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퇴직자에게도 업무용 메일 계정(@kbs.co.kr)을 유지해주기로 했다. 일각에선 KBS를 퇴사한 인사들이 직원용 메일을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KBS는 올해부터 퇴직한 임직원이 요청하면 기존 메일 계정을 이용할 수 있도록 웹메일 서비스 운영 정책을 변경한다고 공고했다.

KBS 웹메일 계정은 퇴직과 동시에 사용중지 및 삭제 처리되어왔지만, 신청자에 한해 퇴직한 임직원도 기존 계정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KBS는 관련 공고문에서 “수신료 분리징수 위기 환경에서 퇴직자들의 KBS에 대한 애사심과 긍정적인 관심 고취”를 위해 이런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KBS 로고가 그려진 깃발 ⓒ연합뉴스
▲KBS 로고가 그려진 깃발 ⓒ연합뉴스

퇴직자의 KBS 메일 계정 유지는 여러 부작용 우려 속에 중단된 바 있다. 지난 2021년 3월 KBS 사측은 웹메일 관리 비용 절감과 더불어 KBS 퇴직자가 KBS 직원으로 오인되거나 기존 메일 계정을 부정하게 사용할 가능성을 차단한다는 등의 이유로 퇴직자 계정 회수를 결정했다. 그렇게 중단됐던 퇴직자의 메일 사용이 3년 만에 다시 허용된 것이다.

복수의 KBS 구성원들은 회사 이메일 계정만 인증하면 현직자처럼 활동할 수 있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등을 거론하며 우려했다. 퇴직자 이메일 회수가 결정될 무렵 ‘블라인드’에 소속 회사를 KBS로 밝힌 인물이 “KBS에 불만들이 많은데 능력 되면 KBS 오라”는 글을 올려 KBS에 대한 여론이 급격히 악화된 일이 있는데, 퇴사자들이 이런 커뮤니티에서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퇴사자가 KBS 직원용 메일을 기재한 명함 등을 사용하면 여러 문제나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KBS 구성원은 “어느 기업이 퇴사한 사람에게 이메일을 쓰게 해주느냐”고 꼬집었다. 

또 다른 KBS 구성원은 “회사가 어렵다면서 물과 전기를 아껴 쓰라는 사내 방송이 매일 오전 오후로 나오는데 퇴직자에게 돈을 들여 메일을 제공하는 게 맞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전에도 시니어들이 퇴직한 뒤 회사메일을 활용해 회사 명예 또는 공정성이 훼손되는 다양한 업무를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며 “퇴사하고 유튜브 하는 분들 보면 ‘전 KBS’ 같은 것들을 써두더라. 이런 걸 꾸준히 사용하게 해달라는 요청이 많았고 박민 사장도 사내 여론을 얻기 위해 이런 일이 필요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KBS 사측은 퇴직자의 메일 계정 유지를 허용하기로 결정한 이유, 향후 퇴직자의 KBS 현직 사칭 가능성에 대한 대비책 등에 대한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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