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기자협회가 박민 사장 취임 이틀 만에 뉴스가 사유화됐다면서 보도 책임자의 사과를 요구했다.

16일 KBS 기자협회는 이틀 전 ‘뉴스9’에서 박장범 앵커가 현 여권 관련 보도 등을 ‘불공정 보도’로 규정하고 사과한 것에 대한 비판 성명을 냈다. 박민 사장이 취임한 날부터 ‘뉴스9’을 진행 중인 박 앵커는 이날 박 사장의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 리포트에 이어 박 사장이 불공정하다고 규정한 보도들에 대해 사과했다. △이른바 ‘검언유착’ 관련 보도 △고 장자연씨 사건 관련 윤지오씨 출연 △서울시장 선거 관련 ‘오세훈 생태탕 의혹’ 보도 △뉴스타파(김만배-신학림 녹취록) 인용 보도 등이다. [KBS: 보도 공정성 훼손 대표적인 사례들은?]

KBS기자협회는 “9시뉴스 시작 불과 몇 시간을 앞두고 큐시트에 등장한 4분여의 보도는 심지어 누가 썼는지도 모른다. 홈페이지에서는 원고와 바이라인도 없다. 그간의 업무 프로세스와 관행을 한참이나 뛰어넘었다”며 “내용도 문제다. 보도 당시의 상황과 이유, 필요성 등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당사자인 취재기자들은 반론 기회도 얻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2023년 11월14일 KBS '뉴스9' 갈무리
▲2023년 11월14일 KBS '뉴스9' 갈무리

그러면서 “우리는 사장 기자회견 리포트 바로 뒤에 붙은 이 보도의 내용이 사장의 사과 내용을 거의 그대로 받아쓰기한 점에 주목한다. 보도 자체를 사장이 주문했는지 최소한 무언의 지시가 있었는지 의심될 정도”라면서 “시청자들에게 고별 멘트도 없이 내려온 메인뉴스 앵커, 내부 구성원들과의 협의 한 번 없는 이례적 9시 뉴스 사유화. 사장 취임 불과 이틀만의 벌어진 일”이라고 비판했다.

개별 보도에 관해선 먼저 ‘오세훈 생태탕 보도’로 불린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 후보 처가의 땅 검증 보도 관련, 검찰이 취재기자와 오 시장을 모두 불기소처분하면서 “‘측량 현장에 안 갔다’는 피의자 발언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는 점을 언급했다.

‘김만배 녹취록’ 인용 보도를 두고는 “양쪽의 입장은 분량까지 고려해 균형 있게 담은 보도이다. 여당도 이런 점을 감안해 고발하지 않은 것 아닌가”라며 “대한민국 거의 모든 언론들이 보도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이 보도를 하지 않았다면 그 또한 ‘편파적’이란 공격이 거셌을 것이다. 보도와 관련된 공식 절차도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했다.

윤지오씨 출연(뉴스9)의 경우 윤씨가 당시 지상파, 종편 등 주요 방송사 간판 뉴스에 출연하고, 검찰 과거사 진상조사단에도 출석해 진술하는 등 뉴스가치가 있는 인물이었다고 했다. 윤 씨가 후원금 사기 혐의를 받고 도피한 사안에 대해선 “피소, 도피성 출국, 인터폴 수배 등은 물론이거니와 후원금 의혹에 대한 우리만의 별도 취재로 여러 번 윤지오를 비판했다”고 덧붙였다.

‘검언유착’ 보도에 대해서는 “아픈 부분”이라면서도 “검찰 고위 관계자의 반복된 발언 등이 소스(출처)였다. 그리고 우리는 보도 다음날 사과했다. 그저 뉴스 가치가 매우 큰 취재원을 취재한 보도에 대해 정치적, 정파적 의도를 부여한 게 누구인가”라고 반문했다.

▲2023년 11월14일 KBS 뉴스9 보도 제목 갈무리
▲2023년 11월14일 KBS 뉴스9 보도 제목 갈무리

KBS 기자협회는 “우리는 비판과 사과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간의 보도 관행을 돌아보고 문제가 있는 보도에 대해 언제든지 스스로를 겸허하게 마주하고 사과할 준비가 돼 있다”며 “그러나 사과에도 보도에도 절차가 필요하다. KBS 기자는 양심과 상식을 기반으로 취재 자율성을 가지며, 실무자와 책임자는 각각의 책임과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KBS기자협회는 ‘보도본부 책임자 측’에게 △해당 보도에 담긴 사례가 어떤 기준으로 선정됐으며 누가 원고를 썼는지 투명하게 설명 △해당 보도가 제작돼 방송된 절차상의 문제에 대해 책임자 측의 사과 △향후 유사 보도, 구성원과 관련된 보도에 대해 사전에 실무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것 등을 요구했다.

사측을 향해선 △사장이 이야기한 ‘공정성’의 개념과 기준을 구체적으로 밝힐 것 △이른바 ‘오보 재발 방지·진상 규명 백서’ 발간 시 공정성 기준에 대한 점검 등 모든 단계에 실무자의 참여 보장 △김만배 녹취록 인용 보도에 대한 전례 없는 수위의 부당한 과징금 처분에 대해 절차적, 법적 대응에 나설 것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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