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1일 23년 결산 결과가 나왔다. 언론에 따르면 국가 채무는 1127조 원으로 역대 최대라고 한다. GDP 50%를 처음으로 돌파했다고 한다. 그런데 22년 결산을 다룬 언론보도를 보자. 22년 결산은 23년 4월 4일(4월 첫 화요일)발표했다. 당시 기사는 국가부채가 2326조 원으로 역대 최대라고 한다. 22년 국가 부채가 2300조 원을 훌쩍 넘었는데 23년 국가채무 1127조 원은 무엇일까? 22년 4월 첫 화요일에 발표된 21년 결산 보도를 보면, 국가부채는 2200조 원이라고 한다. 그리고 21년 4월 첫 화요일 발표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자가 특정 언론사를 거론하며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공언하고 있다. 자신을 향한 보도에 사실관계가 다르면 언론중재위원회부터 가면 될 일인데 화풀이하듯 ‘징벌’을 거론한다. 언론인권센터처럼 언론보도 피해자들과 연대하며 오랜 기간 피해배상 문제를 지적해 온 이들의 입법 노력을 더럽히는 처사다. 양문석 당선자는 국회의원 후보로서 언론의 검증 대상이었고, 갖은 막말과 불법 대출 의혹으로 마땅히 비판받아야 했다. 스스로도 여러 차례 사과했다. 지금은 자중하며 반성해야 할 시기다. 정치인들이 매사에 이런
2014년 4월16일 오전 11시경, 언론은 세월호에 타고 있던 2학년 학생과 교사 전원이 구조됐다고 보도했다. 오후 2시에는 탑승객 477명 중 368명을 구조했다고 보도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생존자가 368명에서 164명으로 고쳐지는 화면을 바라보며 팽목항으로 향했다. 사실 확인은 뒷전인 채 정부 발표만 받아썼던 언론은 오보가 드러나자 정부를 비판했다. 하지만 ‘받아쓰기의 참극’으로 언론은 기레기라는 멸칭을 감내해야만 했다. 10년간 언론계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참사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은 KBS 보도국장에게 “지금 그렇게 해경
작년 이맘때, 다큐멘터리 ‘장기자랑’을 봤다. 워낙 여운이 남는 영화인 터라 이 작품을 꼭 보라며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했는데, 어떤 영화인지 알려주자마자 사람들은 대번에 이렇게 답하곤 했다. "아, 나는 그거 절대 못 보겠다. 안 볼래." 영화의 기본적인 정보만 전달했는데도 이런 반응이 대다수였다. "세월호 엄마들이 직접 연기하는 연극 ‘장기자랑’의 과정을 찍은 다큐야. ‘장기자랑’은 아이들이 무사히 제주도 수학여행을 다녀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가정에서 출발한 연극이고. 엄마들이 아이들을 연기하는 거야." 여기까지밖에 말하지 못했는
경남에는 ‘괴짜’ 기후 활동가가 있다. 이 유난스러운 70대 할아버지는 이 동네 언론계 종사자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다. 이름은 ‘박 선생’으로 칭하겠다.박 선생은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에 이따금 주전부리 들고 찾아온다. 편집국장 혹은 사회부장을 앉혀놓고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설파한다. 그 말을 엿듣고 있노라면 당장 지구가 멸망할 것만 같다.무수한 말을 관통하는 주제는 하나다. ‘지구 평균 온도 1.5도 상승을 막아야 한다’는 것. 골든타임은 2025년이라고 이라고 한다. 즉, 2025년부터 탄소 배출량을 마이너스 추세로 만들지 못하면
심판만 있고, 정책은 없다. 여도 야도 서로를 ‘거악’으로 상정하고 심판하겠다고 난리다. 성평등 정책은 어느 선거에서건 논외로 취급됐기 때문에 놀랄 것도 없지만, 이토록 공약 얘기가 드문 선거전은 처음이다. 이쯤 하면 22대 총선은 ‘정책 선거’가 아니라 ‘심판 선거’로 불릴 만 하다.그러나 중요한 국면마다 젠더 이슈가 터져 나오며, 우리 사회에 성평등이 필요함을 이렇게 여실히 보여주는 선거도 드물다 싶다. 2020년 총선에 비해서도 5% 가량 쪼그라든 지역구 후보의 여성 비율(14.2%)은 여성 과소대표의 현실을 후퇴시켰다. 성범
