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비정규직노동단체 엔딩크레딧 등은 12일 서울 상암동 MBC 본사 앞에서 MBC내 차별 혐오 발언 규탄 및 합당한 조치 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엔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유족과 MBC차별없는노동조합, 희망을만드는법, 직장갑질119 온라인노조, 한국여성민우회,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등이 참석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방송비정규직노동단체 엔딩크레딧 등은 12일 서울 상암동 MBC 본사 앞에서 MBC내 차별 혐오 발언 규탄 및 합당한 조치 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엔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유족과 MBC차별없는노동조합, 희망을만드는법, 직장갑질119 온라인노조, 한국여성민우회,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등이 참석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MBC 사원임을 인증해야 하는 익명 커뮤니티에서 방송작가와 프리랜서 방송노동자 대상 혐오 발언이 쏟아진 것으로 드러난 것을 두고, MBC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MBC 내부에서 공채 여부와 고용 형태 등에 따라 ‘계급’을 나누는 문화도 문제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됐다.

방송비정규직노동단체 엔딩크레딧은 1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C는 방송작가와 프리랜서 노동자를 겨냥한 혐오 발언에 단호히 대처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최근 MBC가 고용노동부의 노동자성 인정 결과 발표 직전 계약종료를 통보했던 방송작가에게 부당해고 소송 패소 비용 880만 원을 청구하자 지난 1일 MBC차별없는노동조합 등의 비판 성명이 나왔다. 이날 이후 열흘가량이 지난 지금까지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의 MBC 게시판엔 방송작가와 프리랜서 노동자, 차별없는노조 위원장 등을 조롱하거나 폄하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게시판엔 “과자를 밥 먹듯이 먹어 찐 살” “휘핑크림 탑 쌓은 음료 마시며 주체 못하는 몸뚱이” “방송작가는 잡다한 일 하는 게 맞아요” “방송작가는 빈대” “피해의식과 오만방자가 합쳐진 희한한 집단” 등 내용의 댓글이 달렸다. 해당 앱은 가입할 때 사원 이메일로 실명 인증을 거쳐야 한다.

차별없는노조 측은 해당 게시물들에 대한 경찰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의 김동현 변호사는 기자회견에서 “게시물을 검토한 결과 형법과 정보통신망법상 명훼와 모욕죄에 해당한다. 구체적 적시로 위원장의 명예훼손죄 성립에 아무런 지장이 없고, 방송작가 전체를 대상으로 한 경멸적 모욕”이라며 “철저한 수사로 작성자를 특정하고 처벌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한 “MBC는 게시물을 삭제, 차단할 의무가 있다. 이들 글을 장기간 방치했으며, 차별없는노조의 요구에도 아무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을 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MBC에서 ‘위장 프리랜서’로 정규직 기자와 같은 업무를 하다 해직된 뒤 부당해고를 인정받아 복직한 방송작가 김은진 차별없는노조 위원장은 “게시글들을 본 뒤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작성자가 나와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들일지 모른다는 공포감에 잠이 안 오고 손발이 떨린다”고 토로했다. 김 위원장은 “노조가 조롱과 모욕을 용납해선 안 된다는 성명을 내자 오늘 또 조롱 글들이 올라왔다”며 “이런 혐오 표현은 MBC가 방송작가에 대한 방송지원직이란 차별적 신분제를 만들었을 때 예견됐다”고 덧붙였다.

▲방송비정규직노동단체 엔딩크레딧 등은 12일 서울 상암동 MBC 본사 앞에서 MBC내 차별 혐오 발언 규탄 및 합당한 조치 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엔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유족과 MBC차별없는노동조합, 희망을만드는법, 직장갑질119 온라인노조, 한국여성민우회,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등이 참석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방송비정규직노동단체 엔딩크레딧 등은 12일 서울 상암동 MBC 본사 앞에서 MBC내 차별 혐오 발언 규탄 및 합당한 조치 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엔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유족과 MBC차별없는노동조합, 희망을만드는법, 직장갑질119 온라인노조, 한국여성민우회,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등이 참석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장종수 직장갑질119 온라인노조 사무처장도 이번 사태 배경으로 “MBC 내부의 계급”을 지목했다. 장 사무처장은 “MBC 노동자들은 직원(일반직), 전문직, 계약직, 방송지원직으로 나뉜다. 업무 성격의 차이를 빙차해 공채 직원과 아닌 직원을 차별한다”며 “그 차별은 혐오표현을 정당하게 만들고, 혐오표현은 다시 차별을 공고하게 한다. 그 결과 MBC의 편법 해고엔 관심 없고 그에 연대한 차별없는노조의 작가들을 ‘빈대’로 불러도 되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고 했다. MBC는 지난 2022년 노동부 근로감독과 부당해고 다툼에서 노동자성을 인정 받은 방송작가들을 기존 정규직 직군으로 근로계약하지 않고 ‘방송지원직’이라 부르는 직군을 신설해 더 낮은 처우를 적용했다.

장 사무처장은 “불과 얼마 전 오요안나 님이 목숨을 끊고, 위장 프리랜서로 23개월 일하다 해고당한 방송작가가 몇 년에 걸쳐 소송하다 결국 880만원을 배상해도 공채 직원들은 연대의 방법은 모르나”라며 “단식 앞에 폭식하는 자들, 내몰린 소수자에 꺼지라 외치는 자들을 MBC가 보도할 때 MBC의 공채 아닌 계약직, 전문직, 방송지원직이 겪을 설움이 겹쳐 보인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엔 ‘프리랜서’ 신분으로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겪다 숨진 고 오요안나 MBC 보도국 기상캐스터의 어머니 장연미 씨도 참석했다. 장씨는 “비정규직 프리랜서 괴롭힘 발언이 지속적으로 올라온다는 얘길 듣고 피가 거꾸로 솟았다”며 “요안나가 세상을 뜬 지 조금 있으면 1년이다. 한 사람은 태어나면 우주이고, 직책과 직군 없이 소중하다. 이런 가슴 아픈 이야기를 오늘 다시 하는 게 비참하다”고 했다.

그는 “익명이란 방패 뒤에 숨어 사람 죽이는 말 해대는 걸 멈추라”며 “MBC는 요안나가 죽은 후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한 게 있나. 작가가 또 죽어야 정신 차릴 건가. MBC는 사내 어떤 직군이나 고용형태에 대해서도 차별적 말이나 괴롭힘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도 같은 날 성명에서 “MBC는 지난 5월 고 오요안나 사건으로 불거진 직장내 괴롭힘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이후 ‘조직문화를 개선하겠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개선하겠다는 조직문화는 어떻게 됐는가. 방송작가에 대한 혐오가 넘쳐나는데 MBC는 늦장만 부릴 것인가”라며 회사의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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