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인 대학내일 인사이트플래닝팀 선임매니저는 25일 “Z세대는 별난 외계인 같은 존재가 아니라 X세대와 관계성을 가진 존재다. 이 특성은 점점 더 확산할 것”이라며 “세대는 하나의 구분일 뿐 점점 블렌딩(서로 섞임)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오늘이 이날 건국대 서울캠퍼스 새천년관에서 주최한 ‘2023 미디어의 미래’ 컨퍼런스에서다.

이혜인 매니저는 ‘데이터 기반, 20대를 더 잘 이해하는 방법’을 주제로 한 발제에서 기존 미디어가 묘사해온 ‘MZ세대 전형’을 깨는 각종 통계를 선보였다. 밀레니얼(M) 세대는 미디어에서 1980년대에서 1990년대 중반에 태어난 이들을, Z세대는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중반에 태어난 이들을 한 세대로 구분해 이르는 표현이다.

이 매니저는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의 ‘MZ오피스’ 코너를 들며 “미디어나 언론이 Z세대를 별난 모습들로 다루는 경우가 많다. ‘얘네 좀 이상해, 달라’라는 얘기가 두드러지는 곳은 회사”라고 했다.

▲이혜인 대학내일 인사이트플래닝팀 선임매니저가 25일 미디어오늘이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주최한 ‘2023 미디어의 미래’ 컨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이혜인 대학내일 인사이트플래닝팀 선임매니저가 25일 미디어오늘이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주최한 ‘2023 미디어의 미래’ 컨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의 ‘MZ오피스’ 유튜브 갈무리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의 ‘MZ오피스’ 유튜브 갈무리

이 매니저는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일자리와 관련해 1100명에게 물은 결과는 이와 다르게 나타났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회사 내 업무 방식 가운데 ‘경영진, 리더 단위에서 결정이 공유되는 탑다운 방식이 합리적’이라는 주장에 동의하는 비율이 Z세대~86세대 가운데 Z세대에서 가장 높았다. ‘회의는 오프라인 방식이 낫다’고 생각하는 비율도 10~30대(MZ세대)가 윗세대보다 많았다. 그밖에 △업무 몰입을 위해 가장 필요한 요소로 ‘정확한 피드백’을 꼽은 비율 △부정적 피드백에 대한 수용률도 X세대(1970년대생)보다 Z세대에서 더 높았다.

이 매니저는 이전 세대에 비해 높은 10대의 자퇴율에도 주목했다. 그는 “자퇴율 자체보다는 자퇴 사유가 변한 것이 흥미롭다”며 “학교를 그만둔 뒤 다른 원하는 것을 배우려고 (자퇴했다는) 비율이 6.2%p 증가했다. 반면 기존 자퇴 사유로 언급되던 ‘공부하기 싫어서’ ‘적응하지 못해서’라는 답은 8.3%p 감소했다”고 했다.

이들이 창업을 시작하는 비율도 크게 늘었는데, 그는 “재밌는 건 Z세대가 이렇게 자퇴하고 창업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쿨한 X세대 부모가 10대 창업을 견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SBS의 <10대 사장님 늘었다… X세대 부모와 비대면이 만든 ‘도전적인 Z’> 기사를 예로 들었다. “지금 보이는 경향성은 Z세대가 독립적인 집단이 아니라 다른 세대와 공존하는 세대라는 점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한편 10대가 부모 세대의 미디어 이용 습관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도 발견된다. 이 매니저는 “Z세대 18.3% 정도가 SNS 가운데 틱톡을 이용한다고 했는데, 밀레니얼은 (비교적 많이) 이용하지 않지만 놀랍게도 X세대와 86세대의 이용률이 10%를 웃돌았다”고 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세대’라는 프레임도 일방향으로만 적용하기는 어렵다. 이 매니저는 “중장년층에 청년 세대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10명 중 4~5명 정도가 이해하거나 이해하려 노력한다고 답해 좀 아쉬웠는데, 청년 세대에게 중장년 세대를 얼마나 이해하느냐고 물었더니 (같은 답변이) 29%, 10명 중 4명 정도밖에 안 됐다”며 “한 세대를 별난 세대로 만들고 한 쪽을 이해하라는 프레임은 균열이 났고 끝나가고 있”고 했다.

▲이혜인 대학내일 인사이트플래닝팀 선임매니저가 25일 미디어오늘이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주최한 ‘2023 미디어의 미래’ 컨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이혜인 대학내일 인사이트플래닝팀 선임매니저가 25일 미디어오늘이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주최한 ‘2023 미디어의 미래’ 컨퍼런스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그는 마지막으로 언론사들이 현 청년 세대의 미디어 이용 습관을 고려해 조사를 수행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익명성’과 ‘이미지’의 활용이다. 일례로 이 매니저가 속한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300여명이 참여하는 오픈채팅방(익명 톡방)을 ‘제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 인구학적 특성을 반영해 참가자를 선발하지만, 참가자들끼리는 익명을 유지하면서 자유로운 질문과 답변이 오가는 창구로 활용된다.

이 매니저는 ‘이미지를 활용한 조사 설계’ 사례로는 ‘요거트와 곁들여 먹는 음식을 모두 고르라’는 텍스트 기반 질문을 던지기보다 ‘어떤 플레이팅을 선호하는지 보여달라’고 요구하면 이들 이미지들에서 공통점과 맥락을 효율적으로 추출할 수 있다고 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