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라디오PD들이 ‘주진우 라이브’ ‘최강시사’ 진행자 하차 및 편성 중단을 지시한 김병진 라디오센터장의 사과와 사퇴를 요구했다.

KBS PD협회 라디오구역 PD 76명은 15일 비상총회를 연 뒤 사내 게시판에 게재한 성명에서 “편성규약을 위반하고 절차를 무시하며 PD들의 제작 의욕을 땅바닥에 쳐박아 버린, 폭력적인 방식으로 본인의 무능력을 내보인 라디오센터장을 누가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며 “동료와 후배들에 대한 일말의 예의와 상식조차 포기한 김병진 센터장은 이미 라디오 조직 수장으로서의 자격을 잃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비상총회를 열어 논의한 끝에 “김병진 라디오센터장은 라디오 구성원들에게 편성규약 위반과 절차를 무시한 폭압적 프로그램 변경에 대해 해명하고 문서를 통한 공식 사과 후 책임지고 사퇴하라”고 요구하기로 결의했다. 또한 “모멸감과 트라우마 속에 제작을 이어가고 있는 ‘최강시사’와 ‘주진우 라이브’ 제작진을 당장 ‘특집’ 프로그램 제작에서 분리하라”며 “제작 PD들과 상의 없이 프로그램을 변경하고 편성규약을 위반하는 사태가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약속하라. 정체를 알 수 없는 ‘특집’ 프로그램 이후 라디오 개편에 대한 청사진을 밝혀라”라는 요구 사항도 밝혔다.

▲진행자 하차 통보 후 대체 프로그램이 편성돼 폐지된 KBS 1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위), '최강시사' 홈페이지 이미지
▲진행자 하차 통보 후 대체 프로그램이 편성돼 폐지된 KBS 1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위), '최강시사' 홈페이지 이미지

이번 사태는 현 라디오센터장이 박민 사장의 취임 및 인사발령이 이뤄지기 전인 12일 ‘주진우 라이브’ 제작진에게 진행자 하차를 지시하면서 시작됐다. 김병진 센터장이 해당 프로그램 담당 PD에게 MC 하차를 결정했으니 이를 당사자에게 통보하라 지시하고, 해당 시간대에 기자가 진행하는 새 프로그램이 편성될 거라 통보했으며, PD가 이를 따르지 않으면 사규에 따라 처리할 거라는 협박성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이튿날인 13일 오전엔 김 센터장이 ‘최강시사’ 담당 PD에게 당시 진행자인 김기화 기자를 하차시키기로 했다고 통보하고, 새로운 진행자와 방송을 제작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전해진다. 라디오PD들은 “그로부터 몇 시간도 안 돼 프로그램 제목 변경, 시그널 음악 교체 지시까지 일사불란하게 내려졌다”며 “라디오 간부들은 그저 ‘어쩔 수 없다’ ‘이미 정해졌다’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다”고 전했다.

라디오 PD들은 “이 모든 과정의 책임자인 김병진 라디오센터장은 앞서 지적한 대로 권한 없는 무자격 신분으로 업무 지시를 했을 뿐 아니라 모든 절차를 무시한 채 프로그램을 바꿈으로써 KBS 방송 편성규약을 명백히 위반했다”며 “편성규약 위반 항목은 제 6조 2항 ‘취재 및 제작 책임자는 방송의 적합성 판단 및 수정과 관련하여 실무자와 성실하게 협의하고 설명해야 한다’를 비롯해 총 6개 항목”이라고 했다.

이어 “무엇보다 김병진 라디오센터장은 라디오 구성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와 모멸감을 안겼다. ‘최강시사’와 ‘주진우 라이브’ PD들은 제작자가 아닌 ‘로봇’ ‘기계 부품’ 취급을 당했다는 참담함과 청취자들과의 신뢰를 저버린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입사 1년 차 피디부터 경력 15년의 메인 피디까지 좋은 프로그램을 열심히 만들겠다는 의욕을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 김병진 센터장이 임기 시작과 동시에 보여주는 능력인가. 신임 사장은 이런 능력을 보여주는 간부를 바라는가”라고 물었다.

앞서 12일에도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라디오 조합원들이 성명을 내고 김 센터장의 진행자 하차 통보 지시 등을 비판한 바 있다. 당시 이들은 “부당한 지시를 철회하고 라디오 구성원들에게 사과하라”고 밝힌 바 있다.

뉴스 부문에서는 박민 사장이 지난 서울시장 선거, 대선 무렵 여권에 비판적인 보도 등을 ‘불공정 보도’로 규정해 사과하고, 같은 날 ‘뉴스9’에서도 박장범 앵커가 해당 보도들에 대해 사과하면서 “뉴스 사유화”라는 기자들의 비판을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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