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 사장 취임 열흘 만에 이뤄진 KBS 평기자 인사에서 현 여권이나 박 사장이 ‘불공정 보도’를 했다고 규정했던 기자 등이 비취재·제작부서로 발령됐다.

KBS는 23일자로 기자직군에 대한 인사발령을 공고했다. 박 사장 취임을 앞두고 ‘사사건건’ 앵커에서 하차했던 이재석 기자는 시청자센터 시청자사업부로 발령났다. 국민의힘은 올해 초 ‘뉴스9’ 주말 앵커였던 이재석 기자가 단식노동 중인 하청 노동자와 ‘노랑봉투법’(노조법 개정안) 등 관련 인터뷰를 한 것이 ‘불공정 인터뷰’라 주장한 바 있다.

▲서울 영등포구 KBS 본사. 사진=KBS
▲서울 영등포구 KBS 본사. 사진=KBS

14일 박민 사장 기자회견, 같은 날 ‘뉴스9’ 박장범 앵커 리포트에서 ‘불공정 보도 사례’로 거론됐던 ‘검언유착 의혹’ 보도를 당시 앵커로서 전했던 정연욱 기자도 시청자센터 시청자서비스부로 발령났다. 정 기자의 경우 2016년 당시 국·부장단이 KBS기자협회 활동을 압박했던 ‘기자협회 정상화 모임’을 비판하는 내용의 외부 기고를 했다가 제주총국으로 부당전보된 일도 있다.

KBS 사장이 교체되는 과정에서 해임된 남영진 KBS 이사장 시절 이사회 사무국장이었던 황상길 기자도 시청자센터 시청자사업부로,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장 출신인 이경호 기자도 시청자센터 시청자서비스부로 발령났다.

박 사장이 문제 삼았던 보도를 했던 기자가 경인취재센터로 발령난 사례도 있다.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이른바 ‘오세훈 생태탕 의혹’(오세훈 처가 땅 검증) 보도 취재진이었던 송명희 기자의 경우 12월1일자로 경인취재센터 소속이다.

박 사장 취임 당일부터 메인뉴스 앵커에서 하차해야 했던 이소정 전 ‘뉴스9’ 앵커의 경우 기존 통합뉴스룸 뉴스제작1부에서 시사제작국 시사제작2부 평기자로 발령났다.

평기자 인사에 앞서 김의철 전 사장 체제에서 주요 보직을 맡았던 인사 일부는 수원에 위치한 인재개발원으로 보내진 상태다.  언론노조 KBS본부장 출신으로 2019년 통합뉴스룸 국장을 맡았던 엄경철 기자와 역시 언론노조 KBS본부장 출신으로 박민 사장 취임 직전까지 통합뉴스룸 국장을 맡았던 성재호 기자가 대표적이다. 기자직군 외에도 전임 사장 시절 수신료 분리징수 문제를 최일선에서 대응했던 오성일 전 수신료국장이 인재개발원으로 발령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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