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플랫폼. ⓒ미디어오늘
▲OTT 플랫폼. ⓒ미디어오늘

한국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장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넷플릭스를 제외하면 뚜렷한 강자가 없다.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성공 속 제작비용은 높아져 가는데 이를 충족할 OTT 기업이 없다는 평가다. 2024년엔 어떻게 될까. 한국 OTT 기업은 ‘지속가능’할 수 있을까. 미디어오늘이 지난 1년 OTT 산업을 돌아보고 주요한 몇 가지 키워드를 꼽아봤다.

‘박스권’ 갇힌 넷플릭스·티빙, ‘상승세’ 쿠팡플레이·디즈니플러스

‘넷플릭스 독주’는 공고하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1년 동안 2등과 2배 가까운 격차를 지켜냈다. 그러나 뚜렷한 상승폭이 없었다. 2023년 1월 MAU(월간활성이용자수)가 1257만 명을 넘었지만 이게 ‘최고치’였다. 1137만 명(2023년 10월)까지 떨어졌던 MAU는 1164만 명(2023년 12월)으로 마무리됐다.

넷플릭스처럼 티빙과 웨이브가 ‘박스권’에 갇힌 모습이다. MAU 515만 명(2023년 1월)으로 시작한 티빙은 2023년 3월 459만 명으로 떨어졌다가 이후 계속 500만 명대 초중반을 유지했다. 웨이브도 마찬가지다. 최저치가 369만 명(2023년 3월), 최고치가 439만 명(2023년 8월)으로 차이가 크지 않다.

▲ 2023년 6대 OTT 월간활성이용자수 추이. 디자인=이우림 기자. 자료=모바일인덱스 추정치
▲ 2023년 6대 OTT 월간활성이용자수 추이. 자료=모바일인덱스 추정치. 디자인=이우림 기자. (클릭하면 확대된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뚜렷한 ‘변곡’을 보인 건 쿠팡플레이와 디즈니플러스다. 400만 명대 초반의 MAU를 기록하던 쿠팡플레이는 2023년 7월 519만 명, 2023년 12월 664만 명으로 ‘마의 600만’ 벽을 깼다. MAU 순위도 지난해 8월부터 한국 OTT 2위로 올라섰다. 디즈니플러스는 히트작 효과를 누렸다. 오리지널 드라마 ‘무빙’이 공개되자(2023년 8월) 190만 명대 머무르던 MAU가 269만 명(2023년 8월), 394만 명(2023년 9월)으로 치솟았다.

[관련 기사 : 이용자수 급증한 쿠팡플레이와 흔들리는 티빙·웨이브, 그 까닭은]

티빙·웨이브 합병? OTT ‘합종연횡’ 전망

▲ 티빙과 웨이브. 디자인=이우림 기자
▲ 티빙과 웨이브. 디자인=이우림 기자

지난해 빅이슈는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MOU(양해각서) 체결이었다. 국내 OTT 기업들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흔들리자 지속적으로 합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는데 티빙과 웨이브가 지난해 12월 MOU 체결로 응답했다. 하지만 아직은 합병 성사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주주들(방송사 및 통신사)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모기업의 투자 여력,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관련 기사 : MOU 체결 티빙 웨이브 합병 ‘첩첩산중’ 분석 나오는 이유]

김용희 오픈루트 연구위원은 통화에서 “합치는 것뿐 아니라 나누기도 하는 ‘합종연횡’을 예상한다”며 “사업자들의 ‘선택의 순간’이 오지 않을까 싶다. OTT를 계속할 사업자와 손을 뗄 사업자가 가려지는 등 각자의 태도가 명확히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미국을 봐도 OTT 시장이 그렇게 부정적이지만은 않다”며 “구독자 수를 일정 숫자 이상 확보만 하면 나쁜 수익률이 아니다. 예를 들어 티빙·웨이브 합병 시 중복 가입자를 고려해 (MAU가) 700만~800만 정도가 될 것 같은데 여기에 추가적인 서비스가 이뤄지면 내년쯤엔 흑자 전환도 가능할 수 있다고 본다. OTT 산업은 중복 가입이 가능하다. 일정 점유율을 차지하면 경쟁력을 가져갈 수 있다”고 말했다.

격화되는 ‘스포츠중계권’ 경쟁… 프로야구 중계 효과는

▲ 2023년 잠실경기장 KBO 경기 모습. 사진=금준경 기자
▲ 2023년 잠실경기장 KBO 경기 모습. 사진=금준경 기자

스포츠중계권 확보를 둘러싼 국내 OTT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팬층이 두터운 스포츠 중계를 ‘독점’하면 확실한 이용자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중계권 확보에 많은 투자가 필요하고 콘텐츠 경쟁력 유지 기간이 짧아 스포츠중계권 집중은 ‘양날의 검’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최근 관련 관심을 모은 건 티빙이다. 티빙은 2024년부터 3년간 한국프로야구(KBO) 리그 유무선 중계권(온라인 중계권)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아직 유료화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광고를 포함한 일반화질 중계만 무료로 제공하거나 중계권을 재판매할 가능성이 있다.

