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들이 ‘취재’가 아닌 ‘농성’을 위해 국회를 찾았다. 지난 15일 오후 1시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이동관 방통위원장 탄핵’과 방송3법 대통령 수용을 요구하며 국회의사당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농성에 나선 언론인들의 옷에는 ‘큐알코드’가 있다. 접속하면 이동관 위원장 탄핵 서명운동 페이지로 이어진다. 국회에선 더불어민주당이 이동관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15일 오후 5시30분, 천막 앞에서 ‘이동관 탄핵’ 깃발을 들고 선전전을 하고 있는 윤창현 언론노조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가장 큰 문제는 언론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전면적인 검열 시도”라며 무리한 공영방송 이사 해임, 뉴스타파 및 인용 방송사에 대한 이례적인 심의, YTN 민영화 등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한 탄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지난 15일 오후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이 국회 앞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 지난 15일 오후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이 국회 앞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일부 보수언론과 여당 일각에선 임명 3개월 만에 탄핵을 추진하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윤창현 위원장은 “임명된 지 얼마 안 됐는데 그 3개월 동안 방송계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봐야 한다”며 “위헌적이고 퇴행적이고 반법률적인 일들이 줄줄이 벌어지고 있다. 3개월이 아니라 3초도 머물러선 안 되는 사람”이라고 했다. 

민주당을 향해 윤창현 위원장은 “이번 탄핵 추진이 자당의 정치적 이해가 아니라 진정으로 언론 자유와 방송 독립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방통위원 추천에 언론 시민사회의 의사를 전폭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KBS가 ‘급변’하고 있다. 박민 KBS 사장 임명을 전후로 방송뉴스 앵커들 하차, ‘더라이브’ 편성 삭제, ‘주진우 라이브’ 폐지 등이 이어졌고 KBS는 ‘편파보도’ 사례를 모아 사과했다. 뉴스타파 보도를 인용했다는 이유로 내려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과징금 조치엔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윤창현 위원장은 “자사의 저널리즘을 돌아볼 수는 있다. 그러기 위해선 ‘평가작업’이 우선되고, 어떤 과정을 거쳐 복구할지도 제시해야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삭제됐다”며 “‘대국민 사과’라고 하지만 사실상 ‘대용산 사과’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과징금을 수용한 건 지금이 국가검열 체제라는 걸 사실상 인정하고 박정희 시대 때처럼 권력이 두드리면 머리 숙이고 ‘잘못했습니다’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동관 탄핵은 언론 노동자들의 밥그릇 문제가 아니다.” 윤창현 위원장은 “대한민국이 언론 자유를 이야기 할 수 있고, 누구나 정치인과 대통령을 비판할 수 있는 최소한의 민주적 기반을 갖춘 나라인가를 묻고 있는 절차”라며 대국민 서명 참여를 독려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윤창현 언론노조위원장이 15일 방송3법 개정안 대통령 수용과 국회의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안 의결을 촉구하는 농성에 앞서 기자회견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제공
▲  윤창현 언론노조위원장이 15일 방송3법 개정안 대통령 수용과 국회의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안 의결을 촉구하는 농성에 앞서 기자회견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제공

- 이동관 방통위원장 탄핵을 촉구하는 이유는.
“처음부터 대단히 부적절한 인사였다. 언론계에선 이미 헌법 가치에 반하는 언론통제 행위를 일삼은 전력 때문에 절대 그 자리에 오면 안 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서 말했다. 압도적 다수의 언론인들이 부적격하다고 응답한 (한국기자협회) 여론조사 결과도 있었다. 그런데 임명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많은 문제로 이어졌다. 가장 큰 문제는 언론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전면적인 검열 시도다.” 

- 어떤 문제가 있었나. 
“원스트라이크 아웃이니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을 하면서 법적 근거도 없는 심의를 밀어붙이다가 곳곳에서 제동이 걸리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도 내부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 KBS에선 박민 사장이 들어오기도 전에 점령군처럼 프로그램 진행자 쫓아내고 폐지해버리고 제대로 된 설명도 없다. 이건 방송법과 편성규약, 단체협약 위반 등 위법 요소가 많다. 관리감독 책임자인 방통위원장으로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다.”

“사실 방통위가 (사장 교체의 포석으로) KBS 이사회의 인적 구조 변경을 주도한 것이다. MBC에도 그랬지만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총선을 앞둔 언론 통제가 너무 급해서 법이고 원칙이고 제도고 절차고 다 무시하고 있는 것 같다. 입법기관인 국회의 견제 기능을 발휘해서 탄핵하는 건 상식적인 절차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25일 이동관 방통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주는 모습.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25일 이동관 방통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주는 모습. ⓒ연합뉴스

- 농성은 언제까지 할 계획인가.
“탄핵 될 때까지 한다. 원내에선 11월 말 12월 초로 얘기하고 있기 때문에 그 정도 시점으로 보고 있지만, 더 늦어져도 농성을 할 것이다.”

