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플랫폼 티빙이 한국 프로야구 온라인 중계권을 가지면서 프로야구 온라인 중계 유료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일부 언론에선 ‘보편적 시청권’ 침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티빙이 유료중계를 하면 방송통신위원회가 보편적 시청권 침해로 판단해 대응할 수 있을까?

▲ 2023년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경기. 사진=금준경 기자
▲ 2023년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경기. 사진=금준경 기자

KBO(한국야구위원회)가 지난 9일 향후 3년 간 KBO리그의 유무선(온라인) 중계권 우선협상대상자로 티빙(CJ ENM)을 선정하면서 반향이 일었다. TV중계는 방송사들이 방송 중계권을 갖고 있어 변동이 없지만 온라인 중계는 2006년부터 이어진 네이버의 무료 서비스가 막을 내리게 됐고, 동시에 유료화 가능성이 제기됐다. 현재 티빙과 KBO가 온라인 무료 중계 여부와 범위 등을 놓고 막판 협상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편적 시청권’ 침해 제기한 일부 언론

최종 협상을 앞두고 KBO측이 “보편적 시청권이 중요하기에 협상 과정에서 그 부분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일부 언론에서 방송법상 ‘보편적 시청권’ 문제를 거론했다.

지난 14일 아이뉴스24는 방송법상 보편적 시청권 조항과 관련 고시를 언급한 뒤 “방통위는 국민적 관심이 큰 체육경기대회와 그 밖의 주요 행사를 고시해 90%의 가시청가구를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며 “따라서 KBO는 보편적 시청권을 염두에 두고 입찰을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지난 10일 일간스포츠는 “현행 방송법 제2조 제25항은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하고 있다”며 “야구팬은 CJ ENM이 유무선 중계권 사업자가 되면 이를 침해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했다. 

방송법상 ‘보편적 시청권’ 개념과 무관

그러나 KBO 온라인 중계는 방송법의 ‘보편적 시청권’ 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 뉴데일리는 지난 8일 “‘보편적’이라는 의미와 관련한 구체적 내용이 명시돼 있지 않은 실정”이라며 ‘보편적 시청권’ 침해를 전제하면서 보편의 기준이 모호한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지만 이 역시 정확한 설명은 아니다.

‘보편적 시청권’은 TV와 라디오 등을 규정한 방송법상 개념으로 OTT나 포털은 해당되지 않는다. 조건 자체가 맞지 않아 방송법상 ‘보편적 시청권’ 규정 위반으로 볼 수 없다.

프로야구 TV중계권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방송사들이 갖고 있다. KBO가 언급한 온라인 중계의 ‘보편적 시청권’은 법적 개념이라기 보다는 많은 시청자가 온라인 중계도 무료로 볼 수 있어야 한다는 당위적 측면으로 보인다.

▲ 방송통신위원회 고시에 나오는 보편적 시청권 적용 대상 '국민관심행사'의 종류. 자료=국회 입법조사처 보고서.
▲ 방송통신위원회 고시에 나오는 보편적 시청권 적용 대상 '국민관심행사'의 종류. 자료=국회 입법조사처 보고서.

관련 고시에는 온라인 중계권을 포함한 중계방송권 사업자에 관한 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지만 이 경우 보편적 시청 수단을 확보할 것과 실시간 방송을 할 것 등을 규정하고 있을뿐 서비스 유료화나 시청 범위에 대한 규정은 없다. 

2022년 국회 입법조사처가 펴낸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 역시 “OTT 사업자는 ‘보편적 시청권’의 적용 대상인 방송사업자가 아니므로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과 시행령을 개정하는 등의 입법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

만일 OTT에 적용한다고 해도 ‘보편적 시청권’ 개념상 ‘국민관심행사’는 올림픽, 월드컵, 아시안게임, WBC 등 주요 국제 경기만을 대상으로 한다. 

‘보편적 시청권’ OTT 도입 논의는?

OTT에서 각종 스포츠경기 중계권을 가져가는 사례가 늘면서 ‘보편적 시청권’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2022년 손흥민 출전 프리미어리그 경기가 유료채널과 OTT인 스포티비나우에서 독점 중계됐고, 쿠팡플레이가 이벤트성 국제 축구경기를 주관하고 중계권을 독점하는 사례가 나타나면서 우려가 커졌다.

그러나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2022년 방통위는 국민관심행사에 대한 온라인 중계가 독점으로 제공돼도 대다수 국민은 TV방송을 통해 시청할 수 있고, 현재 주요국제경기에 국한한 보편적 시청권 적용 대상인 국민관심행사 범위를 지나치게 넓히면 기업의 재산권과 시장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OTT 뛰어든 후 중계권료 크게 올라

OTT가 중계권 경쟁에 가세하면서 시청권 침해 우려만 나오는 건 아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2022년 <OTT 사업자의 스포츠 중계권 거래 시장 진입에 따른 미디어 경쟁구도 변화> 보고서를 통해 “스포츠 중계권 구매 입찰자가 방송사업자에서 OTT사업자까지 확장되면서 중계권료의 규모가 확장하는 추세”라고 했다. 

▲ 사진=GettyImagesBank
▲ 사진=GettyImagesBank

프로야구 유무선 중계권은 연 200억 원 규모였으나 티빙이 연 400억 원 규모를 제시하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2022년 스포티비측이 입찰 끝에 얻은 프리미어리그 중계권료는 3년 간 9000만 달러(약 1171억 원) 규모로 이전에 비해 2.5배 이상 올랐다. 미국은 OTT가 중계권 경쟁에 뛰어든 이후 NFL 중계권료가 연간 3배 이상 올랐다. 적정 가격을 넘어선 중계권료가 사업자 간 출혈경쟁과 시청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건 사실이다.

국회 입법조사처 역시 보고서를 통해 “OTT 시장의 활성화 정도, 주요 스포츠 경기에 대한 국민의 시청권에 대한 인식 변화, 콘텐츠 유료 소비에 대한 국민 인식 변화 등 미디어 산업 환경 변화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대책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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