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 본관 1층에 붙어있던 더 라이브 홍보 포스터. 사진=정철운 기자
▲ KBS 본관 1층에 붙어있던 더 라이브 홍보 포스터. 사진=정철운 기자

박민 KBS 사장이 취임한 첫 날, 당일 방송을 앞두고 있는 KBS 2TV 시사프로그램 ‘더 라이브’ 편성이 갑작스럽게 삭제됐다.

KBS는 13일 사내에 이날부터 나흘간 KBS 2TV 시사프로그램 ‘더 라이브’가 “편성 삭제”된다고 공지했다. 해당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시간대엔 13~14일 ‘대하드라마 고려 거란전쟁’, 15일 ‘개그 콘서트 스페셜’, 16일 ‘골든 걸스 스페셜’ 등 재방송이 편성됐다.

당일 방송을 특별한 이유 없이 편성에서 들어내는 일은 초유의 사태다. 통상 결방이 결정되더라도 프로그램 게시판 등을 통해 결방 기간과 사유를 알리는데, 이번 편성 삭제에 대해선 어떠한 설명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장 취임식을 전후해 대대적인 인사 개편이 이뤄지고 4일간의 결방이 결정되면서 ‘더 라이브’가 사실상 폐지되는 수순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더 라이브’ 진행자인 방송인 최욱씨는 이날 오후 팟캐스트 ‘매불쇼’를 통해 “‘더 라이브’가 폐지된다는 얘기 나오는데 ‘가짜뉴스’다. 진행자가 모르는 폐지가 있을 수 있나. 물론 오늘 아침에 이번 주 ‘더 라이브’ 결방된다는 연락은 받았다. 이건 아니다. 내가 4년을 매일 했다. 시사교양 (시청률) 1위였다”면서 “행사를 가도 끝 인사는 하고 간다. 이건 아니다. 웃고는 있지만 웃을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밖에 이날 방영 예정인 프로그램 가운데 메인 뉴스 프로그램 ‘뉴스9’ 이소정 앵커, 1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주진우 라이브’ 진행자인 주진우씨 등이 전날 하차 소식을 전달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0일엔 아침 ‘뉴스광장’을 진행해 온 김태욱·이윤정 앵커, 오후 4시대 뉴스 프로그램 ‘사사건건’의 이재석 앵커도 하차 소식을 알린 바 있다. 지난달 하차한 최경영 전 기자 후임으로 ‘최강시사’를 진행하고 있는 김기화 기자도 교체 대상이 됐다.

KBS 내부에선 일방적인 진행자 교체, 편성 삭제 등이 방송법과 편성규약 위반이라며 반발이 나오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모든 불법적 행위들이 박민 사장 임명 재가 하루가 채 되지않아 벌어졌다. 그야말로 KBS 구성원들을 향한 선전포고이자 공영방송 KBS를 정권의 나팔수로 만들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며 “해당 행위를 한 보직자들 에 대해서는 방송법 위반 및 단체협약 위반 등 혐의로 고발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BS본부는 “2022년 노사가 합의한 단체협약 제22조 ‘편성·제작·보도의 공정성과 독립’ 3항에 따르면 “편성·제작·보도 책임자는 실무자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하며, 합리적 절차와 방식에 따라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제31조 ‘프로그램 개편통보’에서는 공사는 프로그램 개편 전에 제작진과 협의하고 프로그램 긴급 편성 시에는 교섭대표노조 에게 통보하여야 한다고 돼 있지만 어떠한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한 “방송법 ‘제4조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에서는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고 또한 누구든지 방송 편성에 관하여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하지만 사측과 보직 내정자들은 인사도 나지 않은 상황에서 부당하게 방송 편성과 그 내용에 개입하려 했다. 박민 지도부는 법도 규정도 무시해도 되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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