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전남도의회 운영위원회가 내년도 국외 연수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총 2억 4400만 원이다. 박문옥 운영위원장은 "지방의회의 공무 국외 출장이 오랜 기간 잘못된 관행 속에서 추진되면서 도민 신뢰가 크게 훼손됐다"고 말했다.이러한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국외 연수 비용 부풀리기 의혹이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최근 3년 동안 243개 지방의회의 국외 연수 915건을 전수조사했다. 그 결과 약 44%에 해당하는 405건에서 항공권 위변조, 출장비 과다 청구 등 부정 사용 정황이 확인됐다. 권익위는 188개 지방의회를 경찰에 수
주말 아침,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홈페이지 헤드라인 기사가 도통 바뀌질 않는다고 했다. 목 끝까지 덮은 이불을 걷어내야 할 시간. 머리맡의 휴대전화를 더듬어 찾았다. 검은 방 안에서 블루 라이트가 번쩍였다. 눈을 반쯤 뜬 채 문제를 해결했다. 소파에 누워 있을 때,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를 때, 친구를 만날 때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짬이 날 때마다 회사 SNS에 기사를 공유하고 홈페이지 헤드라인 기사를 갱신했다. 그런 나를 본 친구들은 “기자 아니랄까 봐”라며 웃었다. 주말에도 촉을 세우고 있는 기자로 보였을 것이다.
울릉도가 언론의 표적이 됐다. 여행 유튜버 ‘꾸준’이 올린 울릉도 탐방기 영상이 발단이었다. 그는 울릉도 한 식당에 방문했다. 1만5000원짜리 삼겹살 2인분을 시켰다. 잠시 후 나온 돼지고기 두 덩이는 각각 비계가 절반을 덮고 있었다. 의아해 하는 손님에게 종업원은 “구워 드시면 맛있다”고 답했다. 유튜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나 또한 그 영상을 보고 황당했다. 아니나 다를까, 영상 댓글창에서도 분노가 느껴졌다.시청자는 그럴 수 있다. 문제는 언론이다. 영상 조회 수가 이틀 만에 100만 회를 넘겼다. 언론이 달려들었다. 기
얼마 전 지역 대학 학생 두 명이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을 찾았다. 지역신문 기자를 인터뷰하고 싶다는 요청이었다. 나는 비교적 젊다는 이유로 학생들과 마주 앉았다. 서른세 살 기자가 20대 초반 학생들에게 무엇을 말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찰나에, 첫 질문을 받았다.“중앙언론과 비교했을 때, 지역신문의 장점과 한계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잠시 숨을 고른 후 답했다. “지역에는 정말 중요하지만 ‘재미없는’ 이슈가 많아요. 이를테면 지자체 예산이나 지방의회 조례처럼 시민들이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문제들이 있죠. 하지만 그런 것들이 지역민들
“고기 100㎏을 볶으려면 삽에 거의 매달리다시피 해서 조리한다.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땀이 한 번도 마르지 않는다. 여름에는 픽픽 쓰러지는 사람도 있다.”지난해 봄에 만났던 10년차 조리실무사 정성미 씨의 말이다. 그는 경남지역 학교 급식실에서 일한다. 조곤조곤 말을 이어가는 그의 얼굴에는 옅은 미소가 어려 있었지만, 때때로 울먹임을 삼켰다. 그가 전한 현실은 참혹하다. 동료 장화 속으로 100도가 넘는 끓는 물이 쏟아져 들어갔다. 심한 화상을 입고 피부 이식 수술을 수차례 받았다. 자신 역시 만성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린다.
