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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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 시계가 째깍째각 돌아간다. 오전에는 속칭 ‘야마(주제)’를 정한다. 점심밥을 먹고 나면 초벌 기사가 나와야 한다. 오후 3시30분하면 맘속에서 ‘땡’ 소리가 울린다. 마감 시각이다. ‘땡’ 소리가 나면 오븐에서 따끈따끈한 빵이 나오듯이 따끈따끈한 기사가 나와야 한다. 빠듯한 일정이다. 그럴려면 뒤돌아볼 틈 없이 없다. 현장 기자는 경주마처럼 달린다. 시간에 쫓기는 삶을 산다. 어쩌면 인생의 속도에도 가속이 붙는 것 같다.

신문 마감시간은 더 당겨졌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밤 9~10시까지 신문을 편집했다. 지금은 아니다. 밤 8시가 최종 마감 시각이다. 지역신문 대부분은 자체 윤전공장이 없다. 그래서 지면 마감시각은 윤전공장의 의중에 달려있다. 마감시간 단축으로 취재도 빠듯해졌다.

채워야되는 지면은 고정값인데 마감시간은 당겨졌다. 인력은 해가 갈수록 더 줄어든다. 기자 한 명이 감당해야 하는 원고 분량은 계속 늘어난다. 지면을 비우면 사고다. 뭐든 채워야 하는 게 부서장이 짊어진 숙명이다. 취재가 부족한 기사라도 어떻게든 지면에 넣는다. 기사 ‘킬(보류)’은 사치다. 대체할 기사가 없기 때문이다. 사양산업인 신문을 붙잡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다. 이런 시스템에 질린 기자들이 언론사를 떠난다. 악순환이다.

독자 눈높이는 높다. 스트레이트 기사만으로는 만족하지 않는다. 속보성과 함께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를 풀어내는 해설을 원한다. 서울 대형 언론은 그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한다. 지역신문은 언감생심이다. 줄어든 인력으로 그 기대를 따라가기 어렵다. 신문에서 해방되면 취재를 유동적으로 할 수 있다. 모두 알지만 내려놓지 못한다. 신문이 찍히는 순간에야 회사가 돌아가기 때문이다. 씁쓸하게도, 기자들 스스로가 그 모순을 가장 잘 안다.

신문은 ‘사양산업’이다. 새천년부터 나온 말이다. 물론 여전히 버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총체적으로 보면 ‘버티고’ 있는 게 맞다. 하지만 안에서는 개별적으로 무너지고 있다. 최근 5년 동안 전국에서 65곳의 지역신문이 폐간됐다. 전체 지역 언론사의 76%는 적자를 기록했다(한국언론진흥재단, 2023). 실제 내가 지역 일간지에 종사한 8년 동안 이웃 신문사들이 구조조정을 겪는 것을 숱하게 봤다.

활로는 없는 걸까. 지역신문마다 애를 쓰지만 마땅한 해법은 못찾는 모양새다. 나로서는 ‘세가지 축’이 동시에 맞물려야 ‘신문 다음’을 꿈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솔루션 저널리즘이다. 기자가 해결사로 나서야 한다. 반대로 말하면 단순히 정보 전달자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정보를 독점하던 때가 신문사의 호시절이었다. 지금은 아니다. 누구나 SNS에서 정보를 실시간으로 주고 받는다. 지역신문보다 지역맘카페가 더 정보 유통이 활발하지 않는가? 즉 지역신문이 단순히 새로운 정보를 전달하는 행위만으로는 지역에서 부각될 수 없다는 뜻이다. 대부분 지역에서 지역신문의 존재감은 미미한 것이 현실이다. 지역신문이 존재감을 드러내려면 지역의 해묵은 문제를 해결해내는 ‘성과’를 쌓아야 한다. 이러한 연재는 지역언론만이 해낼 수 있다. 서울 대형 언론은 흉내도 낼 수 없다. 다만 지역 문제 발굴부터 문제 제기, 대안 제시, 해결까지는 많은 시간과 인력이 필요하다. 한 지역신문이 단독으로 해내기에는 그만한 ‘리스크’가 따를 수밖에 없다. ‘솔루션 팀’을 별도로 만든다고 가정하면, 그 인력 공백은 기존 인력이 채워야 한다. 안 그래도 부하가 걸리는데 결과가 불확실한 ‘실험’을 회사에서 선뜻 시도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두 번째 축이 필요하다. 공동취재가 해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따로 또 같이’ 전략이 필요하다. 지역 안에서는 경쟁사니 뭐니 하지만, 그것은 언론사 당사자들끼리 이야기일 뿐이다. 지역민들은 관심 없는 일이다. 서로 공존하려면 협업이 절실하다. 실제 사례도 적지는 않다. 미디어오늘에서 소개한 사례를 봤다. 지난해 MBC충북은 충북지역 7개 풀뿌리 매체와 함께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옥천군의 지역주간지 옥천신문과 월간지 월간옥이네, 영동군 지역주간지 주간영동, 음성군의 음성타임즈, 제천시 세명대저널리즘스쿨의 학생언론 단비뉴스, 청주시 산남동 두꺼비마을신문, 청주시 여성주의저널 ‘떼다’가 연합한 프로젝트 ‘팀로컬C’다. MBC충북 취재인력만으로는 충북지역 이슈를 속속들이 알 수 없다. 풀뿌리언론이 연대해서 더 나은 저널리즘을 지향했고, 성취는 함께 나누었다. 이 연대의 경험은 다양한 도전을 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본다.

