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 언론이 ‘MZ세대’라 불리는 젊은 층에 주목하고 있다. MZ세대의 개념이 불분명하다는 비판이 나오자 ‘잘파세대(Z세대와 알파세대의 합성어. 10·20대를 뜻한다)’라는 말까지 나왔다. 미디어 기업들을 이들을 타깃으로 한 상품과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하지만 황성연 닐슨미디어코리아 리더는 지난 25일 건국대학교 새천년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2023 미디어의 미래 컨퍼런스’에서 미디어의 타깃 설정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미디어가 집중해야 할 이들은 MZ, 잘파 등 젊은 세대가 아닌 계속해서 늘어날 50·6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라는 설명이다.

▲사진=gettyimagesbank.
▲사진=gettyimagesbank.

황성연 리더는 미디어가 시장 설정 과정에서 인구구조의 변화를 눈여겨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은 2017년 1.05명에서 지난해 0.78명을 기록했다. 고령화는 빠르게 진행 중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50년 뒤 한국 인구의 30% 이상은 75세 이상 노인으로, OECD 회원국 중 고령 인구 비중이 가장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간이 갈수록 젊은 세대는 줄어들고 고령 인구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황성연 리더는 “(미디어 기업들은) 사업을 기획할 때 시장이 어떻게 구성됐는지만 보고, 인구구조를 보지 않는다”면서 “비즈니스를 유지하는 젊은 층은 줄고 있다. 우리가 그들을 잡기 위해 노력해도 이전과 같은 시장 규모는 만들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없는 젊은 세대는 모바일 중심으로 미디어를 활용한다. 하지만 노령층은 TV를 본다. 점점 작아지는 시장에 집중할 것인지, 커지는 시장에 집중할 것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황성연 리더는 “미국이 MZ세대에 주목하는 건 이 세대가 유지되기 때문인데, 한국은 이야기가 다르다”며 “우린 왜 MZ세대에 주목해야 하는가. 이들은 줄어들고 있고, 매체 이용 시간도 짧다. ‘이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하는게 미디어 시장에 도움이 될까’라는 본원적 질문을 해야 한다”고 했다. 황 리더는 트로트와 2002년 풍 콘텐츠가 유행하는 것은 이용자가 고령화됐다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황성연 닐슨미디어코리아 리더. 사진=미디어오늘.
▲황성연 닐슨미디어코리아 리더. 사진=미디어오늘.

황성연 리더는 광고 영업 과정에서 OTT와 TV를 구분할 필요도 없다고 했다. 매체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기 때문에 OTT와 TV를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제언이다. 황 리더는 “최근 유튜브를 통한 마케팅이 좋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유튜브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건 5060세대”라며 “넷플릭스의 중간광고 요금제가 미국에서 성공을 거뒀는데, 넷플릭스는 TV에서 많이 본다. 지금부터는 (플랫폼을) 하나로 봐야 한다. 디바이스가 아니라 서비스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성연 리더는 “신문사·방송사 등 레거시 미디어가 실행할 수 있는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우선 내부 자료를 정비하라”고 제언했다. 황 리더는 “현재 내부에 무슨 자료가 있는지 가늠이 안 될 것이다. 발행부수, 홈페이지 클릭률, 순이용률 등 데이터를 정제해야 한다”며 “대부분 미디어 서비스는 로그인 기반이 아니고, 로그인해도 성별이나 연령 데이터를 얻지 못한다. 먼저 내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가 무엇인지, 품질이 어떤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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