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은 TV와 결합 안 하고 인터넷만 가입하는 분들이 많아요.” 지난달 통신대리점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IPTV), 종합유선방송(SO), 위성방송의 ‘인터넷+유료방송’ 결합상품 경쟁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이 유료방송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TV로 유료방송을 보지 않는 OTT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유료방송 가입자는 2024년 상반기부터 시작된 감소세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가 지난 24일 발표한 <2025년도 상반기 유료방송 가입자 수와 시장점유율>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유료방송 가입자 수가 약 3623만 명으로 조사됐다. 이는 2024년 하반기(3637만 명)보다 13만8546명이 줄어든 수치다. 유료방송 가입자 수는 2024년 상반기(3638만 명) 감소세로 접어든 이후 줄곧 하락세다.
하락세는 점점 가팔라지고 있다. 2024년 상반기 유료방송 가입자는 2023년 하반기 대비 0.02% 하락했으나 2024년 하반기엔 0.05%, 2025년 상반기엔 0.38% 줄었다. 사업자별로 보면 IPTV를 제외한 SO와 위성방송의 가입자가 꾸준히 줄었다. 그나마 통신사가 보유한 IPTV 이용자가 늘고 있지만 이 역시 ‘천장’을 찍는 건 시간문제로 보인다. 2022년 하반기만 해도 IPTV 가입자 증가율이 1.76%였으나 2024년 하반기 0.76%, 2025년 상반기 0.49%로 증가 폭이 둔화됐다.

유료방송 중심의 VOD 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에 따르면 2020년만 해도 6258억 원에 달했던 IPTV의 유료 VOD 매출액이 지난해엔 3839억 원에 그쳤다.
과거엔 유료방송이 IPTV 중심으로 재편되는 데 업계의 우려가 컸지만 OTT 시대를 맞아 유료방송 전체가 사양산업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넷플릭스와 티빙, 웨이브, 디즈니+, 쿠팡플레이 등 각종 OTT가 늘고 이용이 보편화되면서 유료방송 가입을 굳이 하지 않아도 콘텐츠를 볼 수 있다 보니 가입자 수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유료방송 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위기감이 큰 상황이다. 당장 위성방송 사업자인 KT스카이라이프는 계열사인 ENA의 채널 3곳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김소리 전국언론노동조합 스카이라이프지부장은 지난 24일 “OTT가 늘어나면서 유료방송가입자가 감소한 건 확실하다. 국내 시장을 점령하면서 방송사의 콘텐츠 제작 기능이 OTT에 집중됐다. 콘텐츠 찍을 때 100억 원씩 투입되는 걸 방송사들은 심사숙고해야 하는데, 넷플릭스나 쿠팡 같은 대형 OTT는 자본 기반이 탄탄해 ‘텐트폴’ 작품을 쏠 수 있다”고 짚은 뒤 “IPTV는 VOD 매출이 2~3년 전부터 빠지기 시작했다. OTT로 다 가버렸다”고 했다.
SO에 의무로 부여된 ‘지역성 구현’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케이블업계 관계자 A씨는 지난 24일 “케이블TV는 매년 지역 채널 운영에 1200억 원을 쓴다. 이게 그대로 적자로 간다. 더 어려운 사업자가 어려운 의무들을 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면 퀄리티가 떨어질 수 있다”며 “케이블 방송이 재난방송을 편성하지만 법적으로 재난방송사업자로 지정되지 않아 방발기금 지원을 받지도 못한다. 특히 재난은 국지적 성격이 강해 그 지역 기자나 미디어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런 부분에서 평가나 필요성이 재판단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김소리 지부장은 “지금 추세로 간다면 케이블TV나 공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매체들이 계속 (인수합병 등) 통합을 하게 되면서 공적인 색깔이 지워지게 될 거다. 합병되고 덩어리가 커지면 지역성에 대한 역할이 고려가 안 되는 것”이라며 “기자들이 힘들어서 떠난다더라. 그룹사 입장에서는 굳이 지역성 콘텐츠까지 살릴 필요는 없다. (기자들에게) 그룹사 차원의 사업을 키울만한 데에 집중하라고 할 수밖에 없다”라고 우려했다.

차별적 규제 해소와 더불어 전반적인 유료방송 정책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김소리 지부장은 “유료방송과 OTT의 콘텐츠는 동일한데, 유료방송사들은 방송발전기금을 내야하고 편성 심의 광고 규제 등을 다 받고 있다.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도 정해진 틀 안에서 해야 하는데 OTT는 모든 게 다 자유롭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방미통위와 문체부 OTT 담당자들이 적고, 업무가 각 부처에 찢어져 있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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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업계 관계자 A씨 역시 “OTT와 유튜브 시대에 유료방송 정책이 어떻게 돼야 하는지, 이용자들은 해외 플랫폼을 중심으로 이용하는데 국내 유료방송 플랫폼은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 하는지 정부가 나서야 한다”라고 말한 뒤 “방발기금을 절감시킨다든지 형평성이 고려돼야 한다. 방발기금은 홈쇼핑은 영업이익 기준, 유료방송사는 매출 기준으로 내는 것도 여러 번 지적 돼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새 정부의 유료방송 정책이 나오지 않았다. 현재는 유료방송 전체가 어려워졌는데 정부 정책 방향성이 나올 때가 됐다”라고 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가 ‘유료방송 발전방안’을 마련한 이후 9년간 매체 환경이 급변했지만 정부 차원의 로드맵은 나오지 않았다. 당시엔 산업 부처인 미래부가 방안을 마련하면서 ‘공공성’을 중심에 둔 논의가 아닌 케이블SO가 IPTV에 잠식당하도록 방치하는 결론을 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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