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는 지난 1월 신문사 중 처음으로 ‘디지털 주간 편성표’를 도입했다. 지난 2020년 창간 100주년을 맞아 출범한 ‘히어로 콘텐츠’가 깊이 있는 취재와 그래픽, 동영상, 디지털을 결합해 빼어낸 형식의 콘텐츠를 제공했다면, ‘디지털 편성표’는 방송사에서나 볼 수 있는 편성 개념을 기사에 도입해 주목 받았다.

디지털 편성표는 구독자를 지속적으로 유치하고 유지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동아일보에 이어 경제지인 한국경제와 매일경제도 지난 6월부터 온라인 콘텐츠 발행 시간을 디지털 편성표로 알리고 있다. 

▲ 이샘물 동아일보·채널A 디지털이노베이션팀장이 지난 24일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미디어오늘 주최로 열린 ‘2023 미디어의 미래’ 컨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 이샘물 동아일보·채널A 디지털이노베이션팀장이 지난 24일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미디어오늘 주최로 열린 ‘2023 미디어의 미래’ 컨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지난 24일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미디어오늘 주최로 열린 ‘2023 미디어의 미래’ 컨퍼런스에 발표자로 나선 이샘물 동아일보·채널A 디지털이노베이션팀장은 ‘레귤러 콘텐츠’와 ‘히어로 콘텐츠’라는 두 축으로 자사 콘텐츠를 소개했다.

이 팀장은 “동아일보는 2020년 히어로 콘텐츠를 론칭해 3년째 운영하고 있다. 많은 독자는 ‘뉴스가 이런 형식일 수 있느냐’고 놀라워하며 관심을 보였다. 히어로 콘텐츠는 강력한 경쟁력으로 이용자 이목을 사로잡는 역할”이라며 “우리에겐 그런 독자를 어떻게 하면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유치할지 과제였다”고 술회했다.

응급환자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무력하게 떠도는 현실을 조명한 ‘표류’, 한국에서 외국인이 가장 많은 도시 경기 안산시를 중심으로 이주민 삶을 보도한 ‘공존’, 장기 기증으로 살아난 이들의 사연을 전한 ‘환생’ 등은 탐사보도와 내러티브 스토리로 큰 반향을 일으킨 히어로 콘텐츠들이다.

히어로 콘텐츠에는 많은 시간과 인력이 투입된다. 꾸준히 읽을 거리를 제공해야 하는 언론사로선 레귤러 콘텐츠 역할을 간과할 수 없다. 디지털 편성표는 동아미디어그룹의 레귤러 콘텐츠에 대한 ‘지속적 기대감’을 높여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 8월25일자 동아일보 디지털 편성표.
▲ 8월25일자 동아일보 디지털 편성표.

이 팀장은 “방송 편성표는 몇 시에 무엇이 방송된다는 기대감을 시청자에게 제공한다. 독자들은 편성표를 보거나 인식해 습관적으로 TV를 시청한다”며 “요즘 유튜브에도 무슨 요일, 몇 시 어떤 콘텐츠가 공개된다는 인식이 자연스럽다. 텍스트 뉴스도 이런 지속적 기대감을 독자들에게 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편성표라는 개념을 기사에 도입했다”고 전했다.

일례로 8월25일자(금요일) 동아일보 디지털 편성표를 보면, 오전 7시30분에 ‘광화문 7:30’라는 콘텐츠가 발행됐고 8시에는 글로벌 경제뉴스 핵심을 추린 ‘한애란의 딥다이브’가 독자들을 찾았다. 미술관에 관한 창의적 이야기를 전하는 ‘김민의 영감 한 스푼’은 오전 9시 발행됐다. IT 소식을 전하는 연재물 ‘김성모 기자의 신비월드’는 오전 11시, 김순덕 대기자의 ‘김순덕의 도발’은 오후 2시 발행된다.

이 팀장은 “단순히 기사를 시간 순으로 배열하는 게 아니다. 뉴스를 ‘이슈가 있을 때 살펴볼 만한 것’에서 ‘언제나 꾸준히 읽을 거리가 있는 것’으로 뉴스 소비에 대한 관념을 확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편성표가 소개하는 콘텐츠들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독창성과 심층성, 다양성이다. 이 팀장은 “취재 메모를 기사에 삽입하거나 직접 취재한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독창성을 추구하고자 했다”며 “이에 더해 우리만 할 수 있는 깊이 있는 해설과 분석으로 심층성을 강화했다”고 했다.

이 팀장은 “동아사이언스, 게임동아, 스포츠동아 등 다양한 동아미디어그룹 계열사들과 힘을 모아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라인업도 기획했다”며 “뿐만 아니라 연재물에 기자 이름을 붙여 독자들이 기억할 수 있는 코너를 만들고자 했다. 기자 고유 개성이 독자에게 각인되는 것 자체가 브랜딩이고, 기자 입장에서도 내 이름이 달린 연재물이 특정 시간 발행된다고 하면 취재력과 전문성이 향상될 수 있다”고 밝혔다.

▲ 동아일보 지난 1월3일자 2면.
▲ 동아일보 지난 1월3일자 2면.

이 팀장은 콘텐츠가 사람들의 기대감을 모을 순 있지만 이를 유지케 하는 건 ‘시스템의 퀄리티 컨트롤’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동아 디지털 콘텐츠 편성위원회를 통해 콘텐츠 경쟁력 강화와 퀄리티 콘텐츠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 편성위는 콘텐츠에 대한 데이터 분석과 함께 성과와 특징을 논의, 콘텐츠 생산자나 필자들에게 정량적 지표를 공유하고 피드백을 제공한다. 이 팀장은 “추가 취재 노력을 기울이거나 기사 퀄리티를 높이는 성과를 낸 기자들에게는 파격적 인센티브와 보상을 제공한다”고 했다. 더 나은 퀄리티 편성표를 만들고 편성 라인업을 확대하는 것이 과제다.

이 팀장은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퀄리티 콘텐츠 하나를 키우기 위해선 언론사 온 구성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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