진영대결을 하자는 게 아니다지난 3월 조선일보는 전태일재단과 창간 104주년 공동기획 ‘12대 88의 사회를 넘자’를 연재했다. 실은 현장에서는 이미 준비단계에서 알고 있던 바였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한국노총에서도 서울시에서도 프리랜서 보호를 운운하며 현장 접촉을 해왔던 터라 조선일보라고 해서 새삼스러울 건 없었다. 다만 고민은 되었다. 프리랜서 노동에 대한 접근도 진단도 방안도 마뜩잖아 관망만 해왔는데, 이제는 정말 노조의 본격적인 문제 제기가 필요한 건 아닐까, 노조의 현장 투쟁을 부정하는 해법이 마치 최선인 양 받아들여져서
방송3법으로 불렸던 공영방송 정치독립법이 지난해 본회의를 통과했다. 1987년 방송법 제정 이후 36년 만의 ‘사건’이었다. 그러나 여당은 대안없이 반대만 했고, 결국 대통령 거부권에 막혔다. KBS·MBC·EBS 이사를 늘리고 거대 양당이 나눠 갖던 이사 추천권을 학계·현업단체 등으로 분산하는 안이었다. 22대 국회에선 여당도 대안을 내놓고, 야당도 협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 정권교체가 이뤄질 때마다 반복되는 ‘공수 교대’에 국민도 지쳤다.불법적 기사형 광고에는 상응하는 대가가 필요하다. 광고를 기사처럼 속여 독자들의 피해로
모두가 지역의 위기를 얘기한다. 분명 지역 위기는 산업과 일자리 등 경제적 영역과 연관된 문제다. 그러나 동시에 문화적인 문제, 그리고 미디어의 문제이기도 하다. 역사학자 베네딕트 앤더슨의 명저 는 누군가가 하나의 민족에 속한다는 관념이 상상되고 발명된 것이라고 말한다. 이 발명을 가능케 했던 핵심적인 요소가 인쇄 자본주의였다. 대량 생산이 가능해진 인쇄업자들이 지배계급의 언어인 라틴어 외에도 영어와 불어 등 일상언어로 된 책과 지방신문 등을 많이 만들어내면서 같은 언어를 쓰는 개인들이 같은 인쇄물을 읽으며 민족이라
결국 ‘입틀막’ 심의가 예능프로그램의 사전검열로 이어졌다. MBC는 7일 방영 예정이던 ‘복면가왕’ 9주년 특집방송을 연기했다. ‘뉴스데스크’ 일기예보에 등장한 ‘파란색 1’이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에서 관계자 징계가 나오자 벌어진 일이다. 더불어민주당 기호 1번을 연상시킨다는 게 징계 사유였으니, 9를 강조한 특집은 조국혁신당을 연상시켜 징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을 것이다. ‘1틀막’이 없었다면 ‘9틀막’도 없었다. ‘김건희 특검’을 부를 때 ‘여사’를 붙이지 않았다고 방송사에 행정지도를 결정하는 나라만 아니었다면
선거철이다. 각종 현실가능성 없는 공약(空約)이 난무한다. 그래도 기억에 남는 최고의 빌공자 공약은 예전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747 공약’이다. ‘747 공약’이란 경제성장률 7%, 1인당 국민소득 4만불, 세계 7위권 경제 대국을 만든다는 것이다. 물론 2024년 현재까지도 국민소득 4만불은 달성이 안되었다. 그런데 만약 이명박 후보의 공약을 전하는 언론기사 제목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7% 달성한다” 또는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 4만불 된다”라면 어떨까? 이런 농담 같은 일이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
천편일률적인 기사보다 그 아래 달린 댓글을 보는 게 더 흥미롭다는 생각을 한 적 있는가. 똑같은 정치인을 다룬 기사여도 이 포털사이트에서는 지지 댓글이, 저 커뮤니티에서는 비판 댓글이 쇄도한다. 동일한 연예인 이야기여도 이 카페에선 옹호 입장이, 저 SNS에선 비난 입장이 우위를 점한다. 모두의 생각과 입장이 다르니 동시다발적으로 양분되는 인터넷 여론이 꼭 이상한 일만은 아니겠지만, 이런 자유분방한 댓글 생태계의 특성이 누군가에겐 어떤 ‘가능성’으로 읽힐지도 모를 일이다. 댓글 여론이란 게 어차피 정해진 답이 없는 거라면, 티 안
‘저널리즘 역사’ 강의에서 강점기와 해방 직후 언론을 공부하는데, 어느 학생이 말했다. “이래서 한국 언론이 안 바뀌는 거군요.” 정파 언론의 뿌리를 알아차린 영특한 논평이었다. 정치와 언론의 병행은 동서양을 통틀어 근대 언론의 공통된 일이지만, 한국처럼 정치와 언론이 걸쭉하게 뒤엉킨 사례는 찾기 힘들다. 기자 출신 정치인들이 한국 정치를 주조했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다.구한말 이승만의 첫 직업은 기자였다. 그는 매일신문과 제국일보를 발행했다. 박헌영은 조선일보 기자였다. 그의 주도로 열린 ‘전 조선 기자 대회’ 자리에서 조선공산당이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이 의대 증원과 관련해 대국민담화를 가졌다. 대통령실은 취재기자들의 질문을 허용하지 않았고 아예 브리핑룸에 취재기자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았다. 임기 절반 가까운 기간에 벌어진 기자들과의 불통을 고려하면 이것은 대통령실의 권한이 아니라 언론통제에 가깝다.권력의 언론통제는 다양한 방식, 여러 수단을 동원한다. 보답과 형벌(갈브레이스), 유인과 강제(마크 갬슨), 동의와 강압(그람시) 등 권력의 언론통제에 대한 고전적인 분석이 존재하지만 오래 된 이론들이다. 각 나라의 권력들은 경험치를 쌓고 다른 나라의 사례를