▲ 옥천군의 지역주간지 ‘옥천신문’과 월간지 ‘월간옥이네’, 영동군 지역주간지 ‘주간영동’, 음성군의 ‘음성타임즈’, 제천시 세명대저널리즘스쿨의 학생언론 ‘단비뉴스’, 청주시 산남동 ‘두꺼비마을신문’, 청주시 여성주의저널 ‘떼다’가 연합한 프로젝트 ‘팀로컬.C’ 홈페이지 사진. 사진=‘팀로컬.C’ 홈페이지
▲ 옥천군의 지역주간지 ‘옥천신문’과 월간지 ‘월간옥이네’, 영동군 지역주간지 ‘주간영동’, 음성군의 ‘음성타임즈’, 제천시 세명대저널리즘스쿨의 학생언론 ‘단비뉴스’, 청주시 산남동 ‘두꺼비마을신문’, 청주시 여성주의저널 ‘떼다’가 연합한 프로젝트 ‘팀로컬.C’ 홈페이지 사진. 사진=‘팀로컬.C’ 홈페이지

공동취재가 쉽지는 않다. 언론사마다 논조가 다르고 이해관계가 얽혀있을 수도 있다. 공동취재를 하면 안 될 이유를 찾자면 수십가지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생존이 걸린 문제다. 지역신문 중 어렵지 않은 지역신문이 몇이나 되겠는가. 나는 ‘팀로컬C’와 사례 보다 훨씬 작은 단위의 협업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지역언론이 공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 번째 축은 지면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지역신문 편집국에서는 ‘독자에게 어떻게 도달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자주 외면한다. 신문을 찍는 게 당면 업무이다보니 그것이 관성화돼 있다. 하지만 솔루션 저널리즘을 실현한 공동취재물이 지면에 갇히면 파급력은 제한적일 게 뻔하다. 독자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찾아가야 한다. ‘훌륭한 취재’를 했으니 여기로 와서 봐달라고 호소할 일이 아니다.

유튜브 같은 플랫폼을 통해 더 많은 사람에게, 더 직관적이고 생생하게 ‘다가가야’ 한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5’ 보고서를 보면 언론사 웹사이트를 직접 방문하거나 언론사 앱으로 뉴스를 이용하는 비율은 6%에 그쳤다. 반면 유튜브를 이용한 뉴스 이용률은 60대 53%, 50대 61%, 40대 48%, 30대 32%, 20대 44%를 기록했다. 유튜브의 장점은 명확하다. 복잡한 지역 현안도 영상으로 설명하면 이해하기 쉽다. 현장감도 살아난다. 실시간 소통도 가능하다. 어쩌면 새로운 광고 수익 창구가 생길 수도 있다. 연대의 성과를 담아내고 파급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도, 유튜브 플랫폼 활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세 가지 축이 맞물려야 한다. 솔루션 저널리즘을 위해서는 깊이 있는 취재가 필요하다. 공동취재가 이를 뒷받침한다. 그 성과를 유튜브 플랫폼을 통해 더 많은 독자에게 배포한다. 조회수가 늘면 영향력도 커진다. 이 공동의 성취는 다시 다음 도전의 밑천이 된다.

지역신문 기자는 오늘도 어딘가에서 지면 마감에 쫓기고 있다. 지면에 매달려 닳아 없어질 것인가, 아니면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새로운 길로 가볼 것인가. 고달픈 지역신문 생활을 버텨내려면 그것을 감내할만한 ‘공익적 가치’를 늘 품고 있어야 한다. 지역 기자들이 언젠가 기자들이 뒤를 돌아보며 “그래도 우리가 지역을 바꿔냈다”라는 실체적인 효능감을 느끼려면 솔루션 저널리즘, 공동취재, 뉴미디어라는 세 축을 동시에 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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