[관련 기사 : KBO 중계권 따낸 티빙…야구도 돈 내고 보는 시대?]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통화에서 “티빙이 KBO 중계권을 산 건 굉장히 큰 변화”라며 “쿠팡플레이도 손흥민 경기 때 MAU가 확 올라갔던 경험이 있다. 프로야구는 팀당 144경기씩을 하지 않나. 티빙이 무료든 유료든 독점을 하면 프로야구 팬들로부터 비판은 받겠지만 효과는 몇 백만뷰(view)에 달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쿠팡플레이도 지난해 스포츠 중계권 확보를 주전략으로 삼았다. K리그에 이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중계권을 확보했고 오는 3월엔 MLB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를 독점 중계한다. 쿠팡플레이는 2022년부터 유럽 명문 클럽을 초청해 단독 중계하는 ‘쿠팡플레이 시리즈’로 스포츠팬을 대거 불러모은 바 있다.

광고요금제, 스트림플레이션… 관건은 ‘요금제 다양화’

▲ 지난해 ‘2023 국제 OTT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는 최주희 티빙 대표. 사진=코바코 제공
▲ 지난해 ‘2023 국제 OTT 포럼’에서 발표하고 있는 최주희 티빙 대표. 사진=코바코 제공

광고를 시청하는 대신 가격이 저렴한 ‘광고요금제’. 넷플릭스가 2022년 도입한 광고요금제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면서 국내 OTT 기업들이 광고요금제를 시도할지도 관심이다. 디즈니플러스는 2022년 광고요금제를 도입했지만 한국 도입은 아직이고 티빙만이 오는 1분기 광고요금제를 도입하겠다고 예고했다.

OTT 이용료가 연일 상승하는 ‘스트림플레이션’도 있다. 티빙은 지난해 12월 웹 기준 베이직 요금제를 월 7900원에서 9500원으로 올리는 등 요금제를 약 20% 인상했고 디즈니플러스도 지난해 11월 월 9900원 단일 요금제로 운영되던 걸 스탠더드(9900원)와 프리미엄(1만 3900원)으로 나눠 사실상 요금을 4000원 올렸다. 넷플릭스도 지난해 같은 가구에 거주하지 않는 이용자와 계정을 공유하기 위해선 매달 5000원을 추가 지불 방침을 한국에 적용했다.

[관련 기사 : 넷플릭스 티빙 이어 유튜브마저 가격 인상… 우회방법 찾는 사람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장은 통화에서 “‘스트림플레이션’ 표현보다는 ‘요금정책 다양화’로 폭넓게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기존에는 요금 정책이 다양하지 않았는데 신년엔 다양해질 가능성이 높다”며 “가장 중요한 건 좋은 ‘오리지널’이 나오는 것이다. 콘텐츠진흥원 자료(2023 이용행태 조사)를 보면 유료 OTT 적정금액이 7000원이라 응답한 사람들이 많은데 실제론 1만2000원 정도 지불하고 있다. 복수 가입자들도 있고 특히 2030이 적극적으로 활용해 1만5000원까지도 지불한다. 앞으로 얼마나 합리적인 가격으로 좋은 콘텐츠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성장 가능성도 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장년층은 아직 유튜브 위주로 소비하고 있다. 2030보다 시간, 재력 측면에서 더 여력이 있을 수 있는 중장년층이 유료구독을 시작한다면 또 큰 변화가 생길 수 있다”며 “티빙에서 임영웅 콘서트 등을 시도했을 때 반향들이 있었다. 시장 저변이 확대되면 다 같이 성장하는 구조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아직 건재한 한국의 유료방송… “OTT도 번들링해야”

▲ 사진=Gettyimagesbank
▲ 사진=Gettyimagesbank

유료방송을 해지하는 ‘코드커팅’ 열풍은 한국에선 비교적 잠잠하다. 이용 가격이 미국보다 저렴하고 모바일로 결합돼 ‘기본 인프라’처럼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대규모 해지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 OTT 역시 기존 경쟁자들과 결합하는 형태의 ‘번들링’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용희 오픈루트 연구위원은 “IPTV와 SO를 합치면 아직 가입자가 한 3000만 명 정도 된다. 그들이 SVOD(월 단위 구독) 사업을 해도 경쟁력이 있다”며 “미국 케이블TV ‘차터’와 디즈니플러스의 사례도 있다. 갈등을 빚다가 협상을 맺었는데 그동안은 차터가 디즈니 채널을 공급했다면 이젠 디즈니플러스를 공급하는 계약이 됐다. 이처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SKT처럼 통신사와도 결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OTT가 주사업자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결국은 다른 서비스들과 ‘번들’로 가야 경쟁력을 가져갈 수 있다”며 “해외 진출을 놓고 봐도 국내 OTT가 넷플릭스, 디즈니, HBO처럼 홀로 경쟁하기가 어렵다. 그 국가의 가장 강력한 플랫폼과 연계 상품을 만들지 않으면 힘들다. 못 해도 1억 명 정도는 확보해야 생존이 가능하다고 본다. 그 전까지는 ‘번들링’ 상품으로 계속 구독자를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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