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진행된 ‘MBC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추모주간 투쟁선포 기자회견’ 현장에 고인의 영정사진이 놓여 있다. 사진=윤유경 기자
▲ 9월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진행된 ‘MBC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추모주간 투쟁선포 기자회견’ 현장에 고인의 영정사진이 놓여 있다. 사진=윤유경 기자

MBC가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1주기에 프리랜서 기상캐스터를 폐지하고 ‘기상기후 전문가’ 일자리 신설 방침을 밝힌 것을 두고 MBC차별없는노동조합이 “유족의 기상캐스터 정규직 채용 요구를 왜곡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고인의 어머니는 서울 상암동 MBC 앞에서 단식 농성에 나선 지 12일을 맞았다.

MBC 차별없는노동조합은 19일 성명을 내고 “고 오요안나 어머니의 단식은 하루하루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유족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라며 “MBC는 즉각 사과하고, 유족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MBC차별없는노조는 “MBC는 유족이 ‘기상캐스터를 정규직으로 채용하라’는 요구를 한 상황에서 사전에 유족과 협의 없이 1주기 추모제가 열리는 도중 ‘기상 기후 전문가 신설 채용’ 보도자료를 배포했다”며 “이는 사실상 기존 기상캐스터들을 해고하겠다는 선언”이라고 했다.

MBC는 고 오 캐스터 1주기인 지난 15일 저녁 보도자료를 통해 이 같은 방침을 밝혔다. MBC는 “신설 기상기후 전문가는 기존 기상캐스터 역할은 물론 취재, 출연, 콘텐츠 제작을 담당해 전문 기상·기후 정보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며 지원 자격은 기상·기후·환경 전공자나 자격증 소지자 또는 관련 업계 5년 이상 경력자이고 기존 캐스터도 지원할 수 있다고 했다. 캐스터들은 모두 올해 말 계약 만료를 앞둔 상황에 계약 종료를 맞는 것이다. 캐스터들과 사전 협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MBC가 ‘기상기후 전문가’의 차별화된 역할로 열거한 ‘취재·출연·콘텐츠 제작’은 현직 기상캐스터들도 수행해온 업무다.

MBC차별없는노조는 “사실 기상캐스터 직종을 프리랜서로 채용하지 않고 정규직으로 뽑겠다는 시도 자체는 문제 될 바 없다. 오히려 환영한다”고 했다. “그러나 유족과 일언반구 협의가 없었고, 까다로운 자격 요건으로 기존 기상캐스터가 채용될 수 없다면 유족이 기상캐스터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라는 요구가 기존 캐스터들의 해고로 귀결되기에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존 인력이 뽑히면 내정 논란, 뽑히지 못하면 사실상 해고라는 또 다른 고통만 남는다”며 “왜 고인과 유족, 그리고 동료 기상캐스터들까지 이중삼중의 상처를 입히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가”라고 물었다.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어머니의 단식농성 천막이 차려져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어머니의 단식농성 천막이 차려져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MBC차별없는노조는 MBC가 고 오 캐스터의 노동자성을 인정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들은 “고 오요안나는 프리랜서였지만 프리랜서처럼 일하지 않았다. 매일 출퇴근하며 보도국 지휘·감독 아래 상시적이고 종속적으로 일했다. 그럼에도 3개월간 특별근로감독한 노동부는 괴롭힘은 있었지만 근로자성은 인정하지 않았다. 잘못된 조사”라며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역시 고 오요안나 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지금이라도 MBC는 고인의 근로자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MBC는 고인 기일에 단식 중인 어머니에게 아무런 대안도 제시하지 않은 채 단식을 중단하라 요구했다. 그러나 이후 내놓은 방안은 유족을 기만하는 내용이었다. 유족의 상처 위에 또다시 소금을 뿌리는 행위”라며 “유족을 기만한 MBC의 태도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고인의 어머니 장연미 씨는 지난 8일부터 MBC의 오 캐스터의 노동자성 인정과 현 기상캐스터 4명의 정규직 전환, 사내 비정규직 프리랜서 고용구조 개선 등을 촉구하며 MBC 앞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고 오 캐스터는 입사한 지 3년여 만인 지난해 9월15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기고 숨졌다.

MBC차별없는노조는 ‘무늬만 프리랜서’로 MBC에서 일하다 부당해고를 당하거나 근로감독을 거쳐 노동자성 인정 판단을 받은 방송작가들이 꾸린 노동조합이다. MBC는 이들을 기존 정규직(방송제작 일반직)으로 복직시키지 않고 2023년 초 그보다 처우를 낮춘 별도 직군을 신설해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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