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형 전 KBS 인재개발원장이 총선 예비후보로 등록한 다음날에야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전 원장이 예비후보 등록 전에 사의를 밝혔다며 ‘소급 면직’을 정당화했던 박민 사장을 향해 ‘인사참사’ 책임을 져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KBS는 지난달 12일 충북 제천·단양 국회의원 선거의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등록한 이 전 원장을 이튿날인 13일에 ‘12월11일’자로 의원면직했다. 박민 KBS 사장은 지난달 1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충형 전 원장이 사직서를 통해서 사의를 밝힌 게 11일 자이다. 그리고 후보 등록한 게 12일인데 저희 규정상 본인이 사직 의사를 밝힌 날 면직을 하도록 돼 있다”며 “그런데 당시 휴가 기간이어서 접수가 늦어져서 13일 와서 소급해서 면직 처리를 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KBS가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충형 전 원장의 사직서가 제출되고 접수된 날짜는 지난달 13일로 확인됐다. KBS는 “일신상의 사유로 인하여 2023년 12월11일자로 사직코자” 한다는 이 전 원장 사직원을 제출일자가 명시되지 않은 상태로 의원실에 제공하기도 했다.

▲이충형 전 KBS 인재개발원장 명의 현수막.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제공
▲이충형 전 KBS 인재개발원장 명의 현수막.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제공

이 전 원장이 사직 의사를 밝힌 날을 기준으로 삼았다는 박 사장 주장도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KBS 인사규정의 의원면직 조항은 “직원이 퇴직하고자 할 때에는 사직원을 제출하고 소정의 수속을 거쳐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전 원장은 총선 예비후보로 등록하기 전부터 본인 명의로 지역에 현수막을 내거는 등 정치적 행보로 물의를 빚은 인물이다. 충북 지역 언론은 지난 9월 이후 이 전 원장을 총선 후보군으로 거론해왔다. 그럼에도 박 사장은 이씨를 지난해 11월14일 인재개발원장으로 발령했고, 그가 현직 신분으로 총선 출마에 나선 책임도 묻지 않았다. KBS 직원은 취업규칙에 따라 정치활동에 참여하거나 정치단체 구성원이 될 수 없다.

KBS는 3일 현재까지 이 전 원장 소급 면직 이유, 사직원에 제출일자가 없는 이유, KBS 현직 임직원이 정치활동을 금지한 취업규칙을 위반할 경우 사규상 취해야 할 조치 등에 대한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이정문 의원은 이날 “박민 사장은 이충형 씨의 총선용 스펙쌓기를 지원한 사실을 인정하고 인사참사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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