KBS 사장 취임 직후 프로그램 폐지와 진행자 교체, 이어진 대국민 사과, 국장 임명동의제 거부, 노사 단체협약 무력화까지…. 모두 계획된 시나리오였다. 라는 제목의 대외비 문건에는 앞선 ‘과제’들과 함께 “언론노조 KBS본부 중심 노영방송 체제 단절”이 목표로 명시되어 있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2022년 3월6일 “민주당 정권이 강성노조 전위대를 세워서 갖은 못된 짓 다 하는데 그 첨병 중 첨병이 바로 언론노조”라고 주장했다. 그가 대통령이 되면서 언론노조는 정권의 타깃이 되었고, 문건은 그 증
YTN은 2008년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이명박 정부 첫해 MB 언론특보 출신 낙하산 사장이 내려오자 YTN 구성원들은 창사 이래 첫 파업에 돌입했고 공정방송 투쟁의 대가는 컸다. 그해 10월6일 노종면 노조위원장을 포함해 6명의 기자가 해고됐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벌어진 첫 번째 언론인 대량 해직 사태였다. 노종면 위원장은 구속됐고, 수십 명의 조합원이 중징계와 보복성 발령을 받았다. 노종면 기자는 2017년 8월 3249일 만에야 복직했다.2024년 YTN은 또다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있다. 지난 1일 취
경남도민일보 기자 동료들과 술자리에서 종종 서울에 살아보고 싶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면 약속이라도 한 듯이 저마다 ‘그럼에도 내가 경남도민일보를 떠나지 않을 100가지 이유’를 읊는다. 심술궂은 부장 흉을 보고, 박봉의 지역신문 기자 생활이 얼마나 고단한지 실컷 말하면서도 막상 회사는 절대 떠나지는 않겠다는 야릇한 애사심! 서로 어깨 걸고 함께 가보자는 다짐은 직업인으로서 경남지역에서 궂은일을 다 해내며 버텨내는 데 힘이 된다. 하지만 생활인으로서 ‘지방살이’는 얘기가 좀 달라진다. 나와 동료들은 기자 딱지를 떼고 말을
지난달, 미디어오늘에서 진안신문의 편집국장이 지역의 할머니들을 모아 글쓰기 수업을 한다는 내용이 소개됐다. 할머니의 목소리가 글이 되고, 그 글이 지역 사회마저 바꾸었다는 사례를 찬찬히 읽어 내려가는데, 문득 돌부리처럼 툭 튀어나온 문장에 한참 눈이 머물렀다.“처음 글쓰기 수업을 시작했을 때 류 국장에게 ‘경남 진주’를 써달라던 한 할머니는 (…) ‘글씨만 알았어도 버스를 타고 엄마에게 가는데, 저 글씨를 몰라 이 나이가 되도록 친정에 못 갔다’며 울었다.”엄마에게 달려가고 싶지만, 글씨를 몰라서 갈 수 없던 그 심정을 누가 헤어질
얼마 전 박성원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보가 서울신문 논설위원으로 복귀했다. 서울신문 기자를 거쳐 동아일보 정치부장을 지낸 뒤 논설위원까지 하다 지난해 4월 정부에서 일하다 지난 2월까지 일하고 물러나 곧바로 언론계로 돌아왔다. 그가 최근에 쓴 칼럼 제목은 였다. 일탈 같았던 일들은 점점 관행이 되고 있다. 당장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만 봐도 알 수 있다. 서울신문 기자로 출발해 반기문 캠프의 대변인을 맡았다가 그가 불출마를 선언하자 문화일보 논설위원으로 언론계에 돌아왔고, 이후 종편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리다 지난해
※ 주의 : 영화 ‘로봇 드림’의 주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저녁은 전자레인지에 데운 편의점 도시락, 잠들기 전까지 하는 일은 홀로 TV 보기, 별다른 재미도 없이 소란스럽기만 한 화면을 끄지 못하는 이유라면…소파에 덩그러니 앉아있던 내 모습이 텅 빈 화면에 비친 어떤 날 그 청승맞음에 화들짝 놀란 적이 있어서겠지. 한때를 불태웠던 연인을 그리워하거나, 다시금 심장을 뛰게 하는 인연을 만나고 싶다는 때늦은 욕심을 부리자는 게 아니다. 그저 하루 중 몇 시간쯤, 아니 일주일 중 며칠쯤 함께 수다 떨고 운동하고 맥주 마시며 즐거운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