인구는 곧 숫자다. 인간을 집합체로 치환해서 통계로 추출한다. 정책 입안자의 책상 위에서는 인구가 국가 경쟁력으로 번역된다. ‘생산가능인구’라는 용어은 그 단면이다. 만 15세에서 64세의 국민을 국가에 노동력을 공급하는 자원으로 규정한다. 이처럼 인구는 경제성장의 계산식에 끼워 넣어진다.이러한 시각은 마치 높은 곳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는 것과 같다. 상상하자면 이런 거다. 건물 사이로 사람들이 빽빽하다. 머리 위에는 식별번호처럼 숫자가 떠 있다. 하나, 둘, 셋, 넷… 백십만사백칠십구. 숫자는 끝없이 이어진다. 사람은 덩어리가 되고
마감 시계가 째깍째각 돌아간다. 오전에는 속칭 ‘야마(주제)’를 정한다. 점심밥을 먹고 나면 초벌 기사가 나와야 한다. 오후 3시30분하면 맘속에서 ‘땡’ 소리가 울린다. 마감 시각이다. ‘땡’ 소리가 나면 오븐에서 따끈따끈한 빵이 나오듯이 따끈따끈한 기사가 나와야 한다. 빠듯한 일정이다. 그럴려면 뒤돌아볼 틈 없이 없다. 현장 기자는 경주마처럼 달린다. 시간에 쫓기는 삶을 산다. 어쩌면 인생의 속도에도 가속이 붙는 것 같다.신문 마감시간은 더 당겨졌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밤 9~10시까지 신문을 편집했다. 지금은 아니다. 밤
땀냄새가 스쳤다. 붉은 체크셔츠에 소금기가 서려있었다. 끊어진 길 끝에 선 중년의 사내. 무너져 내린 마을에서 시선을 거두지 못했기에, 주름진 얼굴은 내리쫴는 햇빛을 속절없이 맞았다. 그는 손가락으로 붕괴된 마을을 가리켰다. 땅이 계속 바깥으로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이라도 바스러질듯한 붉은 흙 위에 얹혀져 있는 각종 건물들, 마치 바닥에 난 거대한 구멍에 빨려들어갈 듯이 위태로워 보였다. 인기척이 사라진 터전에는 새소리만이 정적을 달랬다. 체크셔츠의 중년 사내는 폭우로 사라진 상능 마을의 이장이었다. 그는 오전에는 수해 복구
경남 창원시 도심을 달렸다. 가로수길을 지나 숨을 고르던 중이었다. 그때 시야에서 낯선 형체가 스쳤다. ‘저게 뭐지?’멀리 굴뚝처럼 보이는 구조물이 우뚝 서 있었다. 산의 형세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 거대한 형체만이 시선을 강탈했다. 마치 판옵티콘 감옥의 감시탑처럼 도시를 내려다 보았다. 위압감이 느껴졌다.그 정체는 ‘빅트리’였다. 40미터의 나무 모양 인공 전망대인 빅트리가 그 외형을 드러내자 ‘흉물’ 논란이 거세다. 빅트리는 어떻게 탄생한 것일까? 창원시는 민간사업자에게 도시공원인 성산구 대상공원 면적 중 87.3%를 공원으로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기간 중 지역균형발전 청사진으로 ‘5극 3특’ 전략을 내세웠다. 5극 3특이란 수도권·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 등 5대 초광역권과 제주·강원·전북 등 3대 특별자치도를 중심으로 각 권역별로 특화된 성장 동력을 ‘5극 3특’ 전략은 수도권·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 등 5대 초광역권과 제주·강원·전북 등 3대 특별자치도를 중심으로, 각 권역별로 산업·행정·교육·교통 등 거점 기능을 특화·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국민주권 정부 출범 후 이 미션을 받아든 사람은 김경수 신임 대통령 소속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이다.
오랫동안 김훈 작가를 흠모해 왔다. 국문학을 전공한 나는 ‘언론은 풍문과 싸워야 하고, 비화 없는 세상을 위하여 싸워야 한다’라는 그의 문장에 매료됐다. 그 말에 이끌려 신문 기자가 되었고, 세상에 나의 필력을 떨치겠다는 다짐으로 가슴이 벅찼다.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다. 그런 내게 신문사는 ‘뉴미디어부’로 가거라 명했다. 글재간은 고이 접어두었다. 팔자에도 없던 유튜브 영상 만들기에 뛰어들었다. 시간을 갈아 넣으며 예술혼을 불태웠다. 멋들어지게 성공 신화를 쓰고 싶었지만 헛꿈이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랬던가. 그 ‘어머니’는 내게
경남 마산 3·15해양누리공원에 ‘대한민국민주주의전당’이 들어섰다. 국호를 내건 지상 3층 규모의 청동색 대형 전시관은 시민들에게 기대감을 안겼다. 뚜껑을 열어보니 전시 내용은 ‘무색무취’ 그 자체였다. ‘대한민국’을 아우르려다가 어느 하나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지경이었다. 이를테면 3·15의거는 ‘경제 성장을 이루는 과정에서 노동·환경·정치적 상황에 시민 관심이 커져 사회 변혁의 중요한 동력이 됐다’는 두루뭉술한 설명으로 퉁쳤다. 1979년 10월 부마민주항쟁도 마찬가지다. ‘부마민주항쟁은 3·15의거의 정신을 계승하며, 정치
