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 KBS사장. 사진=KBS
▲박민 KBS사장. 사진=KBS

보도국장을 임명동의제 없이 임명하고, 세월호 10주기 다큐 제작을 무산시키고, 대통령 대담에선 앵커가 명품백을 파우치라 부르던 KBS가 이젠 ‘공정방송=근로조건’을 없애버리는 단협안까지 내놨다. 노조가 도저히 받을 수 없는 안이다. 박민 사장 임기가 끝나는 올 연말에는 초유의 무단협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노조를 무력화해 공영방송을 국영방송으로 만들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박민 사장은 무리수를 던질수록 임기를 채울 가능성도 줄어든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KBS는 정부 편향 보도를 고수하다 국민적 지탄을 받았다. 결국 보도국장이 기자회견에서 길환영 사장을 공개 비판하는 드라마 같은 장면이 연출됐다. 사상 첫 양대 노조 동시 파업이 이어졌고, 길환영 사장은 사퇴했다. 10년 전 보수 정부에서 있었던 일이다. 

수신료 분리 징수에 따라 본격화될 수입 급감도 박 사장에겐 악재다. 더는 어느 쪽의 투쟁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던 사내 젊은 구성원들도 적극 투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정치적 입장을 떠나 재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사장에게 미래는 없다. 차기 KBS 사장을 노리는 이들은 이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 것이다. 

길 사장과 달리 박 사장은 KBS 출신도 아니다. 역대 어느 사장보다 사내 기반이 약하다는 평가 속에 박 사장 취임 이후 KBS에서 벌어진 각종 퇴행적 이슈가 박 사장 작품이 아니라는 이야기까지 떠돌 정도다. 연임을 위해 아무리 ‘칼춤’을 추더라도, 결국 그의 역할은 김의철 사장 잔여 임기로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훗날 부당노동행위 등으로 법적 처벌만 받고 공천은커녕 사면도 받지 못했던 김재철 전 MBC사장과 같은 운명을 피하고 싶다면 더 이상의 공영방송 파괴 행위를 멈추고 사퇴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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