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에 따른 수신료 담당 인력 충원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일차적으로 사내 공모를 진행했지만 향후 관련 인사가 악용될 수 있다는 안팎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KBS는 지난 15일부터 20일까지 수신료국 및 사업지사, 지역총국 재원관리부에서 수신료 업무를 담당할 직원 207명을 공개모집했다. 담당 업무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 수신료 관리, 수신료 민원응대 및 유관기관 협력, 공동주택 분리신청 가구 수신료 관리, 분리고지 이후 체납 수신료 납부 독려, 수상기 등록 관리 및 수신료 제도 홍보 등이다. KBS는 향후 공모 지원자에 대한 심사 및 소속부서 협의 후 내년 1월초 이후 수신료국 발령 인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KBS는 공모 관련 우대 사항 및 우선순위 항목으로 △안식년 대상자 지원 시 선택적 안식년 전환 △1년 이상 근무 후 직권 전직 희망시 우선순위 검토 △1년 이상 근무 시 우수자 업무유공(사장상) 수여 △수신료 근무기간 지역 의무근무기간 인정 △향후 퇴직자재고용 선발시 우대 등을 덧붙였다.

▲서울 영등포구 KBS 본사 사옥. 사진=KBS
▲서울 영등포구 KBS 본사 사옥. 사진=KBS

KBS 사측은 한 부서 장기근무자나 고직급 저성과자 등을 우선 선발자 대상으로 특정해 반발을 부르기도 했다. 미디어스는 지역총무국 및 수신료 담당 직원 등이 사내 게시판에 “회사가 수신료 업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투명하게 잘 들여다본 기분” “수신료에 사활을 걸어야 할 이 시점에 수신료를 지키고 유지할 수 있는 유능한 인재들을 구성하는 게 KBS의 자세 아닐까 생각한다. 수신료국은 유배지가 아니다” 등의 항의를 제기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KBS는 ‘고직급 저성과자’ 등을 우선선발 요건으로 밝혔던 이유, 공모 관련해 제기되고 있는 비판 등에 대한 본지 질의에 21일 현재까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수신료 분리징수에 따른 관련 인력 충원은 불가피하다. 지난 7월 전기요금·수신료 통합징수를 금하는 방송법 시행령이 개정된 뒤 사실상의 유예기간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미 수신료 관리·징수 업무 현장에선 관련 민원 등으로 업무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박민 KBS 사장 ⓒ연합뉴스
▲박민 KBS 사장 ⓒ연합뉴스

다만 박민 사장 취임 후 이뤄진 인사 논란에 비춰 수신료 인력 관련 인사가 보복성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18일 KBS 결산승인 관련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 사장 취임 후 전임 사장 재임기간 주요 간부들을 인재개발원, 여권이 비판한 보도 관련 기자 등을 시청자센터로 발령하는 인사가 두드러졌다고 지적했다.

박민 사장은 이날 수신료 징수 담당 선정 기준을 묻는 윤영찬 민주당 의원 질의에 “1차적으로는 희망자에 한해서 배치”하고 “2차적으로는 순환 보직을 원칙으로 내부적으로 5가지 기준을 정했는데 여기서 말씀드리기는 좀 곤란하다”고 답한 바 있다.

이에 윤 의원은 “본인이나 회사가 ‘문제가 있다’, 특히 ‘공정성 관련 시비가 있다’고 보는 사람들을 뽑아서 ‘귀양’ 보내는 방식”이나 “압박하고 퇴출시키려는 전략”으로 인사가 이뤄져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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