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여의도 KBS. 사진=미디어오늘 자료사진
▲ 서울 여의도 KBS. 사진=미디어오늘 자료사진

KBS 시청자위원장이 박민 사장 등 KBS의 신임 간부진이 참석한 회의에서 박 사장 취임을 전후해 KBS에서 벌어진 진행자 하차, 프로그램 폐지, 뉴스 사유화 논란 등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최경진 KBS 시청자위원장은 지난 16일 시청자회의에서 한 발언 전문을 공개했다. “공영방송 KBS의 최근 사태에 대한 우려가 대단히 크다. 적어도 몇 주일 정도 걸릴 만한 중차대한 일들이 단 하루 이틀 만에 벌어졌다”면서 이례적으로 작심 비판을 쏟아낸 내용이다.

최 위원장은 먼저 KBS ‘뉴스9’ ‘주진우 라이브’ ‘최강시사’ 등 보도·시사프로그램 진행자 들이 마지막 인사도 못한 채 갑작스럽게 교체된 일을 지적했다. 그는 “‘새롭게 달라진 KBS 뉴스를 보여주기 위해 교체했다’는 게 이유라지만 사실 그다지 설득력 있게 들리지 않는다. 이 앵커(이소정 전 ‘뉴스9’ 앵커)의 경우 KBS 최초의 여성 메인 앵커로서 여성계에서도 상징성이 있었고 사회적으로 평가도 좋았기 때문이다. 수신료를 내는 시청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일부 프로그램의 경우 아직 책임 보직자로 발령받지도 않은 분이 실무제작진에게 진행자를 하차시키라는 무리한 요구를 했던 걸로 알려져 충격을 주었다. 그게 사실이라면 명백한 제작 자율성 침해이자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한 행위”라고 질타했다.

박 사장 취임 첫날 KBS 2TV 시사교양프로그램 ‘더 라이브’가 편성에서 삭제되고 해당 시간대에 드라마, 예능 재방송이 편성된 일을 두고는 “그 귀한 시간대에 전파낭비까지 해가면서 재방송이라니 놀라울 따름”이라며 “도대체 무엇이 급해서 그렇게 무리하게 속전속결로 처리해야 했는지 모르겠다. 상식을 뛰어넘는 이러한 조치들에 대해 한 시청자는 청원에서 ‘시청자를 우롱하는 처사’라며 항변한다”고 지적했다.

▲KBS 시청자위원회 홈페이지
▲KBS 시청자위원회 홈페이지

최 위원장은 “프로그램을 개편해야 한다면 책임자와 제작진이 절차에 따라 편성에 대해 합리적으로 소통하고, 진행자 교체든 새 프로그램 편성이든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이렇게 절차를 어기는 행위는 KBS 편성규약은 물론 방송법 제4조(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에도 정면으로 위배되는 사안이다. 이 의견도 KBS 시청자위원회 운영규정 제3조(권한과 직무)에서 ‘방송편성에 관한 의견제시 또는 시정요구’를 할 수 있는 근거에 따라 개진한다는 걸 밝힌다”고 강조했다.

이소정 앵커 후임인 박장범 앵커가 ‘뉴스9’를 통해 박 사장이 ‘불공정 보도’라 규정한 KBS의 과거 오보 4건을 그대로 나열한 일도 지적했다. 앞서 KBS기자협회가 “뉴스 사유화”라 항의한 일이다. 최 위원장은 “국민의 공공재산인 소중한 전파를 길게 사용하면서까지 그렇게 전해야 했을지 잘 이해되지 않는다”며 “(박 앵커 멘트는) 뉴스의 객관성을 넘어 주장이 담긴 해설처럼 보였다. 바로 그 자리에서 앵커가 다짐했던 균형성과 객관성, 공정성을 스스로 어긴 리포트”로 보였다고 꼬집었다.

또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은 보도하지 않을 것”이라는 박 사장의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발언 등이 “독려가 아니라 겁박처럼 들릴 것”이라는 우려도 전했다. 최 위원장은 “‘문제 시 책임을 묻고 징계하겠다’는 분위기 속에서 앞으로 그렇게 적극적으로 취재하려는 기자가 얼마나 될까. 자연스레 기자들은 공공조직이 뿌리는 보도자료나 검경이 확인해준 수사내용, 법원의 판단으로 확인된 사실, 심지어 경쟁사들 보도로 이미 확인된 내용, 이런 내용들에만 안주하려 할 것”이라며 “게다가 본의 아니게 발생한 오보를 두고 정파성이나 편파성 딱지를 붙인다면 어느 기자가 용기를 내 취재하려 할까. 그저 밋밋한 스케치나 동정 기사들이 양산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은 7~80년대가 아니다. 미디어환경과 세상은 크게 달라졌고 뉴스에 대한 시청자들의 판단력도 과거와 달리 크게 향상되었다. 시청자들의 시각과 판단은 더욱 날카로워졌고 엄격해졌다”며 “대표 공영방송 KBS가 암울했던 과거사 속에서 그래도 조금씩이나마 지키려고 했던 그 면모와 권위가 지난 며칠간 KBS에서 일어난 일들로 일순간 물거품이 되는 건 아닐지 깊은 우려의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나아가 최 위원장은 “앞으로 뉴스든 시사 제작물이든 전파를 타는 내용은 물론, 상식적으로 판단했을 때 보도 가치가 상당함에도 외면하거나, 보도하더라도 본질을 피해가는 사안들에 대해서도 냉철하게 지적하겠다. 왜곡 보도는 두말할 나위 없다”면서 “KBS가 이러한 충정 어린 제언과 고언을 외면한다면 시청자 국민의 준엄한 비판은 물론 거센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거라는 점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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