”이라며 “이것이 재창조 수준의 공영방송 정상화인가. 이것은 결코 공영방송 정상화가 아닌 비정규직 제작진들을 향한 공영방송의 탄압”이라고 비판했다.

▲ KBS ‘더 라이브’ 프리랜서 제작진이 서울 영등포구 KBS 본사 사내에 부착한 성명.
▲ KBS ‘더 라이브’ 프리랜서 제작진이 서울 영등포구 KBS 본사 사내에 부착한 성명.

이미 13일부터 ‘더 라이브’ 방송을 중단시킨 KBS가 ‘4주 대체 편성 후 폐지’ 결정을 통보한 것은 프리랜서 제작진들과의 계약 위반이라는 책임을 피하려는 ‘꼼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KBS 프리랜서 계약서에 ‘계약을 종료할 경우 4주 전에 통보해야 한다’는 조항을 두고 있기에, 계약 기간이 남은 프리랜서 제작진에 대한 부당해고 문제의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 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갑작스러운 해고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보호 조항이 일방적인 계약 종료(해고)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새로운 사례가 등장한 셈이다.

‘더 라이브’ 제작진도 17일 성명에서 “앞으로 단 하루도 방송되지 않는데 종방일, 폐지일은 12월15일이란다. 편성본부는 왜 이런 ‘기적의 논리’가 필요했을까”라며 “속마음이야 지금 당장 폐지를 선언하고 싶겠지만, 그렇게 될 경우 작가 등 외부 제작 요원과의 무더기 계약 위반 사태를 초래하게 된다. 계약서상 명기된 ‘프로그램 폐지 시 한달 전 고지’ 의무를 위반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미디어비정규직 노동인권단체 ‘엔딩크레딧’은 같은 날 “박민 사장이 공영방송 정상화를 한다며 진행자를 교체하고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등 KBS가 격랑에 휩쓸리는 동안 비정규직 프리랜서들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 숨죽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KBS에 대한 기사가 쏟아지지만 비정규직 프리랜서에 대한 기사 하나 나오지 않았다”며 “프로그램이 폐지되는 과정에서 가장 피해를 입는 것은 비정규직 프리랜서”라고 지적했다.

엔딩크레딧은 “그동안 방송사들은 개편을 이유로, 프로그램 폐지를 이유로 비정규직 프리랜서들을 손쉽게 내쫓았다. 비정규직 프리랜서면 쉽게 쓰고 버려도 된다고 생각하는 곳이 방송사였다. 프리랜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일방적이고 갑작스런 해고는 공영방송 정상화가 아니라 비정규직 탄압일 뿐”이라며 “박민 사장은 공영방송 의미가 무엇인지 성찰하며 비정규직 프리랜서들의 고용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비정규직 프리랜서를 착취하며 굴러가는 방송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염정열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장은 “‘더 라이브’ 폐지는 공영방송 장악의 극단적 사례이면서 현장 노동자에게는 일자리가 사라지는 생계 문제”라며 “지역사로 넘어가면 ‘뉴스7’ 같은 경우도 폐지 이야기가 나오면서 불안해하고 있다. ‘더 라이브’ 폐지는 굉장히 위험한 일”이라고 우려했다.

염 지부장은 “보도 기능을 가진 시사 프로그램을 모두 폐지하면서 입맛에 맞게 바꾼다는 것으로 보이는데 ‘언론 길들이기’를 하면서 언론사 직원들뿐 아니라 비정규직 생존권을 앗아가고 프로그램을 없애는 것을 너무 생각 없이 하지 않아야 한다”며 “프로그램을 만들 때는 기획료도 제대로 주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프로그램을 없애는 일은 파리목숨처럼 앗아가는 것이 맞는지 방송사에서 한번 더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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