1899년 마산항 개항 이후 마산만은 49차례 메워졌다. 광복 이전 24차례 32만 9090평, 이후에는 25차례 191만 4300평이 각각 매립됐다. 총 매립 면적은 약 220만 평(741만 6132㎡). 매립의 역사를 품은 마산은 ‘항구도시’로서의 기반을 쌓고 성장해왔다.마산만에는 19만 4000평에 달하는 거대한 인공섬이 둥둥 떠 있다. 이름은 ‘마산해양신도시’. 하지만 실제로는 어떤 시설도 없는 텅 빈 황무지다. 국내 최대 규모의 인공섬이 활용되지 못한 채 방치돼 있는 것이다. 이 섬은 2003년 해양수산부가 가포신항을 건설
대선 기간 중 ‘지역 소멸’ 문제는 후순위에 있다. 언론 보도를 보면 그렇다. 수도권 그 좁은 땅에 2,600만 명이 몰려 산다. 지방은 해가 갈수록 쪼그라든다. 17개 광역시도 중 8곳이 소멸 위험지역이다. 지방 대도시조차도 휘청거린다. 한때 젊은이들로 번성했던 거리에는 파리만 나돈다. 두 눈으로 봐도 믿기지 않을 정도다. 생활 인프라는 열악하기 짝이 없다. 큰 병에라도 걸리면 병원 치료도 제대로 못 받는 건 아닐까 두렵다. 지방의 현실이다. 대선 후보들이 ‘지역 소멸’의 심각성을 모를 리 없다. 그런데 이번 대선 기간 중 뇌리에
전북 부안군 지역사회가 들끓고 있다. 송전탑 사업 때문이다. 해상풍력 발전단지에서 생산된 전력을 육지로 끌어오는 설비인 ‘양육점(洋陸點)’이 부안에 들어선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원래는 고창군에 들어설 예정이었다. 고창 주민 반대로 착공은 무산됐다. 대체지로 부안군이 낙점됐다. 한국전력공사와 전북도, 부안군의 의사 결정 결정은 주민들에게 공개되지 않았다. 위치 변경 과정에서 주민의견 청취는 ‘요식행위’에 가까웠다는 의혹도 터져 나왔다.부안지역 풀뿌리 언론인 ‘부안독립신문’은 지난해 10월부터 부안군과 한전의 ‘꼼수’를 꾸준히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소 권한대행의 과거 행적이 한동안 재조명됐다. 평균인의 삶에서 벗어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는 말, 공직 생활이 끝나면 영리를 위한 변호사 활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다짐 등은 올곧은 그의 신념이 드러나는 대목이었다.그의 판결도 예외가 아니었다. 2000년대 중반, 창원지방법원 문형배 판사 판결에 주목했던 김훤주 전 경남도민일보 기자는 그를 ‘민주주의자’라고 칭했다. 민주주의의 작동을 저해하는 범죄에는 대쪽같은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선거 부정에 대해서는 관용이 없었다고 한다. 민의를 왜곡해서 민주주의가
신문사 취재기자는 보통 출입처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그곳에서 기사를 작성하고 마감 시간에 맞춰서 편집국에 송고한다. 그럼 공식적인 일과는 끝난다. 편집국에서는 그 기사를 받아서 정치·사회·경제·문화면에 싣는다. 이 같은 출입처 시스템은 다양한 기사를 비교적 균질하게 매일 생산할 수 있다. 효율로만 따지면 이만한 게 없다. 철저히 분업화된 신문 제작 공정, 그 효율성의 중심에 출입처 제도가 있다. 하지만 적어도 지역신문사가 디지털 전환 전략을 추진할 때는 이 제도가 큰 걸림돌이 된다. 물론 디지털 전환을 막는 모든 ‘원흉’이 출입처
편집국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고개를 내저었다. 자치2부장이었다. 산불 현장 취재를 총괄하는 부서장인 그에게서 “이건 좀 아니지 않나요?”라는 말이 나왔다. 편집국장을 비롯한 데스크들에게 운을 띄웠다. 대체 무슨 일이길래. 일순간 조용해진 사무실, 다들 귀를 쫑긋 세운 듯했다.“괴물 산불이라뇨.”마우스를 따닥따닥거리며 자치2부장이 말을 이었다. 모니터에는 어느 한 기사가 띄워져 있었다. ‘괴물 산불’에 다들 할 말을 잃었다. 어느 누구는 헛웃음을 쳤다.경남 산청, 경북 의성 산불이 확산하면서 ‘괴물 산불’이라는 조어가 등장했다. 3
“인터넷 향만 스쳐도 뉴미디어부 업무다.”지역언론 뉴미디어부에서 수 년동안 일하고 있다. ‘뉴’미디어라는 이름은 꽤나 그럴 듯해 보일지 모르겠다. 사실 실제 맡는 일 상당수는 ‘새로운’ 것과는 거리가 멀다. 지면 기사를 온라인으로 옮겨와서 유통하고 관리하는 일이 최소 5할을 차지한다. 디지털 퍼스트는 언감생심. 그나마 최근에는 상황이 나아졌다. 사람이 4명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그나마 유튜브 콘텐츠를 꾸준히 제작하고 있다. 트위터(X) 운영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독자와 접점을 늘리려는 시도를, 허덕이며 이어가고 있다
집을 사고 싶다. 오랜 욕망이다. 가난했던 시절을 보냈다. 분기점을 맞은 건 중학생 때다. 그때 부모님은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주공아파트였다. 그마저도 살 형편이 안 됐다. 없는 돈을 끌어모아도 안 됐다. 결국 대출을 왕창 받았다. 겨우 겨우 입주했다. 이후 부모님 집은 세월을 먹으면서 가격이 꾸준히 올랐다. 어머니는 “이 집이라도 없으면 어쩔뻔했냐”는 말을 종종 하신다.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때였다. 어머니는 나에게 “무리해서라도 집을 사라”는 말을 했다. 돈이 부족하면 오피스텔이라도 알아보라고 했다. 나는 “엄마가 사주면 알아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