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통합뉴스룸국장이 윤석열 대통령 대담 논란에 대한 시청자위원회 비판에 ‘박장범 앵커가 주도했기에 드릴 말씀이 없다’라는 취지로 답했다.

1일 KBS가 공개한 2월 시청자위원회 회의록(2월15일)에 따르면 최경진 시청자위원장은 윤 대통령 대담 당시 박장범 앵커가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을 “이른바 ‘파우치’, ‘외국 회사의 조그마한 백’을 어떤 방문자가 김건희 여사를 만나서 놓고 가는 영상”이라고 표현한 것을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조그마한’이란 ‘작다’는 뜻 외에도 ‘약소한’, ‘대단치 않은’, ‘별 것 아닌’이라는 기의(記意)를 담고 있다”라며 “이미 명품백 비판 여론으로 불편해진 대통령과 김 여사의 심기를 고려해서 완곡하게 축소한 게 아니냐 하는 것”이라는 여론이 있다고 했다. 박 앵커가 대담 다음날인 지난달 8일 ‘뉴스9’에서 일부 해외 언론도 ‘파우치’ 표현을 쓴다며 본인에 대한 비판에 반박한 것을 두고는 “박 앵커가 오히려 논란을 더 키운 게 아닌가 싶다”라며 “시청하기가 참으로 민망하고 불편한 방송이었다”고 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본사 사옥 ⓒ연합뉴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본사 사옥 ⓒ연합뉴스

최 위원장은 또 “대통령실이 먼저 녹화대담을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렇다면 KBS는 대통령실과 잘 조율해서 질문이라도 되도록 국민 눈높이에 맞춰야 했다”라며 “직장인 근로소득세는 크게 늘었는데 기업 법인세와 양도소득세 감면 등 이른바 부자 감세로 인한 역대급 세수 부족 논란에 관한 질문은 없었다. 카르텔을 타파하겠다고 국가적 연구진흥의 원동력인 R&D 예산을 사상 유례없이 대폭 삭감한 점이나, 온 국민의 아픔으로 남아있는 사회적 참사 문제는 아예 대담 테이블에 올리지도 못했다”라고 지적을 이어갔다.

나아가 “많은 시청자와 KBS 구성원들은 작년 말 KBS ‘시사기획 창’에서 내보냈던 이른바 ‘원팀’ 방송이 정부 홍보에 치우쳤다는 지적을 아직도 기억할 것이다. 그 와중에 또다시 이렇게 뒷말 무성한 방송이 만들어졌다. 작년 11월 이후 벌어지고 있는 아주 이상한 일”이라며 “부디 공영방송의 가치와 정신 회복에 노력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그러자 최재현 KBS 통합뉴스룸국장은 “사실 이 대담은 박장범 앵커가 주도해서 했기 때문에 제가 딱히 직접적으로 드릴 말씀은 없다”며 “(대담의) 최고 시청률은 9.9%, 전국 평균 시청률 8.7%면, 저희 9시뉴스(뉴스9)보다도 시간이 거의 1시간40분 이상 진행되었는데 굉장히 관심을 많이 받았다고 평가한다”고 했다.

최 국장은 이어 “박장범 앵커가 기자 생활도 30년 이상 한 베테랑 기자이기 때문에 제가 볼 때는 그래도 다양한 질문을 소화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라면서 “처음 문제가 되었던 인터넷 방송에서도 ‘파우치’라고, 원래 이 회사에서 이게 ‘디올 파우치’라고 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걸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 했다라고 본인이 설명했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답했다.

▲2024년 2월3일 KBS '뉴스9' 갈무리
▲2024년 2월3일 KBS '뉴스9' 갈무리

이날 회의에선 KBS가 정치권의 비현실적 공약을 무비판적으로 보도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소형 부위원장은 서면 질의를 통해 구리·김포를 서울로 편입시키겠다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발언에 대한 보도 관련, 주민투표가 필요하고 시기적으로 불가능한 공약을 그대로 전하면 문제가 있지 않느냐고 했다.

최 국장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 중에는 정말 기계적 중립이라고 해서 초 단위까지 화면 비중이라든가 이런 것을 다 맞춰서 보도하고 있다”며 “각 정당에서 여러 가지 공약들을 하는데 보도를 안 할 수 없고, 바로 검증하기에는 시간이 좀 필요한 사안들”이라고 했다. 그는 조만간 국회예산정책처 등을 통한 타당성 평가 보도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에 양이현경 위원이 “이런 정도의 팩트체크는 법에 나와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자, 최 국장은 “주민투표가 안 된다는 것은 저희도 물론 알고 있다”면서도 “선거를 통해 ‘난 저 공약이 좋아서 이 당을 지지했다’ 해서 그 당이 다수당이 되면 입법을 통해 실현할 수 있기 때문에, 주민투표가 안 되었다고 전혀 공약이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보도를 안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1월 KBS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소식을 보도하면서 독도가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포함된 지도 이미지를 사용한 사례도 지적됐다. KBS가 논란이 된 이미지 부분만 삭제하고 경위 설명이나 사과를 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최 국장은 “지나간 건에 대해서 사과든 해명이든 해야 될지에 대해서는 한 번 다시 강구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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