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포털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포털이 ‘가짜뉴스 온상지’가 됐으며 알고리즘을 보수언론에 ‘불리하게 변경했다’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9월 네이버 사실조사에 착수한 데 이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뉴스타파 기사를 놓고 포털에 ‘심의 중’ 표시와 ‘차단·삭제’ 등을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네이버가 여권과 대립이 있었던 SNU팩트체크센터의 자금 지원을 중단했다. 센터와 연동되던 네이버 뉴스 내 팩트체크 페이지도 사라졌다. 팩트체크가 중요해지는 ‘총선’을 앞두고 한국에서 유일하게 활동하던 팩트체크
최근 영화 을 관람한 표완수 전 경향신문 기자(76)의 감회는 남달랐다. 1979년 12‧12 군사쿠데타 당시 취재기자였던 그는 ‘전두광’에 의해 삶이 뒤바뀐 이들 중 한 명이다. “그날따라 서울은 이상하게 안개가 자욱했다. 막히는 길이 아닌데 영 차가 막혀서 회사 근처에서 자고 간 친구들이 많았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활극이 벌어졌던 밤이었다.” 지난 4일 경향신문 사옥 근처에서 만난 그가 44년 전을 떠올렸다. 각 언론사에 대검 꽂은 계엄군이 서 있던 시절이다. 12월13일. 국방부 출입 기자가 탄흔이 선명했던
미디어 감시를 주제로 한 탐사보도 독립언론 ‘뉴스어디’가 지난 10월 창간했다. ‘뉴스어디’는 미디어 분야 탐사보도로선 최초의 독립언론으로 지난달부터 ‘기사형 광고’를 주제로 보도를 시작했다. ‘동업자 비판’이라는 껄끄러운 분야인데다 네이버 등 포털이 잠식한 뉴스 시장에서 독자들의 후원을 기반으로 한 독립언론 창간은 쉽지 않은 길이다. 게다가 혼자 시작했다. 뉴스어디는 뉴스타파함께재단이 탐사보도 교육과 독립언론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뉴스타파저널리즘스쿨(뉴스쿨)’에서 배출한 두 번째 독립언론이다. 지난 6월 인천경기지역 독립언
이동환 목사(수원 영광제일교회)는 2019년 8월 31일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축복식을 집례했다는 이유로 지난 2020년 6월 기독교대한감리회(이하 감리회) 내에서 기소됐다. 감리회 헌법에 해당하는 ‘교리와 장정’은 마약·도박 같은 중대한 법 위반과 더불어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범과(종교적인 범죄와 윤리·도덕적인 허물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로 규정한다.재판은 느리고 복잡하게 흘러갔다. ‘교리와 장정’에 따르면, 판결을 맡은 재판위원회는 2개월 내 판결을 마쳐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안이 2심 판결까지 가는 데 걸린
“처음엔 탈북자를 통해 북을 바라봤다. 책을 쓸 때도 중국에 살고자 하는 사람과 한국에 오고자 하는 사람, 북한에 가고자 하는 사람으로 분류했다. 그런데 뗏목꾼을 바라볼 땐, 그저 재미있었다. 북한 사람이라도 탈북하고서 만날 때와 느낌이 다르더라. 강과 자연을 통해 살아가는 인간, 직업의 세계를 보았다. 때묻지 않은 속살이었다. 그게(살아가는 모습이) 이념보다 더 중요하다 생각했다.”북한과 중국이 맞닿는 곳을 수백 차례 찾아 경계 너머 압록강 유역 어린이들의 일상과 탈북민 실상을 알렸던 조천현 작가가 (
“애완견을 요구하는 현실 속에서도 노조를 만들어 감시견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기자들의 노력을 담고 있습니다. 결국 애완견으로 보이더라도 기자는 감시견일 수밖에 없으며, 감시견일 때 기레기가 되지 않는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작품으로 제31회 전태일문학상 르포 부문 수상자가 된 박도제 전 기자는 작품의 내용을 이렇게 요약했다. 작품은 헤럴드경제 기자노동조합을 설립하게 된 과정을 재구성했다.작품에는 언론사의 수익은 기업의 광고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이 드러난다. “선배 쪽팔려서 회사 못 다니겠어요. 오늘
