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T’(Free Ad-Supported Streaming TV)는 광고 기반의 무료 스트리밍 TV 서비스다. 스마트폰, 스마트TV 등에서 실시간 제공되는 콘텐츠와 VOD를 즐길 수 있다. 유료가 부담스러운 사람들이 몰리면서 북미에선 이미 ‘대세’가 되고 있다. 스마트TV 보유 미국 성인 중 FAST 시청 비율은 지난해 이미 60%를 넘었고, 올해 2월 기준 미국에서 볼 수 있는 FAST 채널은 1628개에 달했다. 현지에선 ‘케이블·지상파TV가 대체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박준경 뉴아이디 대표.
▲ 박준경 뉴아이디 대표.

국내엔 ‘삼성TV플러스’, ‘LG채널’ 등의 FAST 서비스가 있다. 지난 5월 기준 ‘삼성 TV 플러스’ 내 콘텐츠 개수는 95개로 전년 동기(67개) 대비 40% 가량 증가했다. 아시아 최대 FAST 사업자 ‘뉴아이디’도 삼성TV플러스, LG채널에 채널을 공급한다. ‘K팝’, ‘아기상어’ 등 전세계에 200개 이상의 한국 콘텐츠 전문 채널을 운영 중인 박준경 뉴아이디 대표에 FAST 산업의 가능성을 물었다. 한국에서도 FAST가 ‘대세’가 될 수 있을까.

아직 한국엔 낯설지만… “꾸준히 성장, 새로운 유통 돌파구”

▲ 뉴아이디와 협력하고 있는 FAST 플랫폼들. 사진=뉴아이디 홈페이지
▲ 뉴아이디와 협력하고 있는 FAST 플랫폼들. 사진=뉴아이디 홈페이지

- 아직 한국에선 FAST 산업에 대한 인지도가 낮다. FAST를 대중에 설명한다면.

“시청자 입장에서 플랫폼은 크게 ‘무료’와 ‘유료’로 나뉜다. 유료 서비스는 기존 채널(IP TV, 케이블 구독을 통해 시청하는 기존 방송 채널)과 OTT(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티빙, 웨이브, 쿠팡 등)가 있고, 무료 서비스엔 유튜브, 인터넷과 연결된 스마트TV에서 콘텐츠를 볼 수 있는‘FAST’가 있다.”

- 무료 기반이라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인 것 같다.

“별도의 가입 구독료 지불은 없지만 콘텐츠 중간중간 광고가 포함되어 있다. 숏폼이 아닌 롱폼 중심의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것도 특징이다. 실시간 뉴스, 스포츠, 영화, 드라마, 방송 예능, 키즈, 라이프스타일, 다큐멘터리 등 장르가 다양하다. 이러한 점도 OTT나 유튜브와 차별점인 것 같다.”

- 원래는 영화투자배급사에서 마케팅, 기획, 투자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 콘텐츠미디어그룹 NEW(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의 영화사업부 대표까지 거쳤는데 FAST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20년 가까이 영화 업무를 하는 동안 영화는 물론이고 케이팝, 드라마, 예능, 애니메이션 등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 전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반면 콘텐츠의 해외 유통 분야는 개별 콘텐츠별 협상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플랫폼이 아닌) 국가 단위 판매 방식 위주였다. 제작비 상승에 비해 내수 시장은 작아만 지는데, 아시아를 제외한 북미, 유럽, 남미 등 미디어 ‘빅마켓’에서 한국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플랫폼이 현저히 부족한 걸 느꼈다.”

- 빅마켓에서 한국 콘텐츠를 유통할 수 있는 돌파구로 FAST를 찾았다는 건가.

“글로벌 유통 판로의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한국 콘텐츠 산업 종사자들의 공통 과제였다. 글로벌 플랫폼 전문가인 김조한 이사와 함께 2019년 북미 시장조사를 거쳐 지금의 FAST가 된 실시간 무료 서비스에 주목하게 됐다. 콘텐츠와 글로벌 플랫폼을 직접 연결한다면 유통의 파이프라인을 넓힐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2019년 10월 뉴아이디를 설립했고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뿐 아니라 주요 스마트TV 제조사, 아마존, 로쿠, 플루토 TV(파라마운트 글로벌), 주모(컴캐스트) 등 30여개 이상의 핵심 FAST 플랫폼에 직접 디지털 방송 채널과 AVOD 서비스 운영 계약을 맺은 아시아 유일한 회사가 되었다.”

