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이른바 ‘파우치 대담’이라는 조롱을 받은 윤석열 대통령과의 신년 대담을 비판하는 시청자 청원에 “박장범 앵커 하차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답변을 일괄적으로 달았다. 박민 사장 취임 후 이뤄진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 교체에 대해선 “보다 확실한 공영방송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 한 결정이라고 했다.

KBS는 지난 8일 이후 게재돼 답변 요건인 1000명 이상 동의를 얻은 시청자 청원에 답했다. 청원 대다수는 지난 7일 KBS 1TV에서 방영된 ‘KBS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뤘다. 당시 대담 진행자인 박장범 ‘뉴스9’ 앵커는 윤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가 고가 명품 브랜드 가방을 받은 논란을 “이른바 ‘파우치’, ‘외국 회사의 조그만 백’을 어떤 방문자가 김건희 여사를 만나서 놓고 가는 영상이 공개됐다”고 표현했다.

답변이 이뤄진 청원들은 박장범 앵커나 박민 사장 사퇴를 요구한 경우가 대다수이긴 했지만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어떤 보도의 기조나 보도의 태도가 바뀌면 안 되는 것” “국민을 위한다면서 정권의 하수인 역할을 하는 한심한 방송국” 등 KBS 최근 행보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그럼에도 KBS는 거의 모든 청원에 같은 내용의 답변을 붙였다. “지난 7일 방송된 윤석열 대통령과의 신년 대담 ‘대통령실을 가다’는 ‘뉴스9’ 박장범 앵커가 진행을 맡았다. 신년 대담과 관련하여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었다. 의견을 주신 시청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박장범 앵커는 ‘KBS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에 근거해 프로그램을 진행했기에 현재 박장범 앵커의 하차는 고려하고 있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일부 시청자들 입장에선 본인이 청원한 내용과 다른 엉뚱한 답을 받게 된 것이다. 박장범 앵커와 더불어 다수 청원에서 언급된 박민 사장 사퇴 요구에 대해선 답변이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박민 낙하산 사퇴 및 프로그램 개선방안 예전 진행자들 복귀> 제목의 청원에 대해선 “KBS는 지난해 11월 신임 사장 취임 이후 뉴스 및 시사 프로그램을 일신하고 조직을 쇄신하는 차원에서 진행자들을 교체했다. 진행자 추가 교체는 각 프로그램별 방송 상황 등을 감안해 향후 이뤄질 수 있으나 현 진행자들이 맡은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어, 과거 진행자들로의 일괄 복귀는 현재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답변이 달렸다.

KBS는 특히 “라디오 진행자의 경우 KBS 1라디오가 보다 확실한 공영방송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새로운 틀이 필요했고 그 과정에서 일부 진행자가 바뀌게 된 사정을 헤아려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했다. ‘확실한 공영방송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구체적 설명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