이스라엘 가자 공습과 지상 공격으로 팔레스타인인 사망자가 1만 명을 훌쩍 넘겼다. 사망자가 시시각각 늘지만 이스라엘의 통신 차단으로 사망자 집계는 나흘째 멈췄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한 국제기구가 이스라엘의 행위를 ‘전쟁범죄’로 규정하지만 어떤 제재로도 이어지지 않고 있다. 전 세계에 이스라엘 규탄 시위 물결은 거세다.이 가운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다루는 언론 보도는 뒤집혔다. ‘인종청소와 집단학살, 전쟁범죄, 아파르트헤이트.’ 국제기구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가한 행위를 조사해 내린 규정이지만, 서방 언론이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오늘(14일)부터 윤석열정부 언론장악 저지를 위한 릴레이 피케팅을 시작했다. 의원 2명이 1시간씩, 매일 2시간 이뤄지는 피케팅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의 탄핵소추안 발의 직전인 오는 29일까지 서울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첫날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과 민주당 언론자유대책특위 위원장인 고민정 의원이 나섰다. 아래는 고 의원과의 일문일답. -오늘 이 자리에 서게 된 이유는. “국민의힘에서 필리버스터를 포기하는 바람에 이동관 탄핵안 의결까지 가지 못했
“삶이 고통의 바다라서…” 지난 8월 장편소설 를 출간한 정보라 작가는 고통에 천착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번 소설만이 아니다. 박사논문 1장 제목도 ‘고통과 괴로움’이다.고통은 인류의 오랜 관심사다. 살아있는 이들만 고통을 느낄 수 있기에 고통은 삶과 죽음을 구별하는 기준이자 삶의 본질인지도 모른다고 정보라 작가는 소설을 통해 이야기한다. 그러나 모두가 겪는다고 해도 고통을 타인과 공유하긴 만만치 않다. 고통은 저마다 고유하고, 타인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그저 상대방의 고통에 다가가려는 노력일 것이다.
“탈포털 대비책 차원이다.” 지난달 31일 서울 양천구 SBS 사옥에서 만난 정명원 SBS 디지털뉴스제작부장이 방송사 SBS도 ‘탈포털’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를 유통하는 포털 등 플랫폼의 정책이 바뀌면 뉴스 소비량도 급변한다. 소비자들 역시 뉴스에서 얻고자 하는 정보가 연령별로, 성별로 다르다. 방송사는 신문사보다 수익 포트폴리오가 다양하다고 해도 뉴스 부문만 놓고 봤을 땐 현실에 안주할 수 없다고 밝혔다.지난해 11월 ‘로그인 월’(로그인을 한 이용자만 콘텐츠를 볼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적용한 지식구독플랫폼 ‘스브스
10월27일 오후 2시, ‘압도적 재미’를 추구하는 유튜브 채널 (매일매일 불금쇼) 생방송 현장을 찾았다. 진행자 최욱은 1부에서 경향신문 전‧현직 기자 압수수색을 이렇게 언급했다.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종잣돈 알지? 수사 무마 의혹과 관련한 기사를 쓰잖아? 그럼 다 압수수색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나라도 아니야.” 2부에선 미야자키 하야오의 신작 를 두고 영화평론가들이 출연했는데, 최욱은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 이분이 어떻게 살라는 거에요?” 2시간 넘은 방송 내내 진행자와 패널 사이는 웃음
한국에서도 ‘기본소득’이 가능할까. 인공지능(AI)의 역습이 현실화되면서 인간 노동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AI가 일상 속 깊숙이 들어와 있는 세상. 더 이상 노동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기술 발전이 만든 과실을 누리기 위해 기본소득으로 인간을 노동에서 해방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이전부터 제기됐던 이유다.현대 사회의 새로운 노동계층 ‘프레카리아트’(precariat) 용어를 널리 알린 세계적 석학 가이 스탠딩 런던 SOAS 교수는 기본소득의 도입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AI 등 기술 발전이 입힌 안정
“가장 중요한 것은 잘못된 정보의 위험이다. 인공지능은 매우 설득력 있고 기만적인 사실에 사용될 수 있다.” 등을 쓴 미래학자 마틴 포드가 1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2일~3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프라자에서 열리는 을 주제로 열리는 ‘SBS D포럼’(SDF) 발표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는 인공지능이 ‘전기’의 발명과 마찬가지로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보면서도 허위정보 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했다.마틴 포드는 인공지능이 미치는 영향에 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윤석열 정부 ‘언론 통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그 중에서도 뉴스타파의 김만배씨 인터뷰 인용보도 등 방송 프로그램을 심의하는 ‘방송심의소위원회’는 정부를 비판한 시사·보도 프로그램에 무더기 중징계 제재를 이어가며 언론 탄압 비판을 받고 있다. 