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 KBS 사장 후보에 대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박 후보가 KBS 사장으로서 수행해야 할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모였다. 오랜 기간 지적된 박 후보의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을 명확히 해소할 만한 근거 자료도 추가로 제시되지 않았다.

박 후보는 그간 KBS 이사회에 제출한 경영계획서, 국회에 제출한 서면질의 답변서 등에서 ‘KBS 보도와 시사 프로그램 공정성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밝혀왔다. 7일 인사청문회 인사말에서도 박 후보는 “지금 우리 언론계는 가짜뉴스와 왜곡된 주장들이 사실과 진실을 압도하고 있다”며 “유일하고 효과적인 해결책은 공영방송 정상화”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은 박 후보가 ‘보도 공정성’을 언급할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 후보자가 경영혁신방안에서 ‘검언유착 오보’ ‘서울시장 선거 생태탕 보도’ ‘김만배 허위 인터뷰 보도’ 등 가짜뉴스가 KBS 신뢰를 추락시켰다고 하는데 박 후보가 문화일보 사회부장으로 있을 때 굉장히 오보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관련 사례로는 ‘유우성씨의 북한 사증(비자) 위조’, ‘백년전쟁 국보법 위반 혐의 조사’, ‘또 무인기…이번엔 청계산’, ‘세월호 학생 전원구조’ 등을 들었다.

▲2023년 11월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한국방송공사(KBS)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박민 후보. 사진=국회방송 유튜브 생중계
▲2023년 11월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한국방송공사(KBS)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박민 후보. 사진=국회방송 유튜브 생중계

그러자 박 후보는 “KBS에서 적시한 보도는 선거나 주요한 국정 전반 현안에 영향을 미쳤던 사안이었고, 제가 사회부장 때 했던 오보에 대해서 잘했다고 할 수 없지만 상대적으로 사회적 파장이 적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이 보도 신뢰성 및 공정성 제고 방안을 묻자 “제작 책임자와 실무자간 균형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균형이 무너지면 마치 의대생에게 중요한 수술을 맡기는 것”이라면서 “충분한 경험이 없는 젊은 기자들이 소신이나 양심이라는 주장 하에 제작하고 보도하면서 여러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정필모 민주당 의원은 이날 “방송법 4조는 누구든지 방송 편성에 관해 법률에 의하지 않고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돼 있다”며 “사장이 개입할 수 없다. 그런 지침을 내려선 안 된다. 한마디로 후보자께선 기본적으로 공영방송의 최고 경영자가 될 자질 자체가 없다”고 혹평했다. 

청문회에선 방송 분야 경력이나 전문성이 전무한 박 후보가 ‘윤석열 정부 낙하산’이라는 의심도 줄곧 제기됐다. 박 후보가 법조언론인클럽 회장을 맡았던 시기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이었다는 점도 주목받아왔다. 박 후보는 이날 본인을 “KBS 경험 없는 외부인 여당 낙하산”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 질문에 “보통 낙하산이라는 표현을 언론에서 사용할 때에는 관련 분야와 전혀 상관 없는 분, 대통령이나 임명권자가 일방적으로 임명하는 경우는 많았는데 저는 비록 방송은 아니지만 언론계에서 30년간 일 했다. 이런 경우까지 낙하산으로 하면 거의 많은 공직자들이 낙하산”이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일 때 자문 요청을 받은 적 있느냐는 윤영찬 민주당 의원 질문에는 “(윤 대통령과) 개인적 친분이 없다”며 “(자문 요구를) 직접 받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간접적 요청’을 받았는지 여부에 대해선 “캠프에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 그런 말은 있었지만 직접적으로 제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의 경우 박 후보가 인사청문회 전 법조언론인클럽 출신 인사들 및 이동관 방통위원장과 만남이 있지 않았느냐고 물으면서, 공교롭게도 이후 박 후보의 인사말에 ‘가짜뉴스’ 표현이 추가됐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현 언론계에 대해 “사회의 이념적 양극화 현상을 재현하는 것을 넘어 심화시키기도 한다”고 진단한 대목이 “가짜뉴스가 왜곡된 주장들이 사실과 진실을 압도하고 있다”고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이동관 방통위원장 만난 적이 없다”며 “양도 좀 많고 다시 쓰는 과정에서 표현을 바꿨다. (가짜뉴스는) 이사회 면접에서 사용한 문장”이라고 말했다.

▲2023년 11월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박민 한국방송공사(KBS)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 사진=국회방송 유튜브 생중계
▲2023년 11월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박민 한국방송공사(KBS) 사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 사진=국회방송 유튜브 생중계

박 후보가 문화일보 휴직기간 일본계 기업(트랜스코스모스 코리아)으로부터 3개월간 1500만 원의 자문료를 받은 것을 둘러싼 부정척탁금지법 위반 의혹은 이를 증빙할 자료들이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 자문에 앞서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를 확인했다고 주장했던 박 후보는 관련 통화기록 등을 제출하라는 야당 요구에 “(권익위) 전화번호를 기억하지 못한다”면서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상태였고 자문이 가능한지 물어서 자문료를 가지고 자문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라고 주장했다. 

박 후보는“트랜스코스모스 코리아에 요청했는데 자문계약서를 저에 한해 전달할 수 있지만 (주지 않았고) 추후 관행이 되면 여러 사적 계약 내용을 공개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에 제출 안 한 거 같다”며 자문 관련 계약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자문 기간 초반 1개월이 문화일보 휴직 전이라는 지적엔 “(휴직 신청을) 3개월로 했는데 자동적으로 연차 소진된 이후부터 적용”됐다고 답했다. 

박 후보는 KBS 방만경영 해소를 위해 구조조정을 할 수 있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혔다. 경영적자 규모 축소 방안으로 “우선 조직과 비효율적 경영 상황을 최대한 개선해보겠지만 그도 어려워지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지 않을까”라며 “장기적으로 KBS가 갖고 있는 자산이라든지 이런 걸 적극 활용해서 수익 창출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날 인사말에서도 그는 본인의 과거 경력 관련해 “문화일보가 심각한 경영위기에 직면했을 때는 구조조정을 직접 기획하고 주도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한편 박 후보는 KBS 인사청문준비단이 이정문 의원실 자료에 기반한 언론 보도를 두고 “개인정보 관련 정보가 유출”됐다고 밝힌 것에 대해 “의원님께 어떻게 말씀드렸는지 모르겠지만 압박이나 그런 걸로 느껴졌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앞으로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권익위 조사 등에서) 청탁금지법 위반 결정이 나면 그만 두겠나’라는 조승래 민주당 의원 질의에는 “결과 나오면 보고 책임질 일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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