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거대 미디어 기업인 디즈니, 폭스, 워너브라더스가 공동의 스포츠 스트리밍 서비스를 만들기로 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11일(현지시간) <거대 미디어 3사가 스포츠 스트리밍에 투자한 이유> 보도를 통해 디즈니의 ESPN, FOX,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가 스포츠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시한다고 전했다. 북미 스포츠 시장 중 가장 큰 규모를 가지고 있는 NFL은 이번 논의에서 제외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디어 거물들이 NFL의 분노를 감수한 건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라며 “이들은 독점금지 조사를 받지 않을 방법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즈니, 폭스,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 CI.
▲디즈니, 폭스,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 CI.

올해 가을에 출시될 예정인 이 서비스의 요금은 한 달에 50달러 수준으로 예상된다. 서비스 가입자는 NFL, NBA, MLB, 미국 대학 농구 리그, 미국 대학 미식축구 리그, 골프 등을 볼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막대한 중계권료 때문에 이용료가 월 40달러일 경우 손익분기점을 넘기 힘들다고 예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케이블 산업 규모가 줄어들면서 이 같은 결정이 나왔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스포츠는 수십 년 동안 케이블TV의 핵심 역할을 했다. 하지만 케이블 가입자가 줄어들면서 비즈니스가 벼랑 끝으로 몰렸다”며 “그간 미디어 회사들은 케이블TV 산업 위축을 우려해 이번과 같은 서비스를 출시하지 않았지만, 이제 임계점이 왔다”고 했다.

실제 미국의 케이블 가입 가구 수는 10년 전 1억 가구에 달했지만, 현재 7300만 가구에 불과하다.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서비스가 대중화되면서 케이블TV 가입자 이탈이 확산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들 회사는 케이블의 붕괴를 가속화한다는 우려가 있음에도 새로운 사업에 뛰어든 것”이라고 밝혔다.

▲디즈니, 폭스, 워너 브라더스 방송 조직도. 사진=월스트리트저널 기사 화면 갈무리.
▲디즈니, 폭스, 워너 브라더스 방송 조직도. 사진=월스트리트저널 기사 화면 갈무리.

다만 경쟁 미디어 기업이 중계권 경쟁에 참여할 경우 스포츠 스트리밍 사업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 NFL은 경기 요일과 종류에 따라 중계권을 나눠 판매하고 있다. 현재 CBS와 NBC가 NFL 중계권을 가지고 있으며, 아마존프라임은 내년부터 플레이오프 경기를 스트리밍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모든 스포츠 경기를 스트리밍하더라도, NBC와 CBS가 파트너십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올인원 스포츠 플랫폼은 되지 못한다”며 “스포츠 중계권을 따내지 못할 경우 위험이 따를 수 있다. 현재 NBA 중계권을 노리고 있는 테크 기업들이 있다”고 했다.

미국 소비자들이 OTT 구독 비용을 줄이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OTT 서비스 이탈율은 최고치다. 미국 주요 스트리밍 서비스 가입자 중 약 25%가 지난 2년 동안 최소 3개 이상의 서비스를 해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넷플릭스, 애플티비 플러스 등 스트리밍 서비스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이용자들이 추가로 고가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가입하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들 기업이 힘을 합칠 경우 반독점법 조사를 받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미국 스포츠 중계권은 55%에 달한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 전 위원장이었던 윌리엄 코바치치 조지 워싱턴 대학교 로스쿨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공통의 이해관계를 가진 기업들이 중계권 입찰 경쟁을 하리라고 어떻게 보장할 수 있는가”라며 가격 담합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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