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 내 괴롭힘을 고발하며 숨진 고 오요안나 MBC 보도국 기상캐스터의 유가족이 고질적인 고용구조 문제 해결과 재발 방지를 요구하며 MBC 앞 단식농성에 돌입하기로 했다. 시민사회에선 MBC가 오 캐스터 1주기를 앞두고 문제를 해결하도록 촉구하는 연명에 나섰다.
오 캐스터의 어머니 장연미 씨는 1일 통화에서 “MBC에 남은 기상캐스터들과 후배들을 정규직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했다. 요안나가 당한 일은 MBC가 기상캐스터를 경쟁시키고 언제 자를지 모르는 시스템 안에 있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회사는 답이 없고, 우리가 가진 것은 몸뿐”이라고 단식에 나서는 이유를 설명했다.
장씨는 “우리가 MBC 비정규직과 프리랜서 전수조사를 다시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라며 “요안나가 그 많은 증거들을 모아 남겨놓은 건 본인의 죽음이 헛되지 않고 변화로 이어지길 바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어야 하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안나가 죽고서 지금까지 해결된 것이 하나도 없다”며 “우리는 요안나의 명예를 돌려놓고, 제2의 요안나가 나오지 않도록 MBC가 변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 오 캐스터의 오빠 오상민 씨도 지난달 31일 SNS에 글을 올려 “그동안 저희는 엔딩크레딧, 직장갑질119와 함께 MBC에 요구안을 전달하고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MBC는 임원회의에서 논의 후 요구안에 대한 답변을 주겠다고 했지만, 현재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는 상황이며 제대로 된 문제해결의 의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9월3일 방송의날에 추모주간 투쟁 연대호소문을 발표하고 9월8일 기자회견을 진행한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 부탁드린다”고 썼다.
앞서 오 캐스터 유가족과 미디어비정규직단체 엔딩크레딧 등은 지난 7월1일 국정기획위원회 앞에서 유가족의 요구안을 발표했다. 요구안은 △MBC 사장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입장 표명 △명예회복과 예우 △비정규직 고용구조와 노동조건 개선 등으로 나뉜다.

유족들은 재발 방지책의 핵심으로 기상캐스터 정규직화를 비롯한 비정규직 고용구조와 노동조건 개선을 담았다. 안형준 MBC 사장이 유족과 조직 구성원, 시민사회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사과문엔 고인을 MBC의 노동자로 인정하도록 요구했다. 고용구조 개선을 위해선 시민사회단체가 동의하는 독립 기관을 통해 비정규직 프리랜서 규모와 노동 실태 전수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MBC가 사내 추모 공간을 마련하고, 고인의 사망 책임에 부합하는 보상을 하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유가족은 지난 7월30일 안형준 사장을 만났고 8월22일 사측 대표와 만나 실무 협상을 진행했지만 MBC 측의 명확한 답변은 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MBC 측은 핵심 요구안인 기상캐스터 등 비정규직 고용 개선 등엔 답변하지 않은 채 추모 공간 마련과 명예사원증 발급에 한해 긍정적 입장을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유족 측은 MBC측이 임원회의를 8월25일 연 뒤 요구안에 대한 답변을 주겠다고 했으나 2일 현재까지 답이 없다고 했다.
비정규직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와 엔딩크레딧은 오 캐스터의 1주기 전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집중투쟁을 예고했다. 유족과 단체들은 방송의날인 3일까지 시민사회 연명을 진행한다. 이들은 호소문에서 “지난 1년간 수많은 시민들이 오요안나 기상캐스터의 죽음을 애도하고 방송 프리랜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목소리를 높여왔지만, 안 사장과 MBC는 눈과 귀를 닫고 유가족과 시민사회단체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고 밝혔다.
단체들은 “MBC는 내부의 비정규직 프리랜서 양산과 차별 문제가 수년 동안 제기됐지만 이를 해결하려는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 무늬만 프리랜서 당사자들이 소송, 근로감독 등으로 노동자성을 인정받았음에도 별도 직군인 ‘방송지원직’ 등으로 또 다른 차별을 양산하고 있는 게 MBC의 현재 모습”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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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측은 유족 측 요구안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MBC 측 관계자는 1일 유족들의 핵심 요구를 두고 “비정규직 직고용 문제에 대해선 계속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했다. 비정규직·프리랜서 노동실태 전수조사 요구에는 “자체적으로 비정규직 프리랜서 관련 직장갑질 등에 노무관리를 계속하고 있다”며 “외부기관을 통한 실태 전수조사에 대해선 검토 중”이라고 했고, “보상 요구엔 배임 문제를 포함해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안 사장이 공식 사과하라는 요구에 대해 MBC 측은 이미 방송 사고(社告)로 사과와 재발방지 입장을 밝혔고, 안 사장이 유가족을 처음 만난 7월 말 사과했다는 입장이다. 명예사원증과 추모공간은 “빠르면 이번 주 안에 마련하는 등 일부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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