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 전 문화일보 논설위원이 7일 한국방송공사(KBS) 사장 후보자로서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한다. 일찍이 ‘낙하산 내정자’ 의혹을 받아온 박민 후보는 문화일보 재직 시절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 의혹, 상습 체납 문제 등 전반에 걸친 의혹을 받고 있다.

▲박민 KBS 사장 후보자. 사진=KBS
▲박민 KBS 사장 후보자. 사진=KBS

 

정권 ‘낙하산’ 의혹

박민 후보는 KBS 김의철 전 사장 해임(9월12일), 차기 사장 공모(9월21일) 전인 8월경부터 언론계 안팎에서 ‘차기 KBS 사장 후보군’으로 거론됐다. 신문사 기자 출신으로 공영방송 관련 이력이 없는 박민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이었던 2019년 법조언론인클럽 회장을 맡았고,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서울대 정치학과 동문이라는 점에서 주목 받았다. 윤석열 정부 들어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박노황 TBS 이사장 등 법조언론인클럽 회장 출신 인사들이 언론 분야 요직에 오르고 있다.

박민 후보가 선정되기까지의 과정도 ‘낙하산 의혹’을 키웠다. KBS 이사회는 야권 이사들이 해임된 자리가 여권 이사들로 채워져 여야 6대5를 이룬 직후 김의철 전 사장을 해임했다. KBS 내의 보수성향 노조(KBS노동조합) 등이 박 후보를 ‘낙하산 내정자’로 규정한 가운데 사장 후보 공모가 이뤄졌고 시민평가 절차가 생략됐다. KBS 이사회는 10월4일 3배수 후보 면접을 거쳐 최대 3번의 결선투표에서도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재공모를 하기로 했는데,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자 여권 이사장이 투표를 중단시켰다. 이후 최종 후보 2인 중 한 명이 사퇴했고 여권 이사들은 재공모 없이 박 후보를 임명제청하기로 했다.

청문회에선 박 후보와 윤석열 대통령 등 여권 인사들 관계, 공모 관련 절차적 문제 등이 다뤄질 전망이다. 박 후보는 국회에 제출한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윤 대통령과 “통상적인 기자와 취재원 관계”이고, 정부여당과 관계는 “기자 생활을 열심히 하면 통상적으로 형성되는 네트워크”라 답했다.

윤석열 검찰총장·대통령 옹호 논란

전직 기자로서 박민 후보의 행보에도 ‘윤석열’이라는 키워드가 빠지지 않는다. 지난 2020년 박민 후보가 회장이었던 법조언론인클럽은 소위 ‘추·윤 갈등’으로 불린 추미애 당시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해 ‘법조 기자 94%가 추 장관 수사지휘권에 부정적’이라고 발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게 우호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을 불렀다. 당시 설문엔 207명 중 99명이 참여했고, MBC·YTN 등 일부 언론사 기자는 불참했다.

박민 후보가 문화일보 논설위원으로서 윤석열 대통령 관련해 주로 우호적 기사(칼럼)를 쓰다 공영방송 사장에 도전한 점도 눈에 띈다. 박 후보는 지난해 대선 직후였던 3월 시론에서 “정치적 득실을 따져도 윤 당선인은 밑질게 없다”, 그해 12월 시론에선 “정치적 빚도 없고 향후 이들과 정치적 운명을 함께 할 가능성이 없는 윤 대통령이야말로 정치개혁의 적임자”라는 평가를 내놨다. 올해 7월 시론에선 “윤 대통령은 ‘파괴자’의 운명을 타고났다”며 “박근혜 특검에 참여해 한계에 이른 우파 정권의 숨통을 끊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좌파 아이콘 조국 법무부 장관과 맞서 좌파 스스로 무능과 내로남불을 드러나게 했다”고 했다. 주로 일상적 소재를 다루는 칼럼(오후여담)에선 5월 윤석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한 달항아리, 윤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배우자인 유코 여사와 진관사를 방문한 이야기 등을 전했다.

▲KBS 사장 후보인 박민 전 문화일보 논설위원이 문화일보 재직 기간 쓴 칼럼 일부
▲KBS 사장 후보인 박민 전 문화일보 논설위원이 문화일보 재직 기간 쓴 칼럼 일부

공영방송 독립성 침해 우려

여권이 ‘불공정 보도’ ‘가짜뉴스’ 등의 비판을 남발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박 후보가 사장 후보 지원서에서 ‘불공정 보도 문책 범위 확대’ ‘불공정 보도 사과 기자회견’ 등 계획을 밝힌 점도 우려를 부르고 있다.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가져야 할 독립성, 제작자율성 관련 원칙을 검증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박 후보는 국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도 “일부 기자들이 공영방송의 역할, 공정성 공익성 및 KBS 방송제작가이드라인 등을 제대로 준수하지 못해 불공정 편파 보도를 양산했고 이로 인한 국민 신뢰 상실이 수신료 분리 징수 사태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거나 “편파 불공정 방송이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KBS의 공정성과 신뢰도를 훼손한 TV와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와 출연자를 즉시 교체할 필요도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부당한 지시나 간섭을 하지 않는 이상 게이트 키핑은 제작 과정의 한 부분이며 올바른 게이트 키핑이 KBS의 보도와 시사 프로그램의 신뢰를 담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

