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이 방송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를 찾는 싸움에 적극 나서고, 정규직 노동조합 간부들의 반노동행위에 대응하라고 요구하는 연서명이 진행되고 있다.

안명희 언론노조 출판노동조합협의회 의장(서울경기지역출판지부장)은 “방송 비정규직 투쟁은 정당하다”며 “언론노조는 방송 정규직 노조·간부의 반노동적 행위를 징계하라”고 밝힌 연서명을 냈다. 연서명은 20일 자정까지 진행되며, 19일 오후 1시30분 기준 300여명이 연명했다. 언론노조 중앙집행위원으로 활동하는 안 의장은 오는 21일 언론노조 정기 대의원대회에 참석하는 대의원들에게 연서명 유인물을 배포한다는 계획이다.

안명희 의장은 연서명을 제안한 성명에서 최근까지 방송분야 등 정규직 노동조합 관련 △방송 비정규직의 노조 가입 거부 △싸우는 방송 비정규직에 대한 혐오·비방·투쟁 방해 등 반노동행위 사례가 쌓여왔다고 했다. 

▲‘방송 비정규직 투쟁은 정당하다! 언론노조는 방송 정규직 노조·간부의 반노동적 행위를 징계하라’ 연서명 페이지 갈무리
▲‘방송 비정규직 투쟁은 정당하다! 언론노조는 방송 정규직 노조·간부의 반노동적 행위를 징계하라’ 연서명 페이지 갈무리

안 의장은 “특정한 일부 사업장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언론노조 내 만연한 일이다. 더는 묵인할 수 없는 상태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을 언론노조는 모르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제는 결단해야 한다”라며 “내부의 갈등과 반발에 맞닥뜨리더라도 언론노조는 민주노조로서 조직혁신을 이뤄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노동을 말하는 언론노조, 비정규직 투쟁을 하는 언론노조를 보고 싶다. 모두의 언론노조를 위해 방송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싸우는 언론노조이기를 바란다”고 끝맺었다.

안 의장은 미디어오늘에 연서명을 제안한 배경으로 “전국 방송 프리랜서들이 계약서를 쓸 수 있도록 방송사와 합의하지 않고 판례를 남기겠다고 했던 고 이재학 CJB청주방송 PD의 명예를 훼손하고, 방송 비정규직 투쟁을 잇는 법률가·활동가들이 만든 ‘엔딩크레딧’ 활동을 비방하는 것을 참아넘기기 힘들었다”며 “연서명에 밝힌 것 외에도 사례는 많다”고 했다. 또 “무엇보다 노조 가입을 거부당하고, 그 과정에서 모멸감을 느껴야만 했던 방송 비정규직 당사자들이 처한 상황을 계속 묵인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내부에서 문제 제기를 하다 하다 안 되니 밖으로 터져나온 것”이라고 했다.

안 의장은 “한 방송사가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문화예술노동자들을 인터뷰하고 싶다고 했다. 이미 몇몇 문화예술 현장이 방송됐던 터라 이제 방송작가를 해보자고 하자 데스크에서 ‘킬’ 당했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언론 정의 같은 말은 방송 비정규직 앞에선 절대적으로 무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규직 노동자의 비정규직 노동자 권리 외면은 어느 분야에든 있지만 미디어·언론 산업은 특히 심하다”며 “언론사가 자기 업계 문제 보도를 기피하며 공론화도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문제의식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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