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 KBS 사장이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운영되어야 하는 감사실 인사를 감사의 동의·인사검증 없이 강행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박찬욱 KBS 감사는 사측이 감사 도중 부당한 인사발령으로 감사 활동을 방해했다며 이에 대한 특별감사와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KBS는 설 명절 연휴를 하루 앞둔 7일 박상용 감사실장(청탁방지담당관·이해충돌담당관 겸직), 김동진 기획감사부장, 임수연 방송감사부장, 정기태 기술감사부장 등 감사실 주요 보직에 대한 13일자 인사발령을 공고했다. 기획감사부장이 감사실장으로 승진하고 세 명의 감사부장들이 새로 합류했다. 기존 감사실장은 구매부, 기술감사부장은 미디어송출부, 방송감사부장은 시사교양2국 평직원으로 발령났다.

KBS 감사는 방송법에 따라 KBS 이사회의 제청으로 방송통신위원회가 임명한다. 감사직무규정은 감사가 부적격자로 인정하는 자 등은 감사부서 직원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관련 규정 등을 근거로 KBS 감사실 주요 인사는 복수의 후보군에 대한 인사검증 절차를 거쳐 감사가 동의해야 이뤄졌다. 

▲KBS 사옥 ⓒ연합뉴스 
▲KBS 사옥 ⓒ연합뉴스 

그러나 이번 인사의 경우 감사의 거부 의사 및 인사 자료 요청을 무시한 채 이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타 부서로 발령된 감사실 실장, 부장 등은 이번 인사에 대한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KBS 사측은 감사실을 제외한 부서장 순환이 끝나 감사실 인사도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로 인사를 요청했다고 전해진다.

익명을 요청한 감사실 직원은 이날 “지난해 12월 (인사) 통보가 와서 감사께서 감사 중에 있는 상황이 많기 때문에 어렵고 시기상으로 문제가 있다고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러다 또다시 (지난 6일) 동일한 인사를 문서로 요청했다”며 “2월7일 사장 앞으로 관련 자료를 제공해달라,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오늘 바로 인사를 내버렸다”고 했다. 

박찬욱 KBS 감사는 KBS 내부 게시판에 “감사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부당한 인사 발령”이라며 “이번 발령을 취소하지 않을 경우 감사는 내규 및 절차에 따라서 감사직무규정 위반 및 감사활동 방해 행위에 대한 특별감사를 시행할 것이며,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했다.

박 감사는 이번 인사가 △감사의 동의를 얻지 않고 △감사와 직원 인사에 관하여 정상적인 협의가 진행되지 않았으며 △신임 부서장에 관한 근무평정 등 인사 검증 자료도 제시하지 않는 등 일방적으로 시행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감사는 방송법 제51조4항에 따라 공사의 업무를 감사하고, 감사실은 감사의 보조기관으로서 해당 업무를 수행하므로 공사의 경영진과는 독립적으로 운영되어야 하며 이의 보장은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에 명시되어 있다”며 “(이번 인사는) 감사실 직원(부서장)의 인사에 관한 감사직무규정에 저촉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감사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으로써 방송법 및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에도 정면 위반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현재 감사실은 2024년도 감사계획을 수립, 공지하여 일반감사에 착수하였으며 민감하고 중요도 높은 특별감사를 다수 진행하고 있는바, 이러한 가운데 감사의 요청 없이 감사실 부서장의 전보를 추진하는 것은 ‘정당한 사유 없이 감사 활동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박민 KBS사장. 사진=KBS
▲ 박민 KBS사장. 사진=KBS

실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공기업·준정부기관 감사기준 등에 따르면 감사부서 직원의 전보는 감사 요구가 있어야 하고, 요구를 따를 수 없는 불가피한 경우 그 사유를 서면으로 설명해야 한다. 또한 감사부서 직원의 경우 법령위반·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지 않았거나 감사가 요구한 경우 외에 신분상 불리한 처분을 받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감사의 동의 없는 감사부서 인사는 타 공공기관 등에 대한 감사원 감사에서 부적정한 인사로 지적돼왔다. 한국고용정보원의 경우 2011년 5월 협의절차를 거치지 않아 반대한다는 감사의 의사에 반해, 기존 감사실 직원을 외부기관에 보직없이 파견발령한 사례 등이 적발돼 주의요구를 받았다. 한국소비자원도 2011년 2월 감사팀장을 타 부서 직원으로 보직 없이 발령하는 등 감사기구 운영 부적정으로 통보 받은 바 있다.

한 KBS 직원은 “규정을 위반하는 사항을 감사하는 감사 부서 인사를 규정을 위반해 하는 것이 과연 적정한가. 과연 어떤 부서에 감사실이 감사를 해서 규정을 위반했다고 지적할 수 있을지 안타깝다”며 “경영자들이 과연 정상적인 사고방식으로 이 회사를 운영하고 있나. 회사일은 회사에서 정치는 정치판에서 해야 하는 게 맞다”고 현 상황의 부당함을 토로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