관례적으로 부위원장이 방송소위 위원장을 맡아온 것과 달리, 류희림 위원장이 직접 방송소위 위원장을 맡아 뉴스타파 인용보도 긴급 심의를 강행하고 있다.미디어오늘은 지난 26일 서울 합정동 카페 창비에서 올해 1월부터 방송소위 위원으로 활동 중인 김유진 위원을 만났다. 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논란의 중심에 있다. 윤석열 정부 ‘가짜뉴스’ 대응의 ‘전위대’ 역할을 하며 안팎에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심의의 문제, 나아가 기구의 정당성 문제까지 대두되는 상황이다. 민간독립기구이지만 사실상 대통령의 권한 아래 놓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와 기구 전반의 문제를 파헤치고 새로운 심의 모델을 제안한다.“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방송통신위원회의 목동 사무소가 아니다.” 지난 23일 서울 용산구에서 만난 강상현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연세대 명예교수)은 정부의 ‘가짜뉴스 대응’에 발 맞추는 방통심의위의 독
지난 14일 한국언론학회 2023 가을철 정기학술대회에서 박종민 경희대 미디어학과 교수가 제50대 신임 학회장으로 임명됐다. 박 학회장은 지난해 차기 학회장으로 선출됐을 당시부터 “100년 언론학”을 강조해왔다. 언론학 탄생 100년이 넘어가는 만큼 언론학회 역시 언론학의 미래를 준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현재 언론은 위기 속에 있다. 정치권 공격 속에 언론 전체가 흔들리고 있으며, 시민사회에서 주장해 온 ‘공영방송의 정치 독립’은 후퇴하고 있다. 언론 신뢰도 지수는 오랜 기간 하위권에 머물렀고 이른바 ‘기레기’ 등으로 대표되는
18일 오전 프레스센터 20층. 표완수 한국언론진흥재단(언론재단) 이사장 이임식에선 눈물 흘리는 사원들이 적지 않았다. 그 눈물은 지난 6개월간 유례없는 논란에 휩싸였던 언론재단을 드러내고 있었다.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표완수 이사장은 임기의 절반 정도를 윤석열 정부에서 보냈고, 말 그대로 ‘우여곡절’ 끝에 3년 임기를 마쳤다. 지난 3월 조선일보 출신 정권현, 연합뉴스 출신 유병철, 중앙일보 출신 남정호씨가 언론재단 상임이사로 오고 재단에는 난데없이 ‘가짜뉴스신고센터’가 생겼고, 오보를 이유로 KBS 기자의 해외연수가 돌연 취소되
“지금 다시 한번 들어봐 주십시오. 국회에서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2022년 9월 김은혜 홍보수석 브리핑은 대통령실의 VIP 리스크 대응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준 장면이자, 훗날 ‘MBC 탄압’을 예고한 상징적 순간이었다. 윤 대통령이 ‘바이든’이라고 말했다는 MBC 첫 보도는 ‘가짜뉴스’가 되었고, 정부 여당은 ‘날려버리겠다’는 기세로 MBC를 몰아붙였다. 그렇게 초유의 ‘MBC기자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 사건이 이어졌고, 이윽고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마저 멈췄다. 박성제 전 MBC사장이 자신의 퇴임 후
저널리스트 손석희의 JTBC 마지막 방송일이던 2020년 1월2일은, 손석희 본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앵커가 뉴스의 편집권과 인사권, 예산권까지 갖고 최종 책임을 지던, JTBC만의 유례없는 실험이 끝나는 날”(책 )이었다. 그는 이듬해 10월 순회특파원으로 한국을 떠났고, 지난 9월을 끝으로 2년간의 특파원 생활도 마무리했다. 2013년 5월, 언론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JTBC행을 떠올려보면 이별은 꽤 조용한 편이었다. 그는 JTBC를 떠났다. 그가 몸담았던 에서 어떤 보도를 했는지 한 문단으로 요약하
‘베테랑’이라는 단어를 떠올려보자. 한 분야에 오래 일해 경지에 오른, 나이가 지긋한 기술공 남성이 저절로 그려진다. ‘베테랑’은 그만큼 전형적인 이미지가 녹아있는 단어다. 하지만 오래 일할 수 있는 자격은 개인의 성실과 의지만으로 주어지지 않는다. 불안정한 고용 형태, 각종 질환, 장애, 특히 여성에게 해당하는 출산 등으로 인한 경력단절 등 수많은 요소로 인해 ‘오래 일한다’는 조건은 뜻대로 유지되지 않는다. 베테랑이라는 이미지는 그만큼 다각적인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이에 기록노동자 ‘희정’은 몸이라는 매개를 통해 베테랑이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