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방송 활성화를 위해 KBS 각 지역총국이 자체적으로 ‘뉴스7’을 제작·편성한 지 1년이 지났다. 시청자는 물론 뉴스를 취재·제작하는 기자들 평가도 긍정적이지만 고질적 인력난에 활력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경기 외의 지역·총국 기자들로 결성된 KBS전국기자협회(회장 류성호)는 26일 서울 영등포구 KBS 본사 아트홀에서 ‘지역 중심 뉴스7 지속가능 조건은’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처음으로 지역국 기자 전원에 대한 ‘뉴스7’ 관련 설문·심층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전남대학교 언론홍보연구소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심층인터뷰와 설문조사를 진행한 내용이다. 전체 조사대상 281명 가운데 86.5%에 해당하는 243명이 참여했다. KBS는 전국 9개 지역(춘천·대전·청주·전주·광주·대구·부산·창원·제주) 총국과 9개 을지국(원주·강릉·충주·순천·목포·안동·포항·울산·진주)을 두고 있다.

지역국 기자들 대다수는 지역화 체제로 전환한 뉴스7이 뉴스 질을 향상시켰다고 봤다. ‘심층성’에 대해선 70.7%, ‘발제 다양성’의 경우 58.7%가 좋아졌다고 답했다. ‘나빠진 편’이라거나 ‘매우 나빠졌다’는 평가는 한 자릿수에 그쳤다. 지역 현안에 대한 KBS뉴스 역할도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KBS뉴스가 지역 현안에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냐는 질문에 71.1%가 좋아졌다고 답했다. ‘정확한 정보 제공’(58.8%), ‘해결책 제시’(57.5%), ‘비판과 감시’(57.2%) 측면에서도 좋아졌다는 응답이 과반이다.

▲3월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아트홀에서 '지역 중심 뉴스7 지속가능 조건은'을 주제로 KBS전국기자협회가 주최한 토론회가 진행됐다. 사진=노지민 기자
▲3월2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아트홀에서 '지역 중심 뉴스7 지속가능 조건은'을 주제로 KBS전국기자협회가 주최한 토론회가 진행됐다. 사진=노지민 기자

특히 지난해 3월 시작된 지역KBS 뉴스의 포털 송출이 효과적이라는 데 공감이 높다. 포털뉴스 송출로 지역뉴스 영향력이 높아졌다는 응답은 83.9%로 집계됐다. 이를 통해 지역뉴스의 전국 인지도가 높아졌다는 응답은 79%, 뉴스 피드백이 증가했다는 응답은 78.6%다. 토론회에 참석한 KBS 디지털뉴스기획부 관계자는 “포털뉴스 전송 이야기가 나온 게 지지난해부터다. 지역국에서 많이 요청해왔지만 미뤄진 상태에서 지난해 시작해 다행”이라며 “뒤늦게 시작했지만 기대 이상의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나 생각한다. 7시 뉴스가 9시 뉴스에 비해 2시간 빠른 뉴스를 전하면서 포털에도 그만큼 빨리 전송하게 됐다. 힘들긴 하지만 그만큼 성과로 이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의미를 짚었다.

한편으로는 포털 송출 성과나 효용성이 뉴스7 한계를 반증한다는 시각도 있다. KBS 대구총국 소속 기자는 “뉴스7이 출범되고 나서 뉴스7 만의 심층보도를 얼마나 했나 회의적 생각이 들기도 한다”며 “최근 지역뉴스가 많은 성과를 냈지만 뉴스7 출범으로 인한 것으로 보진 않는다. 포털 송출로 인한 성과가 아니었나라는 생각도 든다”고 꼬집었다.

지속가능한 뉴스7…인력부터 충원해야

취재 일선에서 과중한 업무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지역총국 기자 81%는 뉴스7을 현 체제로 전환한 뒤 업무량이 크게 늘었다고 답했다. 특히 재난보도 시 취재 부담은 10명 중 약 9명(87%)이 늘었다고 밝혔다. 유종원 전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전반적으로 뉴스7에 대한 만족도가 뉴스7에 대한 저널리즘 차원의 평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난 것은 뉴스7의 저널리즘으로서 역할에 대한 당위적 인식과 실무 제작자로서 겪는 현실 인식 간의 괴리를 반영한 결과”라 분석했다.

뉴스7 지속을 위한 제 1과제로는 인력충원이 꼽혔다. 각 지역·총국 기자들에게 충원이 필요한 최소 인원을 물었더니 평균적으로 취재기자 5.69명, 촬영기자 4.33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광역단위 총국 중에선 춘천이 취재기자 7.95명, 촬영기자 6.23명으로 필요한 인력이 가장 많았다. 중소도시 단위 을지국의 경우 평균적으로 취재기자 3.09명, 촬영기자 2.53명을 충원해야 한다고 답했다.

