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공의 대통령 관저 이전 개입 의혹을 부풀렸다는 민원이 제기된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 제작진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의견진술 절차에 참석하게 됐다. 의견진술은 중징계인 법정제재 의결 전 방송사의 소명을 듣는 절차다. 

방통심의위 방송심의소위원회(방송소위, 위원장 류희림)는 5일 회의에서 <주진우 라이브>(2월2일 방송) 관련 안건을 심의했다. 해당 방송에서 진행자와 출연자들은 역술인 천공이 대통령 관저 선정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대담했다.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의 증언을 소개했고, 진행자는 ‘제3세계, 후진국 대통령들이 역술인들과 같이 다녔다는 토픽은 가끔 봤는데 굉장히 쇼킹한 뉴스’라고 말했다. 

다른 코너에선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출연해 ‘대한민국이 드디어 무당 공화국이 되는구나, 점쟁이 공화국이 되는구나 했더니 이제 딱 나타났다’, ‘대통령실에서 가짜 뉴스라고 얘기하는 것은 다 진짜 뉴스다’ 등의 발언을 했다. 민원인은 방송이 천공 개입 의혹을 사실로 단정해 논란을 증폭시켰다고 비판했다.

총 5인의 심의위원 중 여권 추천 위원 3인은 만장일치로 제작진 의견진술 의결에 동의했다. 류희림 위원장은 “사실인 것처럼 확신한 내용이 많다”고 지적했다. 황성욱 위원(국민의힘 추천)은 “애당초 전언에 의한 방송이다. 공영방송은 거리감을 두고 논평해야 한다”고 했다. 허연회 위원(국민의힘 추천)도 “후속 취재가 없는 상태에서 확실하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가짜뉴스”라고 말했다. 

반면 야권 위원 2인은 ‘문제없음’ 의견을 냈다. 옥시찬 위원(문재인 대통령 추천)은 “부승찬 전 대변인이 저서에 밝혀 국민 관심이 들끓었던 사안”이라며 “모든 언론이 다룬 소재를 방송했단 이유로 제재한다면 또 하나의 과잉심의 사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김유진 위원(문재인 대통령 추천)도 “진행자는 천공 개입설을 사실로 단정한 바 없고 의혹으로 접근한다”며 “(이 정도를 제재하면)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전 대통령이 청와대 출신 민주당 의원들을 만찬에 소집했다’는 내용의 조선일보 기사를 인용해 허위사실을 방송했다는 민원이 제기된 TV조선 <신통방통>(8월8일 방송)에는 행정지도 ‘권고’가 의결됐다. 해당 조선일보 기사는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에 따라 약 한 달 후 김한규 민주당 의원측의 반론보도문을 게재했다. 다수 위원들은 조선일보에 반론보도가 게재됐음에도 후속 정정보도를 하지 않았다며 행정지도 수준의 의견을 냈다. 

이날 류희림 위원장이 문제없음 의견을 내자, 같은 의견을 낸 김유진 위원이 ‘일관성 없는 편파심의’라며 반박하기도 했다.

김 위원은 “네 곳의 방송사가 뉴스타파 인터뷰 진상이 밝혀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의혹을 인용보도했단 이유만으로 수천만 원의 과징금을 받았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조선일보 기사를 사실확인 노력 없이 인용했다”며 “나는 나의 일관성을 지키기 위해 이 정도 인용 대담은 문제없다는 의견이다. 그동안 작은 사실관계(오류)에 대해서도 법정제재 의견을 내고, 인용보도의 사실관계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과징금 의견까지 내신 분이 이 보도에 대해선 왜 다른 잣대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에 류 위원장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 밝혀진 뉴스타파와 (TV조선 안건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건 비약”이라며 “개인 위원의 제재 의견을 편파적이라고 비난하면 누가 의견을 낼 수 있나”라고 반박했다. 김 위원은 “사안에 따라 달라지는 일관성 없는 심의, 특정 채널엔 가혹하거나 관대한 심의 결과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는 흔적을 남기겠다”며 해당 안건 의결에 기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