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플랫폼. ⓒ미디어오늘
▲OTT 플랫폼. ⓒ미디어오늘

비싼 요금 등의 사유로 미국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가입자 상당수가 구독을 해지하는 등 이탈률이 증가하자 기업들이 광고요금제, 번들링(결합판매) 등의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국내 OTT 기업들 역시 수익 개선 등을 이유로 최근 요금을 연달아 올린 가운데 한국 이용자들은 미국보다 가격민감성이 높아 미국보다 더 한 이탈도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일(현지시간) ‘더 많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해지하고 있는 미국인들’(Americans Are Canceling More of Their Streaming Services) 기사를 내고 고객 이탈률이 근래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 미국의 프리미엄 스트리밍 서비스 고객 이탈률은 11월 기준 6.3%로 전년동월 대비 1.2%p 증가했다. WSJ 보도 갈무리.
▲ 미국의 프리미엄 스트리밍 서비스 고객 이탈률은 11월 기준 6.3%로 전년동월 대비 1.2%p 증가했다. WSJ 보도 갈무리.

미국의 프리미엄 스트리밍 서비스 고객 이탈률은 11월 기준 6.3%로 전년동월 대비 1.2%p 증가했다. 구독분석 전문업체 ‘안테나’(Antenna)의 11월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주요 스트리밍 서비스 가입자 중 약 25%가 지난 2년 동안 애플TV플러스, 디스커버리플러스, 디즈니플러스, 넷플릭스 등에서 최소 3개 이상의 서비스를 해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WSJ는 “2년 전에는 이 수치가 15%에 불과했다”며 “이는 스트리밍 이용자가 점점 더 변덕스러워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했다.

전반적인 물가 상승과 더불어 최근 OTT 이용요금이 상승한 것이 주요 이탈 요인으로 보인다. WSJ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미국의 스트리밍 서비스 평균 요금은 1년 만에 약 25% 상승했다. 미국 OTT ‘빅5’로 불리는 맥스, 디즈니플러스, 훌루 등이 모두 지난해 가격을 인상했다.

OTT 이용료가 연달아 상승하는 ‘스트림플레이션’ 현상은 한국에도 있다. 티빙은 지난해 12월 웹 기준 베이직 요금제를 월 7900원에서 9500원으로 올리는 등 요금제를 약 20% 인상했고 디즈니플러스도 지난해 11월 월 9900원 단일 요금제로 운영되던 걸 스탠더드(9900원)와 프리미엄(1만 3900원)으로 나눠 사실상 요금을 4000원 올렸다. 넷플릭스도 지난해 같은 가구에 거주하지 않는 이용자와 계정을 공유하기 위해선 매달 5000원을 추가 지불 방침을 한국에 적용했다.

미국처럼 한국도 이탈률이 증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정훈 다이렉트미디어랩연구소 대표는 통화에서 “한국은 유료방송 가격이 미국보다 낮아 OTT 요금에 대한 가격민감성이 높다”며 “상대적으로 오리지널 작품의 개수 자체도 미국보다 한국이 적다. 스트리밍을 구독하는 개념이 (한국에선) VOD(주문형비디오)를 보는 것이기 때문에 지불의사가 (미국보다) 더 낮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도 지금 이미 가입한 이용자를 지키려는 싸움을 하고 있다. 한국도 빠른 시일 내 또 가격을 인상하기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2023 OTT 이용행태 조사'.
▲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2023 OTT 이용행태 조사'.

실제로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적정 OTT 요금과 실제 요금은 꽤 차이가 난다. 지난해 12월 발간된 ‘2023 OTT 이용행태 조사’에 따르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유료 OTT 적정 구독료는 7006원으로, 평균 OTT 이용 개수는 1.8개인데 월 평균 지출금액은 1만 2005원에 불과하다. 2024년 1월 기준, 광고요금제를 제외한 베이직·스탠다드 기준 한국의 OTT 요금 (넷플릭스 1만 3500원, 디즈니플러스(9500원), 티빙 9500원. 웨이브 7900원)을 고려하면 2개 이상 구독하는 것을 부담스럽게 느낄 수 있다. 미국인들은 대략 평균 3개의 OTT를 구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고객 유지를 위해 광고요금제, 번들링(결합판매) 등의 전략을 모색하는 중이다. WSJ는 “수익성을 개선하고 사용자를 다시 확보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는 스트리밍 기업들은 저렴한 ‘광고지원서비스’를 출시하는 것부터 경쟁사와 협력한 ‘번들상품’을 제공한다”며 훌루의 기존 서비스 월 7.99달러보다 50% 이상 저렴한 광고요금제(월 2.99달러)를 소개했다.

WSJ는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디즈니플러스에 가입했거나 시범 가입(trial)에서 전환한 미국 고객 중 약 60%가 광고요금제를 선택했다”며 “11월 미국 넷플릭스 신규 고객 중 3분의 1 이상이 광고요금제를 선택했는데, 이는 광고 지원 버전이 도입된 전년 동월 11%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다. OTT 기업들은 광고요금제가 가격에 민감한 고객 모두에게 ‘윈윈’이며, 광고판매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넷플릭스가 광고요금제(5500원)를 도입한 데 이어 티빙이 올해 1분기 광고요금제 도입을 예고했다. 한정훈 대표는 “장기적으로는 광고요금제가 ARPU(가입자당 평균 매출)이 높다”며 “넷플릭스 사례를 통해 한국에서도 통한다는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WSJ는 “미국 통신기업 버라이즌(Verizon)은 지난달 초 일부 고객에게 광고가 지원되는 넷플릭스 및 맥스 요금제를 월 17달러가 아닌 10달러에 제공하는 번들을 제공하기 시작했다”며 “데이비드 자슬라브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 최고경영자(CEO)는 번들링이 비즈니스 미래에 중요한 부분이며 고객에 좋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디즈니는 자사 고객이 디즈니플러스, ESPN+, 훌루 등 묶음으로 판매되는 요금을 지불할 때 스트리밍 서비스를 해지할 가능성이 적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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