박 후보는 2021년 문화일보 편집국장 임기를 마치고 휴직할 무렵 일본계 다국적 기업 ‘트랜스코스모스 코리아’ 자문역으로서 월 500만 원씩 총 1500만 원을 받아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직무 관련 여부 및 명목에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 원, 매 회계연도에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안 된다는 청탁금지법 조항을 위반했다는 의혹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국민권익위원회에 박 후보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신고한 바 있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경향신문은 박 후보가 문화일보에 제출한 대외활동 허가원상 자문 기간은 2021년 4월21일~7월23일로 휴직 기간(5월17일~7월23일)보다 이르다고 지적했다.

박 후보는 앞서 KBS 이사회 심사를 받는 과정에서 해당 자문활동이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지 ‘권익위 유권해석을 받았다’고 했다가 ‘전화 상담을 했다’고 말을 바꿨다. 국회에 제출한 답변서에선 “자문의 상세 내용이 공개되면 해당 기업에 유무형의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조사 중인 상황에 따라 상세 자료를 제출할 수 없다”면서 근거 자료를 제시하지 않았다.

기타소득 급증

박 후보가 문화일보에 재직하는 동안 근로소득 외의 기타소득이 급증한 배경에 대한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1일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8년 120여만 원에 불과했던 박 후보 기타소득이 2019년 1600여만 원, 2020년 3200여만 원, 2021년 1600만 원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문화일보 편집국장 시절 기준 세전 9000여만 원의 연봉을 받았던 박 후보자의 지출은 2019년과 2020년 각 1억2000여만 원, 2021년 1억3000여만 원, 2022년 2억여 원이다. 박 후보는 기타소득은 “문화일보에서 회사 공로 포상금으로 수령”했고, 수입보다 지출이 큰 것은 “(자녀) 사교육비 지출 등”에 따라 전세 보증금 차액, 본인 및 배우자 차입금 등을 생활비로 사용했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2022년 6월29일 박민 당시 관훈클럽 총무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초청 관훈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관훈클럽TV' 영상 갈무리
▲2022년 6월29일 박민 당시 관훈클럽 총무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초청 관훈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관훈클럽TV' 영상 갈무리

주택임대차법 위반 의혹

야권에선 박 후보가 지난해 5월 본인 소유의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아파트(전용면적 84.98㎡) 전세계약을 2년 연장할 당시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위반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당시 임차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서 임대료 인상폭을 5%로 제한할 수 있었는데, 박 후보가 ‘계약갱신요구권을 유보하고 계약하기로 합의’한다는 단서를 달아 보증금을 40% 올려 받았다는 것이다. 박 후보는 “이전 계약 시 전세금 시세에 비해 2000만 원가량 낮게 임대계약을 체결”했고 “임차인과 합의”했다는 입장을 냈다.

상습 체납

박 후보자가 과태료 등 체납에 따라 1989년부터 현재까지 소유한 4개 차량(현재 사용 중인 차량 제외)에 대해 52차례 압류를 통보 받는 등 ‘상습체납’ 이력이 비판 받고 있다. 이인영 민주당 의원실 및 경향신문에 따르면 박 후보는 불법주차 과태료, 자동차세 미납, 책임보험 위반, 속도 위반, 버스전용차로 위반, 지방세 체납 등을 비롯한 사유로 자동차 압류를 통보 받았다. 박 후보가 소유한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아파트의 경우 세금 체납에 따라 2005년 11월 압류 설정된 바 있다. 박 후보는 아파트 건의 경우 2005년 1월부터 미국 연수를 더나 재산세 과세 고지를 받지 못했다고 서면 답변서에 밝혔다.

병역 면제

병역판정 검사에서 1급 판정을 받았던 박 후보가 4년 뒤 질병 등 이유로 병역을 면제 받은 것에 대한 ‘병역 면제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박 후보는 1985년 10월 1급 현역병 입영대상 판정을 받았으나, 1988년 9월 7급 재검 대상으로 판정, 3개월 뒤인 12월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았다. 1989년엔 3월 소집 후 귀가(재검 대상), 5월 7급 재검 대상 판정 등을 받은 끝에 소집면제 판정을 받았다. 면제 사유는 수핵탈출증(허리 디스크)이다. 박 후보는 서면 답변서에서 대학 진학 후 장시간 공부와 불규칙한 생활 등으로 기존에 있던 ‘수핵탈출증’ 및 ‘요추 추간판 탈출증’, 부동시 등이 매우 악화돼 신체검사 재검을 신청했다며 “병역법에서 규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됐으며 여기에는 한 점의 의혹이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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