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올해 상반기 업무보고 자리에서 콘텐츠 사업 부문의 주요 과제로 ‘넥스트 웨이브’를 꼽았다. 국산 OTT인 티빙(TVING)과 웨이브(Wavve) 합병이 추진되는 가운데 방송가 계산기도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지상파 TV 중심의 광고, 콘텐츠 수익이 한계를 맞은 환경에서 새로운 유통 플랫폼 등을 발굴하기 위한 고민도 전해졌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의 MBC 로고 ⓒ연합뉴스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의 MBC 로고 ⓒ연합뉴스

윤미현 MBC 콘텐츠사업본부장은 23일 서울 마포구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서 진행된 업무보고에서 “2023년은 콘텐츠 경쟁력 면에서는 부족함이 많았다”며 “가장 미진했던 부분은 광고가 아닌가 한다. 특히 작년 상반기부터 광고(지상파)가 40% 정도 빠졌고, 저희가 원래 TV 광고를 2600억 정도 목표로 했는데, 실제 방송 광고는 2028억 정도 달성했으니 600억 정도 빠졌다”고 했다. 2024년도 연간 방송 광고 매출 목표는 전년보다 약 10% 높은 2200억 원으로 보고했다.

이어 “작년에 저희 드라마 5개를 제작했는데 하나도 글로벌 OTT에 팔지 못했다. 올해는 다행히 ‘수사반장’은 기존에 판매가 됐고 하반기에 나가는 드라마들도 팔도록 노력을 하겠다”며 “글로벌 매출이 줄어든 이유로 올해 6편 정도 드라마가 예정돼있는데 그 중 2개의 국내 방영권만 저희가 샀다. 수지 면에서는 굉장히 좋지만 매출 면에서는 조금 영향이 있다”고 했다.

윤 본부장은 특히 “웨이브가 2024년 9월이면 계약이 만료된다”며 “그래서 또 하나의 큰 숙제가 ‘넥스트 웨이브’”라고 밝혔다. 그는 “(MBC 콘텐츠를) 통합 OTT에 넣는 것이 좋을지 자율 유통을 하는 것이 좋을지 굉장히 고민”이라며 “지상파에 어떤 조건을 주는지 보고 구체적인 협상 도출을 노력해서 남을지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티빙과 웨이브 로고 이미지를 활용한 그래픽 화면. 디자인=이우림 기자
▲티빙과 웨이브 로고 이미지를 활용한 그래픽 화면. 디자인=이우림 기자

새로운 유통 플랫폼을 찾기 위한 방안들도 보고됐다. 윤 본부장은 스마트TV가 하나의 플랫폼으로서 보급되는 환경에서 광고 기반의 무료 서비스인 ‘패스트 TV(Free Ad-Supported Streaming TV)’를 통한 콘텐츠 유통 확대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그는 “차량도 또 하나의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번에 신차 발표회를 갔더니 웨이브 아이콘이 화면에 들어가있더라”며 “차량도 또 하나의 체험 플랫폼으로 보고 어떤 매출이 가능한지 연구를 하겠다”고 했다.

윤 본부장은 또한 “광고주 같은 경우 삼성, LG, 현대 등 주요 광고주가 많은 부분을 차지했는데 최근에 많이 달라졌다”며 “삼성전자는 300억 가까웠는데 100억대 아래로 떨어졌다. 주요 광고주들이 빠지면서 시장에는 새로운 광고주들이 등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MBC 드라마 '연인', 예능 프로그램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포스터. 사진=MBC
▲왼쪽부터 MBC 드라마 '연인', 예능 프로그램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포스터. 사진=MBC

지난 1년간 성과로는 MBC 드라마 ‘연인’ 파트제가 꼽혔다. 윤 본부장은 “파트제를 시행한다고 했을 때 우려도 많았지만 글로벌 OTT에서 하는 것처럼 TV도 새롭게 해 볼 필요가 있다라고 해서 해봤는데 굉장히 좋았다”며 “전사적으로 역량을 모아서 홍보에 굉장히 집중했던 게 달랐던 거 같다. 저희 프로그램의 경우 ‘안 보인다’는 말씀을 굉장히 많이 하는데 ‘연인’은 많이 보였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서 그는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MBC 예능) 같은 경우에도 홍보를 집중적으로 했다. 프로모션을 위해 팝업 스토어를 만들고 선택과 집중을 해본 것이 좋은 생각이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날 있었던 MBC 드라마본부 업무보고에선 ‘시즌제’ 적용이 수익 면에서 유리하지 않지만 불가피하다는 제작자 관점의 입장도 나왔다. MBC 측은 이날 “영화와 달리 드라마는 길게 방송해야만 돈이 벌리는 장르로 이해하고 있다. 주 52시간 노동 시간에도 걸리고 하다 보니 예전처럼 밤 새워서 50부작 제작을 할 수 없는 현실이고, 주어진 시간 내에 6~7개월 동안 노동시간을 지키면서 찍을 수 있는 최대 횟수가 12~16부가 되다보니 전체 드라마 편수가 짧아지고 수익은 나지 않고, 그러다보니 시즌제가 정착이 됐다”고 했다.

이어 “시즌제도 유명 배우를 캐스팅해서 성공했을 경우 다음 시즌을 가기가 어렵다. 그 배우가 싫증을 내거나 높은 개런티를 부르면 어렵다. SBS의 경우 세 편의 드라마가 성공했는데 후속 시즌이 두 번째까지는 어찌어찌해서 가는데 세 번째는 쉽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저렴한 비용으로 신인들을 내세워서 캐릭터 중심으로 드라마를 제작했을 때 성공하면 그 신인 배우들과 50부작, 100부작 갈 수 있는 준비를 하기 위해서 새로운 포맷의 드라마를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