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는 균형 잡힌 진행자가 필요합니다. 한쪽으로 치우친 진행자와 출연자가 방송하면 결과는 이렇게 나옵니다. 인정하십니까?” (이하 허연회 국민의힘 추천 방송통신심의위원)
“네. 저희가 제일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는 게 공정성입니다.” (이하 KBS 1라디오 제작진)

“수신료 많이 떨어졌죠. 공정한 프로그램을 하면 수신료 다 냅니다”
“알겠습니다.”

“의혹 제기를 했으면 추가 취재를 하셔야죠. 인정하십니까?” 
“네.”

“의혹 제기가 잘못됐으면 사과방송과 정정방송은 필수입니다. 인정합니까?”
“네, 그렇습니다.”

“천공을 용산과 접목해 15분 간 이야기했습니다. (중략) ‘대한민국이 무당 공화국이 된다’(출연자 발언) 등이 사실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천공의 대통령 관저 이전 개입 의혹을 부풀렸다는 민원이 제기된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 제작진 의견진술 중 일부 질의 내용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 여권 추천 위원은 제작진에게 방송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문제를 인정하냐고 수차례 묻거나 사과방송을 해야 한다고 추궁했다. KBS는 결국 해당 건으로 중징계에 해당하는 법정제재를 받게 됐다.

방통심의위 방송심의소위원회(방송소위, 위원장 류희림)는 19일 회의에서 <주진우 라이브>(2월2일 방송) 관련 제작진 의견진술을 들었다. 해당 방송에서 진행자와 출연자들은 역술인 천공이 대통령 관저 선정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대담했는데, 민원인은 방송이 천공 개입 의혹을 사실로 단정해 논란을 증폭시켰다고 문제 삼았다.

▲ KBS 1라디오 '주진우 라이브' 홈페이지 갈무리. 현재는 진행자 하차 통보 후 대체 프로그램이 편성돼 폐지됐다.
▲ KBS 1라디오 '주진우 라이브' 홈페이지 갈무리. 현재는 진행자 하차 통보 후 대체 프로그램이 편성돼 폐지됐다.

의견진술 절차에 참석한 KBS 1라디오 제작진은 “방송 내용은 모든 언론에서 다뤘고, 의혹 제기 수준으로 방송했다”며 “주진우 기자의 기자적 말투나 접근이 민원인의 오해를 일으킨 것 같지만 ‘확실하다’고 말한 적은 없다. 의혹제기라는 말로 일관했고 대통령실에서 사실 무근이라고 한 내용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권 위원들은 제작진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황성욱 위원(국민의힘 추천)은 “사실관계가 논란인 상황에서 천공이 방문한 게 사실이었으면 좋겠다는 출연자들로 구성했다. 의혹이라는 말을 빼버리면 사실이 밝혀진 상황에서 논평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방송”이라고 지적했다. 류희림 위원장(대통령 추천)은 주진우 기자의 발언을 문제삼으며 “출연자 주장에 적극 동조하는 진행은 공영방송 진행자로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연이은 지적에 제작진은 “저희도 그렇게 생각해 11월13일부터는 다른 진행자로 사내 기자가 진행하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그런 얘기가 많이 나왔었다”고 했다. 출연자 편향성 지적 관련해선 “향후 제작할 때 반영해 균형감 있게 섭외하겠다”며 “현재 1라디오는 1월1일을 기점으로 수시 조정을 준비하고 있다. 좀더 균형잡힌 진행자가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앞서 진행자인 주진우 프리랜서 기자는 박민 KBS 사장 취임 첫 날인 지난달 13일 오전 하차 통보를 받았다. 이날부터 김용준 KBS 기자의 ‘특집 1라디오 저녁’이 편성됐다.

진술 절차를 마친 여권 위원 3인은 만장일치로 법정제재 ‘주의’를 의결했다. 허연회 위원은 “풍수지리가 나쁜가? 조선시대부터 내려오는 것”이라며 “천공이라는 두 글자를 앞세워 15분 동안 지상파 방송에서 방송했다는 게 문제다. 너무나 편파적이고 객관성이 결여된 방송”이라고 비판했다. 황성욱 위원도 “풍수지리 관련해선 과거 문재인 대통령 시절에도 얘기가 나왔지만 정치적 공격은 없었다”며 “이 방송은 정치적 입장에 치우친 비난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했다”고 했다. 

반면, 야권 추천 위원 2인은 문제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김유진 위원(문재인 대통령 추천)은 “진위 여부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의혹 제기한 인물의 주장을 전한 것을 객관성 위반으로 제재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이번 사안은 풍수지리가 문제냐 아니냐가 핵심이 아니다. 대선 시기부터 천공이라는 인물에 대해 각종 의혹이 제기돼왔고, 그런 맥락에서 좀 더 심각하게 다룬 것”이라고 했다. 옥시찬 위원(문재인 대통령 추천)도 문제없음 의견을 냈지만, 총 5인 중 3인의 의견으로 법정제재 ‘주의’가 의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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