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 KBS 사장이 공사창립 51주년 기념식에서 재정 위기에 따른 특별명예퇴직 등을 주된 ‘성과’로 꼽았다.

박민 사장은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본사에서 진행된 기념식에서 3대 ‘KBS 미래비전’으로 △공영방송 본연의 역할 수행 △고품격 제작 스튜디오 ‘콘텐츠K’(가칭) △복합 방송 문화 공간 ‘K스튜디오’(가칭) 등을 제시했다. 이 3개 부문이 합쳐진 ‘종합 공영미디어그룹’으로 재탄생하겠다며 이를 위해 상반기 내에 조직개편을 시행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KBS는 박 사장이 말한 ‘콘텐츠K’에 대해 “영국 ‘BBC 스튜디오’와 같은 고품격 제작 스튜디오를 신설해 드라마와 예능 등 다양하고 수준 높은 콘텐츠를 제작하고 유통, 판매까지 담당하는 종합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K스튜디오’에 대해선 “K팝·K콘텐츠 중심이 되는 복합방송문화공간 가칭 ‘K스튜디오’를 신설할 것”이라며 “K팝부터 드라마, 푸드, 뷰티까지 문화 전 분야를 포괄해 전시와 공연 관람, 체험까지 할 수 있는 복합 공간이 될 것”이라고 했다.

KBS는 “박 사장은 아울러 방송법 시행령 개정에 따른 수신료 분리 고지의 본격 시행을 앞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국민을 섬기는 마음으로 시청자를 위한 책무 이행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며 “박 사장은 직원들의 역량과 열정, 잠재력을 일깨우고 KBS가 축적한 유무형 자산을 총동원한다면 KBS는 세계적인 공영미디어로 거듭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 사장은 방청객 편의를 위한 모바일 티켓 발권, 9월 목표로 한 KBS방송 견학홀 리모델링 등 시청자 불편 최소화와 제도 개선, 미래세대 소통 강화, 공동체라디오 등 협업 확대, KBS 콘텐츠 개방 확대 등 계획과 함께 “국민의 삶에 다가가는 KBS가 되겠다”고 했다.

▲2024년 3월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본사에서 진행된 '공사창립 51주년 기념식'에서 발언하는 박민 사장. 사진=KBS
▲2024년 3월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본사에서 진행된 '공사창립 51주년 기념식'에서 발언하는 박민 사장. 사진=KBS

그러나 “국민의 삶에 다가가는 KBS”가 되기 위한 공적 책무 강화 방안, 나아가 존립 위기를 부르고 있는 재정 위기를 해소할 방향성 등은 언급되지 않았다. 박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수신료 분리징수로 3000억 원대의 누적 적자가 예상된다고 밝혔고, 올해 KBS는 1400억 원대 적자 예산을 편성했다. 이해당사자간 갈등과 법적 쟁점 등으로 연기된 완전한 수준의 수신료 분리 고지·징수가 이뤄지면 재정 상황이 더 빠르게 악화할 거란 관측이 있다.

박 사장은 되레 이런 재정 위기 속에서 추진된 대규모 명예퇴직을 본인의 성과로 꼽았다. 박 사장은 이날 취임 100여일간의 주요 성과로 △국고보조금과 2TV 재허가 문제 해소 △프로그램 공정성과 경쟁력 회복을 위한 노력 △특별명예퇴직과 희망퇴직 등 인력 효율화 △사규와 원칙에 따른 운영 강화 등을 꼽았다.

이는 박 사장 취임 직후부터 최근 윤석열 대통령 신년대담에 이르기까지 지속된 이른바 ‘땡윤뉴스’ ‘정권 홍보방송’ 등 비판, 갑작스러운 프로그램 진행자 교체 및 폐지 사태 반복, 국장 임명동의제 무력화와 4·16 세월호 참사 10주기 다큐 불방 사태에 대한 편성위·공방위 무산 등과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 박 사장이 ‘3대 비전’을 밝힌 4일에도 ‘전국노래자랑’ MC가 사측의 일방적인 통보를 받고 하차하게 됐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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