▲ 삼성TV플러스 갈무리. 예능뿐 아니라 시사교양, 스포츠, 키즈 등 다양한 카테고리를 제공한다.
▲ 삼성TV플러스 갈무리. 예능뿐 아니라 시사교양, 스포츠, 키즈 등 다양한 카테고리를 제공한다.

- 음악·영화·먹방 등의 한국 콘텐츠 채널은 뉴 아이디가 직접 론칭했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아기상어’ 등의 콘텐츠 제휴도 눈에 띈다.

“다양한 장르의 한국 콘텐츠를 국가별로 서비스하며 실시간 시청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우리말 콘텐츠를 빠르고 간편하게 현지화 할 수 있는 AI 솔루션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올해 기준 뉴아이디를 통해 서비스 중인 한국 콘텐츠 채널은 매월 전세계 900만 명의 시청 가구, 월 1000만 시청 시간을 기록했다.”

- 북미 등 해외에 비해 한국에서 FAST는 아직 미지근한 반응이다. 온도차가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한국과 달리, 북미, 남미, 유럽 등의 국가는 케이블 구독료가 비싸다. OTT 등 구독료 부담이 늘어나면서 이들 국가에서 유료방송을 해지하는 ‘코드커팅’(Cord-Cutting) 열풍이 수년째 가파르게 지속됐다. 실시간 뉴스나 스포츠, 기존 방송 콘텐츠를 볼 방법이 사라져 가는 시기와 맞물려서 FAST 서비스가 빠르게 성장한 것이다.”

- 한국은 상황이 어떤가. 최근 들어 FAST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한국도 작년 말부터 방송사를 중심으로 FAST 플랫폼에 콘텐츠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국내 FAST 시장도 시청 시간과 광고 매출 면에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미국과 시장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한국의 시청자들을 위한 FAST 활용 방법을 다양하게 는 중이다.”

케이블·지상파 대체가능성? “경쟁보단 실시간 장점 활용”

- 여러 미디어 사업자가 FAST에 뛰어들고 있는데, 케이블, 지상파TV의 대체 가능성을 어떻게 보고 있나.

“FAST는 차세대 IPTV라고 불린다. 기존 방송 채널의 새로운 경쟁 모델보다는, OTT 서비스를 즐기기 위해 TV를 켜는 시청자들에 기존 실시간 방송 채널의 장점을 활용하고 변형해 서비스 가치를 이어가는 새로운 창구로 자리잡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사진=미디어오늘.

- 아직 FAST에서 보이는 콘텐츠들이 이전 시기의 것들이 많다는 지적이 있다. 결국 대중의 시선을 끌려면 오리지널 콘텐츠를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닐까.

“오리지널 콘텐츠를 찾아보는 즐거움과 익숙한 콘텐츠를 보는 즐거움은 공존한다. 콘텐츠를 고르는 번거로움에서 벗어나 소파에 기대어 편하게 몰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기반의 실시간 방송 채널이라는 특성을 살려서 익숙한 콘텐츠뿐 아니라 뉴스, 스포츠 등 생중계 채널도 제공한다. 접근성이 좋기 때문에 시즌제 드라마의 신규 론칭 전후로 이전 시리즈를 FAST를 통해 알릴 수도 있다. 새로운 시리즈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는 것이다. OTT의 광고 기반 서비스 매출을 확대하는 창구로도 활용할 수 있다. 아시아에서 성공한 IP(지적재산권)는 북미, 남미 등의 지역에서 새로운 의미의 ‘오리지널’이 되고 있다.”

- 콘텐츠 산업 전반에 대한 평가도 궁금하다. OTT가 커지면서 한국 콘텐츠의 무대는 넓어졌지만 동시에 전체적인 산업 파이가 줄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지도를 발판 삼아 전체 산업 파이를 키울 차례가 온 것이라 생각한다. 트렌드를 수동적으로 바라본다면 특정 플랫폼과 콘텐츠 의존도만 높이겠지만, 다양한 콘텐츠를 더 많은 플랫폼에 공급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레거시 미디어의 미래는… “저력 살릴 기회 열려있다”

- OTT 지배력이 커지고, 레거시 미디어들이 위축되는 지금의 상황이 앞으로도 계속될까.

