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흥행에도 국내 OTT 산업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는 등 콘텐츠 유통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무료 스트리밍 TV 서비스 ‘FAST’(Free Ad-Supported Streaming TV)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박준경 뉴아이디 대표는 “오리지널 IP(지적재산권)가 하나의 플랫폼이 아닌 타 플랫폼에서도 수익을 찾아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며 FAST 산업의 대안적 가능성을 말했다.

▲ 지난 25일 서울 건국대학교 새천년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2023 미디어의 미래 컨퍼런스’(판이 바뀐다: AI와 미디어 패러다임의 전환) 여덟 번째 세션에서 발표하고 있는 박준경 대표. 사진=미디어오늘
▲ 지난 25일 서울 건국대학교 새천년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2023 미디어의 미래 컨퍼런스’(판이 바뀐다: AI와 미디어 패러다임의 전환) 여덟 번째 세션에서 발표하고 있는 박준경 대표. 사진=미디어오늘

지난 25일 서울 건국대학교 새천년관 대공연장에서 미디어오늘 주최로 열린 ‘2023 미디어의 미래 컨퍼런스’(판이 바뀐다: AI와 미디어 패러다임의 전환) 여덟 번째 세션에선 국내 미디어 업계가 처한 어려움이 MBC, 웨이브, 에이스토리 등 현장 관계자를 중심으로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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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션 마지막 연사로 나선 박준경 뉴아이디 대표는 “콘텐츠 제작비는 상승하는데 한국 내수 시장은 작다. 잘 만든 콘텐츠를 유통할 수 있는 플랫폼도 굉장히 부족하고 이에 콘텐츠 유통 수명도 굉장히 짧다”며 “‘OTT 붐’이라고 하지만 극렬한 경쟁으로 전체적인 성장은 정체를 맞고 있다. 훌륭한 오리지널 IP가 하나의 플랫폼에 갇히지 않고 다른 플랫폼에서 수익화를 하거나 가입자 수가 아닌 ‘가입자당 수익’을 높여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플랫폼 다양성 측면에서 ‘FAST’는 새롭게 대두되는 분야다. FAST 플랫폼에선 스마트폰, 스마트TV 등에서 실시간 제공되는 콘텐츠와 VOD를 즐길 수 있다. 유료가 부담스러운 사람들이 몰리면서 북미에선 이미 ‘대세’다. 스마트TV 보유 미국 성인 중 FAST 시청 비율은 지난해 이미 60%를 넘었고, 올해 2월 기준 미국에서 볼 수 있는 FAST 채널은 1628개에 달했다. 현지에선 케이블·지상파TV가 대체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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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아이디와 협력하고 있는 FAST 플랫폼들. 사진=뉴아이디 홈페이지
▲ 뉴아이디와 협력하고 있는 FAST 플랫폼들. 사진=뉴아이디 홈페이지

박준경 대표는 “‘시청료’를 굳이 따지자면 광고주가 지불한다고 볼 수 있다. 지난 5년 동안 급성장했고 앞으로 5년도 급성장할 것이라 예견되는 흔치 않은 미디어 모델”이라며 “기존의 유료 구독 서비스와 경쟁이 아닌 공존을 꾀한다. 아마존, 파라마운트 등 글로벌 미디어 회사 대부분이 패스트 서비스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엔 ‘삼성TV플러스’, ‘LG채널’ 등의 FAST 서비스가 있다.

‘FAST’ 플랫폼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사업자 입장에선 ‘운영협상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아이디는 해외에서 ‘K팝’, ‘드라마’, ‘뉴스’, ‘스포츠’, ‘키즈’, ‘푸드’ 등의 다양한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박 대표는 “플랫폼에 콘텐츠를 팔고 끝나는 게 아니라 운영권을 협상해 직접 한국 콘텐츠 채널을 운영하는 게 중요하다”며 “그 다음은 진출한 나라에 맞는 ‘현지화’ 측면의 기술적 솔루션이다. 저작권 문제가 되는 콘텐츠 내 BGM 또는 한국어 말풍선을 지운다거나 화질을 개선하는 등 작업을 인공지능(AI)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아이디는 최근 콘텐츠 공급을 넘어 ‘FAST’ 플랫폼 ‘빈지 코리아’를 출시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FAST에선 항상 방송 채널 단위의 유통에만 익숙해 있었는데 처음으로 한국 모든 장르를 모아 한국 콘텐츠를 전문으로 볼 수 있는 플랫폼을 론칭했다”며 “9월이 되면 미국에 있는 모든 스마트TV 90%의 OS(운영체제)를 다 커버하는 TV 기반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FAST 산업의 가치를 △IP 유통 수명 연장 △지속적 콘텐츠 공급망 확보 △브랜딩이 가능한 광고처 △시청 통계의 실시간 공유 등으로 꼽은 박 대표는 “경쟁보다 협업이 필요한 분야이고, 국가별 수요, 콘텐츠 현지화 등 플랫폼의 기술 인력에 대한 이해가 상당히 중요한 스마트 유통 분야”라며 “앞으로도 콘텐츠 수출의 장벽을 없애고 수명을 연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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