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형 충북 제천·단양 예비후보가 현직 KBS 인재개발원장 신분으로 예비후보 등록을 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KBS는 해당 인사에 대해 징계가 아닌 ‘소급 면직’ 처분을 했다.

이충형 전 KBS 인재개발원장은 지난 12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의 충북 제천·단양 선거구 예비후보(국민의힘)로 등록한 뒤 현충탑을 참배했다. 이 전 원장은 예비후보로 등록한 다음날(13일)까지도 KBS 사내망에 인재개발원장 신분으로 등록돼있었다.

▲이충형 전 KBS 인재개발원장. 사진=본인 페이스북
▲이충형 전 KBS 인재개발원장. 사진=본인 페이스북

이충형 전 원장은 인재개발원장이 되기 전부터 총선 출마 후보군으로 거론됐다. 지난 9월 충청리뷰는 <제천 출신 이충형 KBS 상황실장, 내년 총선 출마하나?> 기사에서 “22대 총선을 7개월 앞두고 KBS 보도본부 이충형 상황실장(전 통합뉴스룸 부장)의 지역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며 “이 실장이 각계 유명인사 수십 명을 앞세운 ‘희망도시포럼’을 설립하자 지역에서는 내년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둔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실제로 이 실장은 지난 21대 총선 때도 출마를 저울질했던 것으로 전해져 이 같은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0월에는 충청권 언론 중부매일이 <22대 총선 리포트 후보·관전 포인트-6. 제천·단양> 기사에서 “국민의힘에서는 엄태영 국회의원(65)과 권석창 전 국회의원(57), 이충형 KBS보도본부 통합뉴스룸 부장(57), 이찬구(61) 제천시 정책자문단 위원장 등이 거론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충청리뷰 및 중부매일 기사 갈무리
▲충청리뷰 및 중부매일 기사 갈무리

KBS 취업규칙은 KBS 직원이 정치활동에 참여하거나 정치단체의 구성원이 되어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KBS는 박민 사장 취임 이틀차인 지난달 14일 그를 인적자원실 인재개발원장으로 발령냈다. 이에 언론노조 KBS본부가 지난 11일 이 전 원장에 대한 검증 실패 책임을 물어 박 사장 등 인사책임자 사퇴를 요구한 바 있다.

사측은 13일 이틀 전인 11일자로 이 전 원장 면직 인사를 냈다. 후보등록이 이미 끝난 뒤에 등록일 전날로 면직일자를 명시한 ‘소급 인사’를 낸 것이다. KBS 사측은 이번 인사에 대해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13일 성명에서 “(이 전 원장이) 새빨간 바탕에 ‘당신이 희망이다’ 라는 문구를 적어 현수막을 걸 때부터 설마설마 했지만 이렇게 뻔뻔하게 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더구나 예비후보 등록 전에 당원 가입부터 해야 하는 만큼 이 원장의 정당 활동 기간은 훨씬 전부터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원장의 정치 활동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이를 걸러내지 못하고 주요 보직에 임명한 낙하산 박민 사장과 류삼우 부사장, 주성범 인적자원실장은 이번 인사참사에 대해 즉각 사과하고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이충형 당시 KBS 인재개발원장 명의로 게시된 현수막. 사진=언론노조 KBS본부
▲이충형 당시 KBS 인재개발원장 명의로 게시된 현수막. 사진=언론노조 KBS본부

논란의 당사자인 이 전 원장은 14일 통화에서 “저는 이미 퇴직된 사람이기 때문에 통화드릴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퇴직 처리 시점에 대해 그는 “이미 퇴직이 돼 있다. 그런 것을 제가 언급할 이유가 없다”며 구체적 답변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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