“극장과 유료방송은 OTT 붐으로 소비자를 잃고 있다고 하지만, 글로벌 OTT 플랫폼 역시 산업의 출혈 경쟁으로 성장 정체를 겪고 있다. 레거시 미디어와 OTT의 장점은 각각 여전히 유효하다. 본질적인 장점을 살리되, 공급자보다는 소비자 입장에서 매력적인 서비스 방식을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산업 종사자들로선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로컬 IP의 수명을 늘려가는 것이 관건이다.”

- 광고 시장 침체 상황에서 기존 방송국들이 시도했던 생존 전략과 미래 가능성을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다.

“광고 시장은 거시 경제 상황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TV를 통해 자사 브랜드를 알리고 싶은 기업의 수요가 줄어든 건 아니다. 중요한 건 타깃 소비자의 눈이 어디를 향하고 있고, 프리미엄 광고주들의 효율적인 대안 매체는 무엇인지 찾는 거다. 글로벌 미디어 기업과 광고주들은 스마트TV 기반의 FAST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본질적인 장점을 살리면서 서비스 형태를 새롭게 하는 노력이 따른다면 레거시 미디어의 저력을 살릴 기회는 열려있다고 생각한다. 기술 혁신을 통해 방송 제작 가성비를 높이고, 국외 지역에서 IP 활용 가치를 높이기 위한 콘텐츠 현지화에 공을 들이는 것 등이 미래를 위한 중요한 투자라고 본다.”

▲ 씨네21이 삼성TV플러스에 론칭한 씨네21+채널. 사진=씨네21 페이스북
▲ 씨네21이 삼성TV플러스에 론칭한 씨네21+채널. 사진=씨네21 페이스북

- 언론사들도 ‘뉴스’라는 콘텐츠를 유통하기 위해 여러 플랫폼에 다양한 콘텐츠들을 시도하고 있다.

“다양한 시도 당연히 찬성한다. 전 세계적으로 ‘지면’ 중심 매체들이 빠르게 디지털 전환을 하여 성공한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읽는 것보다 보는 것이 익숙한 소비자들에게 시의성과 전문성을 갖춘 영상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심층 기획 리포트 중심의 유료 구독 모델을 만드는 것 모두 의미 있는 시도라고 생각한다. 언론사의 FAST 서비스도 활발해 지고 있다. 최근 워싱턴포스트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FAST 서비스 ‘프리비’에 채널을 론칭했다. 한국에서도 영화 전문 주간지 씨네21이 삼성TV플러스에 FAST 채널을 독점 론칭했다.”

- 마지막으론, 한국 콘텐츠에 대해 묻고 싶다. ‘K-콘텐츠’는 앞으로 계속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을까.

“한국은 이미 아시아를 대표하는 콘텐츠 공급처로 인정받고 있다. 한국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콘텐츠가 아시아를 다른 지역에서도 사랑받는 ‘호환성’이 커졌다고 할까. 사실 평가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평가는 마침표 찍는 기분이라 중요한 건 ‘넥스트 스텝’이라고 생각한다. 잘 만들고 평판도 좋은 K-콘텐츠의 종류와 수에 비해 유통 플랫폼은 부족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수요 기반의 스마트 유통이 점점 중요하다는 판단이고, 뉴아이디도 기회를 넓히는 데 기여하는 회사가 되도록 꾸준히 노력할 뿐이다.”

(박준경 대표는 8월24~25일 이틀 동안 진행되는 2023 미디어의 미래 컨퍼런스 ‘판이 바뀐다: AI와 미디어 패러다임의 전환’에 출연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세요. - 편집자 주)

2023 미디어의 미래 컨퍼런스 ‘판이 바뀐다: AI와 미디어 패러다임의 전환’ → https://www.mediafuture.kr/

▲ 2023 미디어의 미래 컨퍼런스 ‘판이 바뀐다: AI와 미디어 패러다임의 전환’
▲ 2023 미디어의 미래 컨퍼런스 ‘판이 바뀐다: AI와 미디어 패러다임의 전환’
▲ 2023 미디어의 미래 컨퍼런스 ‘판이 바뀐다: AI와 미디어 패러다임의 전환’
▲ 2023 미디어의 미래 컨퍼런스 ‘판이 바뀐다: AI와 미디어 패러다임의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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