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박민 KBS 사장을 임명한 12일, 라디오센터 인사가 나기도 전에 KBS 1라디오 ‘주진우 라이브’ 앵커를 하차시키라는 통보가 이뤄지면서 “KBS 라디오 역사상 전무후무한 제작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라는 내부 반발이 터져나오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라디오 조합원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12일 저녁 8시가 넘은 시각, 라디오센터장 내정자가 ‘주진우 라이브’의 담당 PD에게 전화로 ‘본인이 센터장을 맡게 되었고 13일 박민 사장이 취임할 예정이며 주진우 앵커는 프로그램에서 하차를 하게 되었다’는 연락을 했다고 밝혔다. 이에 13일 월요일부터 해당 시간대에 특집을 편성할 예정이고 아무개 기자가 앵커로 올 것이니, 담당PD는 주진우 앵커에게 하차를 통보하고 당장 내일부터 모 기자가 하는 특집 프로그램을 맡아서 제작하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라디오 조합원들은 “더 황당한 것은 라디오 센터장 내정자가 이 같은 일방적인 하차 통보를 현 제작진에게 하라고 지시했다는 사실이다. 납득할 명분도 없고 충분한 설명도 없는 상황을 앵커에게 전하라는 것은 참으로 비겁한 짓”이라면서 “이 황당한 지시를 따를 수 없다는 담당PD에게 업무 불이행시 사규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협박성 발언까지 했다고 하니, 후배이자 동료인 프로그램 제작PD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조차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KBS 1라디오 '주진우 라이브' 홈페이지의 대표 이미지. 13일 오전 9시경 좌측 하단에 생방송 시작까지 8시간가량 남아 있다고 표시되고 있다.
▲KBS 1라디오 '주진우 라이브' 홈페이지의 대표 이미지. 13일 오전 9시경 좌측 하단에 생방송 시작까지 8시간가량 남아 있다고 표시되고 있다.

이들은 “현 ‘주진우 라이브’ 앵커의 적합성을 떠나 아직 발령도 나기 전의 간부가 현 제작진에게 직접 전화해서 담당 프로그램의 앵커가 하차하게 ‘되었다’고 통보를 하는 경우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경우다. 그것도 일요일 저녁에 이 무슨 황당한 경우란 말인가”라며 “3년 넘게 프로그램을 진행해온 앵커와 제작진에게 프로그램을 마무리할 시간, 또 청취자들과 작별 인사를 나눌 단 하루의 시간조차 주지 않고 방송 전날 저녁에 통보하는 경우는 전례가 없는 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시청자들과의, 국민과의 신뢰를 중심가치로 내걸어온 KBS 아닌가. 이런 식의 프로그램 앵커 교체는 제작진과 앵커를 무시하는 행위임은 물론, 1라디오 청취자들에게도 깊은 실망감을 안겨줄 것”이라며 “1라디오의 대표 시사 프로그램의 앵커를 하차시키고, 새로운 앵커를 결정하는 일은 이렇게 막무가내로 진행할 일이 아니다. 필요한 시간을 들여 고심하고, 정당한 절차를 거쳐 진행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나아가 “본부노조 라디오 조합원은 조금 전에서야 발령문이 뜨고, 아직 임기가 시작되지도 않은 신임 센터장 예정자에게 경고한다”며 “부당한 지시를 철회하고 라디오 구성원들에게 사과하라”고 밝혔다.

‘주진우 라이브’는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이 지속적으로 ‘편향됐다’면서 진행자 하차 등을 요구해 온 프로그램이다. 지난 7일 국회 KBS 사장 후보 인사청문회에서도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이 ‘주진우 라이브’ 를 가리켜 “정도가 지나치다면 일벌백계 책임을 지워야 한다”고 요구, 박민 사장 후보가 “조치하겠다”고 답해 논란을 부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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