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KBS '연기대상' 갈무리. 사진=KBS 유튜브 캡처.
▲ 2024년 KBS '연기대상' 갈무리. 사진=KBS 유튜브 캡처.

고인이 된 국민배우 이순재. 배우로서 그의 삶을 돌아보면 울림을 남긴 순간이 많다.

특히 지난해 드라마 ‘개소리’로 KBS 연기대상을 수상할 당시 소감이 회자된다. 이순재는 “언젠가는 기회가 한 번 오겠지 하고 늘 준비하고 있었다”며 “미국 아카데미에서도 메릴 스트립 같은 배우는 30대에 한 번, 60대 이후에 세 번이나 받았다. (나이) 60 먹어도 잘하면 상주는 거다. 공로상이 아니고, 연기는 연기로 평가해야지 인기나 다른 조건으로 평가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청자 여러분, 평생 신세 많이 지고 도움 많이 받았다. 감사합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지난해 백상예술대상 특별무대를 통해선 “왜 아직도 연기에 도전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는 “배우로서 연기는 생명력”이라고 답한다. 그는 “연기가 쉽지가 않다. 평생을 했는데도 아직도 안 되고 모자란 데가 있다. 그래서 늘 고민하고 연구하고 새로운 배우가 나올 때마다 참고하고, 배우는 항상 새로운 작품 새로운 역할에 대한 도전”이라고 했다.

이순재는 “열심히 한 배우로 기억해주시면 고맙겠다”며 즉석에서 ‘리어왕’의 한 장면을 선보였다. 이순재의 연기에 황정민·정우성 등 배우들이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유연석은 눈물을 글썽였고, 최민식 배우는 고개를 숙였다.

▲ '60회 백상예술대상' 특별무대를 통해 연기 중인 이순재. 사진=JTBC 유튜브 캡처
▲ '60회 백상예술대상' 특별무대를 통해 연기 중인 이순재. 사진=JTBC 유튜브 캡처

이순재는 평생 연기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2009년 KBS1 ‘낭독의 발견’에 출연한 그는 “배우는 아름다운 우리말의 전형을 전달하는 의무와 책임을 갖기 때문에 나는 지금도 사전을 뒤적이며 대사의 장단음을 확인한다”고 했다. 장음과 단음 구분이 사라져가고 있지만 배우로서 그는 ‘기본’으로 여기고 일일이 확인해가며 연기한 것이다.

그는 쓴소리도 마다치 않았다. 2018년 연예계 미투 운동 당시 이순재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이제는 이런 성폭력들이 가차 없이 고발돼야 한다”며 “관객들이나 국민들한테 죄송하고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피해를 입은 후배들을 향해 “자기 탓이 아니다”라며 “다시 (연기) 할 수 있게 돼야 한다”고 했다. 가해자를 향해선 “이 분야를 다 떠나야 한다”고 했다. 

이순재는 드라마 쪽대본이 문제가 됐던 2008년 당시 OBS에 출연해 “녹화 몇 시간전에 대본을 받을때면 정말 화가 난다”며 “연기자를 생각하지 않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쪽대본 환경 속에선 중견 연기자도 버텨내기 힘든데 어떻게 신인들이 제대로 된 연기를 할 수 있겠냐”며 후배를 걱정했다.

이순재는 촬영 현장에서 불평과 불만을 하지 않는 배우로 정평이 나 있다. 2014년 tvN ‘꽃보다 할배’ 촬영 당시 나영석 PD가 ‘불평하는 모습을 본 적 없다’고 하자 이순재는 “나이 먹었다고 어른 행세하고 대우받으려고 주저앉으면 늙어버리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순재는 배우 김영철의 삶의 태도를 바꾼 일화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2019년 SBS ‘막강해짐’에 출연한 김영철은 촬영 대기가 길어질 때마다 화를 내고 1순위로 촬영하는 걸 당연시 여겼던 과거를 언급하며 SBS ‘공주의 남자’ 촬영 때 이순재가 5시간 동안 기다리면서도 불편한 기색도 내지 않은 일화를 언급했다. 당시 김영철 배우가 “선생님 먼저 찍으시죠”라고 했을 때 이순재는 “괜찮아 나는 신경 쓰지 말고 어서 너희들 찍어”라고 했다고 한다. 이후 김영철 배우는 동료들을 배려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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