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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sbank. 

“인터넷 향만 스쳐도 뉴미디어부 업무다.”

지역언론 뉴미디어부에서 수 년동안 일하고 있다. ‘뉴’미디어라는 이름은 꽤나 그럴 듯해 보일지 모르겠다. 사실 실제 맡는 일 상당수는 ‘새로운’ 것과는 거리가 멀다. 지면 기사를 온라인으로 옮겨와서 유통하고 관리하는 일이 최소 5할을 차지한다. 디지털 퍼스트는 언감생심. 그나마 최근에는 상황이 나아졌다. 사람이 4명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그나마 유튜브 콘텐츠를 꾸준히 제작하고 있다. 트위터(X) 운영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독자와 접점을 늘리려는 시도를, 허덕이며 이어가고 있다. 대부분 지역언론이 비슷한 상황일 테다.

SNS로 콘텐츠를 공유하는 세상이다. 지역언론에게는 가혹한 환경이다. SNS 플랫폼이 너무 많다. 플랫폼마다 특성은 제각각이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은 영상 형식과 접근 방식이 다르다. 페이스북과 트위터(X), 스레드는 또 다른 문법을 요구한다. 콘텐츠 한 개를 여러 곳에 퍼뜨리는 ‘원 소스 멀티 유즈’ 전략은 이제 낡았다.

물론 SNS가 지역언론에게 새로운 기회로 여겨졌던 적도 있다. SNS에서는 누구나 똑같은 방식으로 콘텐츠를 올리고 소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력과 유통망이 부족한 지역 언론도 얼마든지 새로운 독자들에게 도달할 기회를 얻었다. 실제로 페이스북, 트위터가 등장했을 때 게시물이 사회적 파급력을 얻는 것을 지켜봤다. ‘평평한 운동장’에서 노력하면 한번 반짝일 수 있겠다고 생각한 지역 기자들이 많았다.

SNS는 거대한 비즈니스 모델로 변했다. SNS 중 가장 영향력이 큰 유튜브를 살펴보자. 유튜브는 초창기 때는 페이스북에서 넘어온 UCC 스타들이 이끌었다. 영상 제작 아마추어들이 활발하게 영상을 공유했고, 그 사이에서 일반인 스타가 탄생했다. 지금은 어떤가? 유튜브는 거대한 산업이 됐다. 2023년 한국 유튜브 전체 매출액은 5조 3000억 원에 이른다. 유튜브 판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쩐의 전쟁이다. 유튜브 전문 제작사가 생겨났고, 연예인들은 방송국 끼지 않고 유튜브 제작사와 손잡는다. 그 콘텐츠는 유려하고 매끄럽다.

이 틈바구니에서 지역언론이 생존할 수 있을까? 트렌드만 쫓다가는 나가떨어지기 쉽다. 영상 전문인력 열댓명이 달라붙는 유려하고 매끄러운 콘텐츠를 따라하다가는 가랑이가 찢어진다. 지역언론처럼 작은 조직은 대체 어떻게 하란 말인가. 나는 마케팅 분야에서 ‘구루’로 평가 받는 세스 고딘(Seth Godin)이 제시한 ‘트라이브(부족)’ 전략에서 단서를 찾았다. 세스 고딘은 작은 브랜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대중 마케팅이 아니라, 자신을 따르는 ‘부족’을 형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부족은 하나의 가치나 아이디어, 공통의 관심사로 엮인 집단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자신이 속할 곳을 찾고 싶어 하며, 자신과 가치를 공유하는 공동체에서 소속감을 느낀다.

▲ 세스 고딘(Seth Godin). 사진=flickr
▲ 세스 고딘(Seth Godin). 사진=flickr

그렇다면 지역언론이 만들어야 할 부족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지역 언론이 디지털 콘텐츠 주제를 정할 때는 세 가지를 점검해야 한다. 첫 번째는 주제가 대중적 관심 영역에 있는지 체크해봐야 한다. 두 번째는 서울 대형 언론이 매일 챙기기 어려운 영역을 노려야 한다. 마지막은 지치지 않고 주기적으로 만들 수 있을지 가늠해봐야 한다. 이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공통 분모를 찾는다면 틈새를 노릴 수 있다. 지역을 기반으로 한 ‘충성도 높은 부족(Tribe)’을 구축하고, 그들에게 필요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다. 더 넓은 독자를 향한 경쟁이 아니다. 충성도 높은 독자와 더 깊은 관계를 맺는 것에 지역신문의 미래가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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