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료 분리징수에 따른 본격적 대비를 위해 KBS가 직원 120여명을 수신료 담당 인력으로 파견했다. 당사자 의사나 인력 구조를 고려하지 않고 무리한 인사를 냈다는 비판이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KBS는 지난 15일자로 본사 및 지역총국 직원 120여명을 수신료 담당 부서로 파견했다. 앞서 KBS 사측은 지난해 12월 수신료 업무 담당 직원 207명을 공개모집했지만 목표 인원을 채우지 못했고 지난 4일 본사 직종별 및 지역총국별로 156명을 할당량을 채우라고 했다.

당초 82명이 배정된 본사의 경우 할당량이 많은 직종은 방송기술(16명), 프로듀서(15명), 기자(11명) 및 기획행정(11명), 일반행정(10명) 순으로 보도·제작 관련 분야에 주로 집중됐다. 장기근속자를 우선적으로 면담하면서 인사를 낸 사측은 기존 목표치를 채우지 못해 추가 면담 및 발령을 이어갈 전망이다.

▲서울 영등포구 KBS 사옥. 사진=KBS
▲서울 영등포구 KBS 사옥. 사진=KBS

고질적 인력난을 겪어온 9개 지역총국에도 74명이 할당됐다. 지역총국에선 정상적 기능조차 수행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인 강제 할당, 발령이 이뤄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례로 KBS 창원총국에선 취재기자 10명 중 1명, 창원총국에서 유일한 시사프로그램을 제작하던 인력이 수신료 담당으로 파견됐다. KBS기자협회 창원총국지회는 “경남에서는 창원총국과 진주방송국 취재기자를 합쳐 앞으로 평균 6명으로 하루 뉴스를 꾸리게 됐다”며 “때론 24시간 이상 특보가 이어질 수 있는 재난상황에 우리는 위태롭다”고 했다. “특집과 기획은 언감생심, 당장의 총선과 언제 있을지 모를 재난 상황이 조마조마할 뿐”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지회는 “수신료 파견 인력 운영이 계속 되어야 한다면 일률적 할당으로 지역방송을 고사 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지속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KBS 내부의 3개 노동조합 모두 당사자 의사에 반하는 ‘강제 발령’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17일 미디어오늘에 “면담 없이 강제발령, 거부의사를 밝혔음에도 강제발령된 조합원들의 부당전보를 다툴 예정”이라며 “이를 위해 법무법인 면담을 통해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 등을) 접수하여 법적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허성권 KBS노동조합 위원장도 같은 날 “생존을 위해 필요한 업무인 만큼 공감을 가지고 노조 간부도 자원했다. 그러나 강제 발령에 대해서는 최대한 줄일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며 수신료 가치를 위한 노동자의 희생이라고 보고 업무 투입시 각종 인센티브와 이점을 요구하고 관철시키고 있다”며 “업무에 어려움을 겪는 조합원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했다. 

같이노조의 경우 관련 인사가 이뤄진 15일 성명에서 “상식이 있는 대다수 구성원은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 수신료 담당 업무를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면담에서 거부의사를 분명히 밝혔음에도 납득할 수 없는 기준에 의해 발령난 조합원들에 대해 후속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