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수신료 분리징수 등에 따른 재정 위기를 이유로 해외 특파원 주재 지역 3곳을 폐쇄한다. 지역 뉴스에 이어 국제 뉴스까지 공영방송 역량을 강화해야 할 영역이 오히려 약화되는 추세다.

KBS 사측은 10일 KBS 이사회에 일부 해외 지국 폐쇄 및 관련 규정 개정에 대해 보고했다. 파견국가는 8개국에서 7개국, 주재 지역은 11개 도시에서 8개 도시로 줄이고, 상주 취재기자 특파원(1년 단기 포함)은 17명에서 11명으로 6명을 감축한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와 러시아 모스크바, 중국 선양 등 3개 지국을 폐쇄한다. 미국 워싱턴 특파원과 중국 베이징 특파원은 3명에서 2명, 일본 도쿄지국은 2명에서 1명으로 줄이기로 했다. 특파원 축소로 절감되는 예산 총액은 연간 12억 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LA지국이 관할했던 지역 가운데 북아메리카 서부와 하와이는 워싱턴, 멕시코와 중남미는 뉴욕에서 맡는다. 모스크바가 관할했던 러시아 일원과 그 주변 지역은 베를린(독일), 선양이 관할했던 선양과 동북 3성과 북한 접경 지역은 베이징에서 관할한다는 계획이다.

▲서울 영등포구 KBS 본사. 사진=KBS
▲서울 영등포구 KBS 본사. 사진=KBS

장한식 KBS 보도본부장은 이사회에 “수신료 분리징수에 따라 회사 재정이 악화되고 경영 상황이 더욱 어려워질 것에 대비해 불가피하게 보도본부도 고통분담 차원에서 해외지국 규모와 특파원 수를 축소하게 됐다”면서 “특파원으로 선발됐던 대기자 6명에 대해서는 선발을 취소하고 발령을 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사회에선 야권 이사들을 중심으로 이 같은 결정이나 절차에 아쉬움을 표했다. 김찬태 이사는 “어제 보도소위에서 업무보고를 받은 걸 보면 다양성 강화, 국제뉴스 전담 특파원 연결 및 데일리 생방송 국제뉴스 신설, ‘월드뉴스24’라고 특파원을 연결해 현장성 있는 이슈를 신속 전달 등으로 돼 있다. 말로는 이렇게 해놓고 인프라를 확 줄여버리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현 재정 상황에서) 어차피 ‘제로섬’ 게임이라 이해는 하지만 경중이나 완급 차원에서 적절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는 또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 러시아 같은 곳에 한 번 발 뺐다가 발을 들이기 쉽지 않을 텐데, 조선일보도 선양지국 보내려고 그렇게 했는데 여태 못 하고 있다고 한다. 검토가 충분히 있어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특파원 발령을 대기했던 이들에 대해 “이분들은 발령 받고 현지 적응 출장까지 다녀왔다. 개인에 따라 현지에 집 계약을 하고 이삿짐을 부친 사람도, 국내 집 전세를 빼준 사람도 있고 각자 사정이 다를 것 같다”며 “경제적 피해를 어떻게 보상해줄 거냐”고 물었다.

이에 장 본부장은 “(폐쇄된 지국은) 상대적으로 뉴스 기여도가 낮은 곳을 선정한 것이 사실이다. 물론 상주 특파원이 있으면 더 나은 건 틀림 없는데 여러가지 회사의 상황 때문에 불가피한 조치를 했다”고 답했다. 선양 지국 등 복구 우려에 대해선 “베이징에 두 명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커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파원 대기자들에 대한 발령 취소 절차와 통보 시기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기존 계획대로라면 특파원 발령은 12월31일에 이뤄질 예정이었는데, 같은 달 6일 발령 취소가 통보됐다. 장 본부장은 “11월쯤, 12월6일 전에 이미 편집회의에서 보도본부 간부들이 공지를 했다. 정식으로 당사자에게 통보한 건 12월6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조숙현 이사는 “지국을 폐쇄하고 특파원 인원 조정을 하는 것이 정책적으로 타당하냐는 부분은 별론이겠지만 인사 정책에 있어 이렇게 일방적인 방식은, 위기 상황일수록 통합력을 잃으면 안 되는데라는 아쉬움이 있다. 내부적으로 논의를 하는 과정에서 당사자가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주어지지 않았다는 데 대해 이런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KBS 이사회. 사진=KBS
▲KBS 이사회. 사진=KBS

앞서 이날 오전엔 KBS가 지역 총국이 자체 제작하는 ‘뉴스7’을 기존 40분에서 10분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사실이 알려졌다. 지난해 수신료 분리징수 대응에 실패했다는 여론 속에 KBS 경영진이 교체됐지만 여전히 타개책이 나오지 않는 가운데, 공적 책무와 연관된 영역을 스스로 포기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앞서 ‘2022사업연도 KBS 경영평가 보고서’는 “해외 특파원 확대를 통해 외신 의존도를 줄이고 우리 시작으로 취재하는 국제 뉴스 콘텐츠를 강화하는 전략, 총국별 ‘뉴스7’ 제작을 정착시키고 지역 언론기관 협업을 통해 지역언론을 활성화하며 지자체 감시 보도를 강화하는 전략은 공영방송으로서의 책무를 잘 수행하기 위한 보도전략이었다”며 “지역 총국의 취재인력과 취재예산의 부족, 국제 뉴스를 커버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해외 특파원의 수, 지역 총국과 본사, 지역 총국 간의 소통 시스템의 보완을 위한 전략은 필요해 보인다”고 평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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