춘천총국의 경우 인력 부족에 대한 호소뿐 아니라 기타 취재 여건, 직무 스트레스, 업무에 관한 보람 등 측면에서 만족도가 최하위 수준이다. KBS 춘천총국의 한 기자는 “춘천은 춘천, 원주, 강릉으로 나뉘어 있는 특성 등으로 업무 부담이 크다. 강원도는 수해나 산불 같은 재난재해가 불시에 발생하고 오랜기간 계속된다”며 “도청 소재지라 18개 시·군을 전역으로 취재하는데 밀착 취재나 심층 취재도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촬영팀은 수해나 산불이 발생한 경우 MNG(Mobile News Gathering·이동통신망을 이용한 중계)에 참여하면서 업무부담을 겪는데 제도적 지원이 안 되는 어려움을 호소한다. 오디오맨의 경우 한주에 160시간 이상 근무하다 강제퇴근하는 상황을 겪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어 “뉴스7을 통한 지역뉴스 강화와 취지에는 공감하고 열정이 있음에도 제작 여건이 따라주지 않는 데 대한 기자들의 좌절감이 (조사 결과에) 반영됐다고 본다. 방안을 마련해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상대적으로 만족도가 높은 제주총국도 위기감을 전했다. 제주총국은 2년여 전 지역화 체제 뉴스7 실험을 가장 먼저 진행했다. KBS 제주총국 기자는 “아이러니하게도 평가가 좋았던 제주지역 뉴스 제작이 위축되고 있다. 2018년 이후 경력채용도 했지만 순환근무자들이 본사로 복귀하는 등 인력이 여전히 비슷하다. 사람이 없어서 ‘영상K’ 등 기획이 중단됐다”고 했다.

그는 “최근엔 열정이 큰 취재기자에게 오히려 ‘미안하다’고 했다. 취재를 나가야 하는데 사람이 부족해서 갈 수가 없었다. 인력 충원이 빨리 되지 않으면 쇠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거 같다”며 “지금은 열정을 끌어와 쏟아내고 있지만 (인력 충원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주시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KBS
▲ⓒKBS

KBS 대전총국 기자도 “뉴스7 체제가 전환된 지 1년이 지나면서 힘 빠지고 지치는 게 눈에 보이고, 최근 제가 느끼기에는 시청률에도 반영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뉴스를 하고 있다는 걸 지역에서도 알도록 본사에서도 다른 프로그램, 예컨대 ‘6시내고향’이 끝날 때나 포털을 통해서 ‘KBS가 지역뉴스를 하고 있다’는 걸 적극적으로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지역국 상당수가 구식 송출 시스템으로 운영되면서 업무 부담이 가중되는 문제도 언급됐다. 이 기자는 “7시에 본사에서 만드는 뉴스를 트는 건 모험에 가깝다. 7시에서 7시10분 사이에 영상을 파일 기반으로 받으면 다시 테이프로 변환해 송출하기 때문에 사고가 생기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며 “지역에서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회사에서 명확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KBS 본사에 집중된 혜택과 기회

토론회에 참석한 김연식 경북대 교수는 서울 본사 기자와 지역총국 기자 간의 차별과 경계를 허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교수는 “지역 기자들은 왜 정부 출입을 못하나. 순환근무도 있을 수 있다. 특파원은 왜 맨날 본사에서만 가나. 지역에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 잘하는 사람이 없을까. 반드시 본사가 독점할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궁극적으로 기자들이 본사에 몰리는 체계도 문제로 꼽혔다. “서울에 있는 기자들이 지역에 가고 싶지 않아 한다”며 “우리나라는 유독 경영 사다리를 타고 전문직주의를 실현하려는 언론인이 많다. 차장, 부장, 국장, 사장 등 사회 전체적 분위기가 그것을 성공 척도로 여긴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지역에서도 저널리스트로서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지역국 프로그램 편성 비율을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종명 KBS 보도본부장은 이날 “미디어 환경이 워낙 열악하고 이용자들이 우리에게 그만큼 신뢰를 주지 않아 여러가지를 축소하면서도 지역은 키워가려고 하고 있다”며 “지역국은 경험이 없다보니 제작비 구조로 인력 부족을 효율적으로 때워가는 부분도 노하우가 덜 쌓인 부분이다. 그런 부분을 좀더 기술적으로 늘려볼 수 있는 부분을 찾아봐야겠다”고 말했다. 서울 본사와 지역 간의 출입처 및 특파원 경계를 허물어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선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양승동 KBS 사장은 “지역총국 기자들이 녹록지 않은 여건 속에서 발로 뛰고 열정적으로 취재에 임해주셔서 지난 1년 좋은 평가를 받았고 감사드린다”며 “KBS가 국가균형발전 어젠다를 함께 하고 지역성을 구현하는 게 기본적으로 중요한 책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양 사장은 “이사회에 수신료 조정안이 상정돼 있는데, KBS가 앞으로 강화하고 확대할 공적 책무를 담고 있다. 지역 역량 강화가 핵심 중에 핵심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토론회가 의미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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