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대통령이 체포 직전 자신을 옹호하는 극우 유튜브 콘텐츠를 공유한 사실이 확인됐다. 윤 전 대통령이 유튜브에 심취했다는 사실은 여러 경로를 통해 드러났는데, 이로 인해 비정상적인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지난 21일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체포방해 혐의 재판에서 김성훈 전 대통령 경호처 차장에게 윤 전 대통령이 보낸 메신저 대화내용이 공개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앞둔 지난 1월 당시 김성훈 차장에게 유튜브 채널 ‘젊은 시각’의 영상 링크를 공유하며 “모두 한남동을 지키려고 추위에 애쓰는 시민들을 생각해야”라고 말했다. 해당 영상은 <드디어 尹지지율 46% 질문지도 바꿨다!>는 제목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른다는 내용이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유튜브 콘텐츠를 믿은 결과 체포 거부 국면에서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다고 오판한 것으로 보인다.
‘젊은시각’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노골적으로 옹호하고 서부지법 폭동에도 가담한 유튜버다. 그는 비상계엄 담화문을 언급하며 “눈이 뜨인다”고 했고 “이승만 대통령은 다섯 번, 박정희 대통령은 네 번의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자유민주주의 헌정질서를 수호해 왔다”고 주장했다.
앞서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지난 1월15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체포되기 직전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요즘 레거시 미디어는 너무 편향돼 있기 때문에 유튜브에서 잘 정리된 정보를 보라”고 권한 사실이 전언 형태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 시기 대통령실이 유튜브 채널 운영자에게 연락해 도움을 요청한 사실까지 확인됐다. 한겨레의 지난 8월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실 행정관이 유튜브 채널 ‘신의한수’ 운영자 신혜식씨에게 연락해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지지층을 동원해달라는 문자가 공개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전부터 극단적 유튜브에 심취하고 언론을 불신해왔다는 사실은 여러 경로로 확인할 수 있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1월7일 전직 장관 등을 취재해 윤석열 대통령이 유튜브에 빠졌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지지율이 오르지 않고 무리한 국정 운영이 언론 등에서 비판받기 시작하자 윤 대통령은 자신을 비난하지 않는 극우 유튜브 방송에 빠져든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의 관계자는 “관료들은 (윤 대통령에게) 유튜브만 보지 말고 주요 언론의 논조에 주의를 기울여 여론 경향을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며 “윤 대통령은 고함을 지를 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한다”고 했다.

언제부터 그는 유튜브에 심취했을까. 윤석열 전 대통령은 이미 취임 전부터 극단적 유튜브에 관심을 크게 기울였던 것으로 보인다. 2022년 대선 국면에서 이봉규TV의 운영자 이봉규씨는 “(윤석열 후보가) 자면서도 내 방송을 본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이봉규TV에 전화 인터뷰 형식으로 출연한 일도 있다. 이 채널은 선거부정 음모론, 이태원참사 기획설 등을 제기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비상계엄 직후인 지난해 12월 페이스북을 통해 “대선 기간 내내 부정선거론자인 윤석열 후보를 타박해가면서 결국 부정선거론자들을 발 못 붙이게 했지만 이제 그 부정선거론을 내세워 나라를 절단내는 것을 보니까 착잡하다”고 했다. 대선 때부터 윤석열 전 대통령이 극우 유튜버들의 주장에 심취했다는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취임식에 음모론 등 극단적 주장을 해온 유튜버 및 채널 관계자 30여명이 초청된 사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취임식 초청자 명단에는 이봉규TV, 시사창고, 시사파이터, 너알아tv, 짝찌tv, 애국순찰팀, 가로세로연구소, 자유청년연합, 정의구현박완석 등 채널 관계자들이 포함됐다.
취임식에 참석한 안정권씨는 소녀상 앞에서 농성 중인 대학생과 진보단체에 폭언, 소수자 비하, 색깔론 등을 쏟아냈고 문재인 전 대통령 양산 사저 앞에서 욕설 시위를 벌여 논란이 된 인물이다. 그의 누나가 대통령실에 채용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된 일도 있다. MBC ‘스트레이트’에 따르면 2022년 추석 윤 대통령은 김상진씨 등 유튜버들에게 선물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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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활동을 해온 인사들이 공직에 진출하는 일도 반복됐다. ‘김채환의 시사이다’ 채널을 운영하며 문재인 전 대통령이 군인의 생체 실험을 지시했다는 주장 등을 한 김채환씨는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이 됐다. ‘막말 평론가’로 방송에서 퇴출된 후 유튜버로 활동해온 민영삼씨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장에 임명돼 현재도 직을 유지하고 있다.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 역시 유튜브채널 ‘이진숙티브이’를 운영하며 5·18 민주화운동 폄하 등 영상을 올렸다.
지난해 6월 김진표 전 국회의장 회고록이 출간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음모론에 심취했다는 정황이 다시 수면 위에 올랐다. 회고록에 따르면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한 달여 후인 2022년 12월5일 국가조찬기도회 이후 독대 자리에서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당시 극우 유튜버들이 제기한 ‘이태원 참사 기획설’을 믿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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