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방송사 중 KBS와 SBS가 ‘예외적 여권 사용’(공공 이익을 위한 취재나 보도를 위한 경우)을 허가 받아 우크라이나 현지를 취재했다. 방송사들은 3월 초부터 우크라이나 입국 허가를 요청했고 외교부는 기자 4명에게만 2박3일 동안의 ‘예외적 여권 사용’을 허가했다. KBS와 SBS가 각각 취재기자와 촬영기자 1명씩, 총 4명만 우크라이나 현지를 취재하게 됐다.

두 방송사 모두 지난 19일 우크라이나에 진입했다는 리포트를 내보냈다. 유원중 KBS 특파원은 우크라이나 남서부 체르니우치에서 피란민을 취재했다. 유 기자는 KBS 파리 특파원으로 유럽 관할 지역에 사건이 터지면 현장을 취재한다.

▲KBS 19일 리포트.
▲KBS 19일 리포트.

KBS 보도본부 관계자는 22일 미디어오늘에 “KBS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줄곧 우크라이나 내부 취재를 시도했지만 ‘여행금지국가’로 지정돼 입국 취재가 어려웠다”며 “합법적 절차를 밟기 위해 지난 7일 ‘예외적 여권 사용’을 신청했고, 18일 외교부 허가로 취재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KBS는 외신이 아닌, KBS가 취재한 내용과 우리 시각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관련 보도를 하고 있다. 앞으로도 취재진 안전을 최우선으로 법적 테두리 안에서 현지 취재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19일자 유원중 기자 리포트를 보면, 인구 25만명인 체르니우치에 마련된 지원센터는 피란민들로 북적였고, 이 곳은 구호 물품을 전쟁 지역에 보내는 후방 지원 센터 역할도 하고 있다. 학교 역시 임시숙소로 사용되고 있었고, 식당들도 자발적으로 음식을 만들어 피란민에게 제공하고 있다. 

20일 리포트에서 유 기자는 우크라이나의 IT회사 건물이 숙소로 개조됐고 피란민 90명이 모여 살고 있다고 전했다. 유원중 기자가 취재한 체르니우치는 우크라이나 남서부에 위치한 지역으로 현재 전투가 벌어지는 쪽은 주로 동쪽이라 동북부 주민들이 이 곳으로 피란을 많이 왔다고 한다. 

KBS 보도에 따르면, 한국 임시대사관 역시 체르니우치에 있는데 철수 의사가 있는 사람은 거의 다 출국했고 남아있는 사람은 6명 정도였다. 김형태 주우크라이나 대사는 KBS를 통해 전황이 악화되더라도 대사관 철수는 고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SBS 특파원, 우크라이나 현지 취재서 군 간부 만나

SBS 역시 19일 체르니우치에서 2박3일 동안 취재할 수 있는 허가증을 발급 받았다. SBS 측은 입국 과정을 상세하게 전하기도 했다. SBS는 하르키우 피란민을 직접 인터뷰했는데 피란민은 “군대에 가서 싸우는 건 겁이 나지 않지만 혼자 남는 아내가 걱정”이라며 만삭인 아내를 걱정했다.

▲SBS 곽상은 기자의 20일 리포트 화면 갈무리.
▲SBS 곽상은 기자의 20일 리포트 화면 갈무리.
▲SBS 리포트 화면 갈무리. 
▲SBS 리포트 화면 갈무리. 

SBS는 19일 체르니우치 원주민과 주지사를 인터뷰했고, 20일에는 우크라이나 현직 군 간부를 인터뷰했다. 올렉산드르 사샤 체르니우치 지역방위군 간부는 SBS 인터뷰를 통해 러시아군의 사보타지(비밀 파괴 공작) 세력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군이 패배한다면 푸틴은 거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 전 세계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지 취재에 나선 곽상은 SBS 기자는 2000년~2004년 SBS 메인뉴스 ‘8뉴스’ 앵커를 맡은 바 있으며 사회부, 문화부, 정치부, 국제부를 거친 기자다.

SBS 보도국 관계자는 21일 미디어오늘에 “러시아 침공으로 고통 받는 우크라이나 현실을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실증적으로 보도하기 위한 목적으로 직접 방문 취재했다”며 “현지 특파원이 우크라이나 현지 취재 필요성을 느껴 외교부에 접촉, 외교부에 예외적 여권 사용 허가 받은 후 현지에서 외교부 직원 안내를 받아 취재진 안전에 유의하며 취재했다”고 밝혔다.

곽 기자는 허가된 2박3일 현지 취재를 마치고 우크라이나에서 빠져 나온 상황이다. SBS 관계자는 “회사는 기자에게 안전 최우선의 취재 활동을 숙지시켰고, 위험 지역 취재보험 가입과 특별취재 수당 지급 등 가능한 모든 지원을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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