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2월부터 본격 추진하겠다던 TV수신료 분리고지 시행이 다시 유예됐다. 지난해 대통령실 권고 한 달 만에 전기요금·수신료 통합징수를 금지하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이 이뤄진 뒤로 7개월간 현장의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KBS는 줄곧 2월부터 수신료 분리 고지·징수를 시행하겠다고 밝혀왔다. 지난달 2일 박민 KBS 사장이 신년사에서 관련 계획을 밝힌 가운데, KBS 수신료국도 같은달 5일 사보에서 “이르면 2월부터 일반주택과 영업장은 별도의 수신료 고지서가 개별 가구로 발송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31일에는 KBS 사측이 대한주택관리사협회(대주관)에 보낸 ‘아파트 등 공동주택 수신료 업무처리 절차 안내 및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낸 것이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를 통해 공개됐다. 사측은 이 공문에서 “2월부터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 및 KBS-한전 간 ‘TV방송수신료 징수업무 위수탁 계약’ 변경에 따른 수신료 분리고지를 본격 시행”하게 된다면서 대주관에 수신료 관련 업무 협조를 요청했다.

▲서울 영등포구 한국전력공사 남서울본부 전력사업처에서 고지서 작업을 하는 관계자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영등포구 한국전력공사 남서울본부 전력사업처에서 고지서 작업을 하는 관계자의 모습 ⓒ연합뉴스

그러나 바로 다음날인 지난 1일 KBS 수신료국은 ‘2월 분리고지 시행 유예 통보’ 공지를 통해 “2월 분리고지 시행을 전제로 한 활동을 중단하고 1월31일까지 수행했던 임시조치 기간 중의 업무를 기존대로 계속 수행하기 바란다”고 했다. 분리고지 유예 이유로는 관련 당사자간 납부대행과 관련한 법적인 쟁점이 새롭게 제기됐다는 점을 들었다.

2월 분리징수를 전제로 이뤄진 지역총국 업무에 대해 본사가 선을 긋는 불협화음도 발생했다. 한국아파트신문은 KBS 지역총국이 지난달 29일 수신료 업무처리 절차 안내 및 협조 공문을 공동주택 관리사무소장을 대상으로 보냈다고 같은 달 31일 보도한 바 있다. 당시 KBS 본사 측은 “지역방송총국이 공문을 전달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면서 “본사 측에서 확정한 내용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해당 매체에 밝혔다.

일련의 혼란상은 “수신료 분리고지에 대한 사측의 대응이 유기적으로 되고 있는지 의심이 커지는 상황”이라며 “KBS가 무슨 구멍가게도 아니고 이토록 중요한 사안을 이렇게 깜깜이로 처리하는가”라는 비판을 불렀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1일 “KBS본부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수신료국과 분리고지 시행에 대해 협의를 하던 대주관도 이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상황”이라며 “분리고지 시행과 관련해 공문을 낸 지 하루 만에 분리고지 시행이 유예되면서 대주관을 비롯해 수신료 지사들도 급격한 혼란에 빠진 것으로 파악됐다. 당장 대주관으로부터 수신료 지사 쪽으로 민원 문의가 쇄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상적인 내부 소통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회사가 자초한 혼란”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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