- 일부 보수언론이나 국민의힘 쪽에선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방통위가 식물 부처가 되고, 혼란이 클 것이라는 주장을 한다. 특히 방송사 재허가 재승인 심사를 못하게 된다고 얘기한다.
“방송법상 재허가 탈락을 해도 1년 간 방송할 수 있다. 이건 탈락도 아니고 심사가 지연되는 것일 뿐이다. 혼란은 없을 것이다. 탄핵이 헌재에서 인용되면 새 방통위원장이 하면 되는 것이고, 기각되면 국회 추천 위원을 임명해 하면 된다. (방통위는 국회 추천 위원 없이 대통령 추천 2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국회는 여당 1인, 야당 2인을 추천할 수 있다.) 지금도 국회추천 위원을 임명할 수 있는데 위원장 직무정지가 되면 여야 동수가 돼 여권 우위가 확보되지 않으니 정부가 임명을 미룰 수 있을 것이다. 그 것 자체가 방통위를 합의제 기구로 운영할 의사가 없다는 명확한 증거이기에 탄핵이 더 필요한 이유라고 본다. 6개월 정도 식물부처 되는 게 지금처럼 6개월 일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

- 정치권이 방통위 상임위원을 추천할 때 언론노조 등 언론단체에선 우려하는 점이 있다. 
“국회의 추천권은 국회가 언론계와 시민사회 등의 의사를 대변하라는 것이지 자당의 정치적 이익을 강화하기 위해 방통위원 자리를 이용하라는 뜻이 아니다. 민주당이 이번에 탄핵을 추진하는 것이 자당의 정치적 이해가 아니라 진정으로 언론 자유와 방송 독립을 위한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이번만큼은 방통위원 추천에 언론 시민사회의 의사를 전폭적으로 반영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  언론노조 천막농성과 함께 피켓을 들고 선전전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금준경 기자
▲  언론노조 천막농성과 함께 피켓을 들고 선전전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금준경 기자

- 임명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탄핵을 추진하는 건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다.
“임명된 지 얼마 안 됐는데 3개월 동안 방송계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봐야 한다. 3개월이 아니라 3초도 머물러서는 안 되는 사람이다. 3개월 동안 벌어진 일이 지난 정부 방통위 3년 간 벌어진 일보다 더 많다. 위헌적이고 퇴행적이고 반법률적인 일들이 줄줄이 벌어지고 있는데 말이 안 된다.”

- 방통위가 최근 민주당 주도로 의결한 방송 3법에 반대 입장을 냈다.
“방통위가 정치조직으로 변질됐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방통위는 방송 관련 법안에 대해서 의견을 낼 수는 있는데, 당사자인 방송 종사자들의 의견을 과연 들어봤는지 의문이다. 방통위가 국민의힘의 정치적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사실상 집권 세력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하는 방송장악위원장이라는 걸 스스로 계속 입증하고 있다. 방통위의 지금 구조가 그 정도로 망가진 것이다.”

- KBS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안팎에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 사회가 여러 굴곡을 거치고, 특히 촛불 시위 국면을 거치면서 국민들 사이에 언론 자유의 문제와 관련해 심리적 합의의 선이 있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 공영방송의 저널리즘을 비판할 수 있다. 충분히 비판할 지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공영방송을 비판한다고 해서 이동관 위원장을 앞세워 이명박 박근혜 때 KBS, MBC를 만들겠다는 건 국민들에게 납득이 안 된다. 명백한 퇴행이다. KBS는 박민 사장이 가자마자 국민의 방송이 아니라 박민의 방송을 만들어버렸다.” 

▲ 지난 14일 서울 영등포구 KBS 아트홀에서 박민 KBS 사장과 신임 본부장들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KBS
▲ 지난 14일 서울 영등포구 KBS 아트홀에서 박민 KBS 사장과 신임 본부장들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KBS

- KBS가 메인뉴스를 통해 과거 편파보도 사례를 사과했는데, 어떻게 보나.
“KBS 내부의 저널리즘 문제가 있는 사례를 언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러려면 내부의 평가 작업이 우선돼야 하고, 앞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걸 복구할 것인지도 제시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삭제됐다. 임명 이틀째인 박민 사장 체제에서, 막 내리꽂은 간부들이 이틀 만에 평가작업을 할 수 있었나. 더구나 사실상 국민의힘 2중대 발언을 해온 이들의 입에서 이런 사과가 나오면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대국민 사과’라고 하지만 사실상 ‘대용산 사과’를 한 것이다. 큰 문제 중 하나가 기자가 검찰에 기소된 걸 자신들의 잘못이라고 한 대목이다. 이건 공영방송 사장으로서가 아니라 언론사 사장으로서 하면 안 되는 얘기다. 저널리즘적인 오류가 내부에서 발생했다 해도 그걸 빌미로 기자를 기소하는 행태를 인정하고 용납한다는 건 언론사 사장으로서 적절치 않다. 자신이 몸담은 문화일보 편집국장으로서도 해선 안 되는 발언이다.”

▲ 지난 15일 오후 1시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이동관 방통위원장 탄핵’을 요구하며 국회의사당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사진=김용욱 기자
▲ 지난 15일 오후 1시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이동관 방통위원장 탄핵’을 요구하며 국회의사당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사진=김용욱 기자

- KBS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과징금 결정을 수용하겠다고 했다.
“정상이 아니다. 지금이 국가검열체제라는 걸 사실상 인정하고 박정희 시대 때처럼 권력이 두드리면 머리 숙이고 ‘잘못했습니다’ 하겠다는 거 아닌가. KBS를 공영방송이 아니라 국영방송으로, 사실상 윤석열 정부 하에 운영되고 있는 KBS처럼 만들겠다는 거다. 공영방송이 뭔지를 모르는 사람이라는 걸 그 사과에서 그대로 보여주는 거다.”

-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나.
“이동관 탄핵은 언론 노동자들의 밥그릇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이 상식 선에서 언론 자유를 이야기할 수 있고, 누구나 정치인과 대통령을 비판할 수 있는 최소한의 민주적 기반을 갖춘 나라인가를 묻고 있는 절차라고 생각한다. 저희가 100만 서명을 벌이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많은 시민들이 동참해주시길 바란다. 흔들리는 언론 자유와 민주주의를 바로 세울 때 자기 삶의 요구도 떳떳하게 얘기할 수 있고, 두려움 없이 공론장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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