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에 중점을 두고 운영되어온 KBS 1TV도 광고영업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KBS 이사회에서 나왔다. 지난해 분리징수로 KBS 수신료 수입이 줄고 광고수입도 목표에 미달한 가운데 공영방송 책무와 이를 보장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는 역행하는 흐름이다.

박민 KBS 사장은 28일 열린 KBS 정기이사회에서 ‘2023회계연도 결산안’을 보고하면서 “지난해 광고 시장 규모 축소와 콘텐츠 경쟁력 약화로 인해 광고 수입이 급격히 감소해 당기 순손실 553억원, 사업 손실 645억원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조봉호 KBS 경영본부장은 “(지난해) 전체 지상파 광고시장은 1조 290억에서 9207억으로 24% 감소했고, KBS의 점유율은 21.9%에서 21.45%로 소폭 하락했다”고 추가 보고했다. 그러면서 “당초 당기순이익 3억을 목표했으나 실제로는 55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했다.

▲서울 영등포구 KBS 본사 사옥 ⓒ연합뉴스
▲서울 영등포구 KBS 본사 사옥 ⓒ연합뉴스

조 본부장은 “(주요 수입 가운데 하나로) 수신료 수입은 목표 대비 169억 미달했다. 7월 분리고지 방송법 시행령이 통과된 뒤 순환률이 하락했다”고도 했다. 또 “방송제작비(비정규직·프리랜서 인건비 포함)는 예산 대비 358억원 절감했고 인건비는 예산 4953억원 대비 4890억원으로 예산 범위에서 집행했다”고 했다.

이 자리에서 황근 KBS 이사(여권 추천)는 KBS1TV 채널에 광고를 받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BS 1TV는 공익캠페인 외에 광고를 송출하지 않는 채널로 운영되며 공익과 직결되는 시사·보도 분야 프로그램을 방영해왔다.

황 이사는 “KBS 1TV를 (가지고) 광고를 하지 말라는 얘기는 법에 없다. KBS가 안 하는 거다. 우리가 한 번, 너무 고정관념이 많을 필요 없다”며 “엔터테인먼트 속성이 있는 이런 것들은 광고하는 것을 모색해보는 게 어떨까”라고 했다.

황 이사는 그러면서 “광고를 한다고 비난 받을 소지도 있지만 우리가 1TV는 광고 안하고 2TV는 한다는 건 본질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BBC 정도를 제외하고는 (공영방송도) 광고를 한다. 젊은 사람들이 광고에 대한 거부감이 옛날 같지는 않다”고 했다.

이에 조숙현 이사(야권 추천)는 “공영방송이라는 정체성은 공적 자원으로 유지돼야 하는데 이사회를 하다 보면 계속 광고 사업성, 수익성에 조금 천착됐다는 생각이 든다.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계속 잃어가고 있다”고 했다.

조 이사는 “공적 재원과 관련해 수신료와 국고 이외에 다른 방안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책임성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당장 답이 안 나오더라도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지키는 방향으로 장래를 계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민 KBS 사장 ⓒ연합뉴스
▲박민 KBS 사장 ⓒ연합뉴스

박민 사장은 “(방송광고는) 다른 부처 다른 부서와 달리 인력도 증원했고 또 추가 인력 요청에 따라서 전문적인 광고 영업사원을 채용토록 했다”며 “대대적인 개별 단위의 인센티브 제도도 곧 시행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이상요 이사(야권 추천)는 “예상했던 대로 올해 결산 내용을 보면 전망이 어둡다”며 “역시 중요한 것은 수신료 문제인데, 어떤 성장성의 모멘텀을 살리려 하면, 수신료 분리징수라는 부분은 있지만 이 기회에 수신료 제도 개선 특별팀을 꾸려 새로운 시대에 맞는 수신료 제도 모델을 탐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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