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 CI. 사진=티빙, Pixabay. 편집=미디어오늘.
▲티빙 CI. 사진=티빙, Pixabay. 편집=미디어오늘.

티빙(TVING)이 최근 요금을 인상한 가운데 오는 3월부터 국내 OTT 사업자 중 최초로 광고요금제를 도입한다. 수년간 이어진 적자를 해소하고, 수익성을 제고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티빙의 광고요금제 안착을 위해선 과제가 산적해 있다.

티빙은 지난달 26일 가입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올해 2월27일부터 ‘광고형 이용권’ 서비스를 추가하겠다고 고지했다. ‘광고형 이용권’을 구매한 이용자들은 콘텐츠 시청 시작과 종료, 중간에 광고를 보게 된다. 가격은 5500원으로 알려졌다. 티빙 모기업인 CJ ENM이 최근 광고주 대상 설명회에서 광고요금제 출시 시점을 3월1일로 못박은 만큼, 3월에 요금제가 도입될 전망이다.

해외에선 넷플릭스가 2022년 11월 광고요금제를 출시한 이후 디즈니 플러스, 아마존 프라임이 뒤따라 광고요금제를 출시했다. 넷플릭스의 에이미 라인하드 광고 총책임자는 지난해 11월 보도자료를 내고 “광고형 멤버십의 월간 활성 이용자의 수가 전 세계적으로 약 1500만 명에 다다르게 됐다”고 밝혔다.

국내 OTT의 장기적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광고요금제가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주목 받는다. 

광고요금제의 요금이 저렴한 점은 매력이지만 쾌적하게 콘텐츠를 시청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가입 요인이 떨어질 수 있다. 다만 광고업계 관계자 A씨는 “이용자들이 OTT를 하나만 본다면 광고요금제 효과가 작을 수 있지만, 메인 OTT가 아닌 서브 OTT에선 효과가 있을 수 있다”며 “여러 개 구독하는 이용자가 많은데, 자주 보지 않는 OTT의 경우 광고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가 메인 OTT 역할을 하고 있어 서브 OTT에서 저렴한 광고요금제를 출시한다면 수요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티빙 광고요금제 관련 유료이용약관 개정안.
▲티빙 광고요금제 관련 유료이용약관 개정안.

광고요금제가 안착하려면 광고주들의 선택도 받아야 하는데 광고주들이 티빙 광고요금제를 매력적인 상품으로 여길지 의문이 남는다.  일반 요금제와 광고요금제의 가격 차이는 4000원이다. 광고주들이 낮은 가격대의 요금제를 선택하는 이용자를 ‘소비력 없는 이용자’로 보고 광고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한국OTT포럼 회장인 문철수 한신대 미디어영상광고홍보학부 교수는 “국내 OTT의 경영 상황이 안 좋으니 어떻게든 개선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도 “광고주가 OTT 구독 비용을 줄이는 이용자에게 어떤 가치를 둘지 마케팅적으로 고민할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A씨도 “광고요금제 이용자는 소비 여력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기 때문에 광고주 입장에선 광고효과가 나올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반면 광고업계 관계자 B씨는 “해외를 보면 이용자들이 전반적으로 OTT 비용을 줄이고 있다”며 “광고요금제 이용자의 주머니가 가벼울 수도 있지만, 돈이 없어서 해당 요금제를 선택하기보다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또 명품·자동차 등 고가 제품이 아닌 생필품·식품 광고의 경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B씨는 “광고주 입장에선 계속 새로운 걸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는데, 광고상품이 다양해지면 나쁠 건 없다”고 밝혔다.

▲OTT 관련 자료 사진. 편집=미디어오늘.
▲OTT 관련 자료 사진. 편집=미디어오늘.

B씨는 티빙 광고요금제가 성공하기 위해선 기업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에 따르면 넷플릭스 광고요금제가 국내에 도입됐을 당시 기업들의 반응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B씨는 “삼성전자 등 규모가 큰 대기업은 광고를 했지만, 다른 대기업은 그러지 않았다”며 “초창기 넷플릭스에 국내 광고 담당 직원이 없었고, 외부 업체를 통해 대응했다. 미국에선 광고 패널 구축을 다 했지만, 한국은 그러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B씨는 “티빙은 기본적으로 방송 광고를 팔아본 기업이 만든 OTT이기에 넷플릭스보단 국내 광고 전략을 정밀하게 짤 수 있다”며 “광고비를 넷플릭스보다 저렴하게 책정하고, 구체적인 데이터를 기업들에게 제공해준다면 긍정적인 결과가 있을 수 있다. 광고주가 원하는 건 누가 광고를 시청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라고 밝혔다.

이용자 친화적 광고 전략을 세울 필요도 있다. 광고 전략이 부재하면 이용자에게 부정적 이미지만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언론정보학보에 게재된 <넷플릭스 ‘광고요금제’ 태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관한 탐색적 연구> 논문은 “광고로 인한 시청 몰입 방해가 콘텐츠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부정적인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논문은 “사업자 입장에서는 각 장르별로 시청 몰입의 수준을 파악하고 이를 기준으로 광고량을 조절하는 전략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며 “최적의 광고 게재 시점을 파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광고 이용에 대한 이용자의 선택권을 부여함으로써 사업자는 이용자가 광고를 스스로 통제하고 있다는 심리적 기제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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